한의학계 연구윤리 관심 고조… 실험대행이 가장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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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계 연구윤리 관심 고조… 실험대행이 가장 심각
  • 승인 2009.10.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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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계 연구윤리 관심 고조… 실험대행이 가장 심각
김 교수 연구부정 내사결과 따라 한의계 후폭풍 예고

오는 22일 한국한의과대학학장협의회는 연구윤리 규정 마련을 정식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에 앞서 경희대 한의대는 지난달 한의대로서 처음으로 연구윤리 선포식을 가졌다. 올 초에는 대한한방내과학회, 대한한방재활의학회, 동의생리학회 등이 연구윤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충열 경원대 한의대 교수는 급작스런 이런 현상을 “연구윤리에 대한 관심 증폭은 사회적 추세인 만큼 한의대도 연구윤리를 놓고 구체적 논의를 가져야 할 시기”라고 분석했다.

표절 논문대행 심사과정 비리 연구윤리 현주소 노출
대외적 환경변화 맞춰 한의대 연구윤리 논의할 시기

한의학계의 연구윤리 논의를 자극한 건 김모 교수가 동국대 한의대 재직 당시 발표한 논문이 표절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한국연구재단은 현재 김 교수에 대해 정밀조사를 벌여 11월 초쯤 연구윤리심의위원회에서 징계조치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대 관계자는 “해당 논문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구체적인 징계사항은 조사가 끝난 후에 결정될 사항”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이미 퇴직한 김 교수는 해당 사항이 없더라도 논문 공저자 등 재직자들에게는 징계가 내려질 수도 있다고 말해 결과에 따라 후폭풍이 한의학계를 몰아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A한의대 교수는 “김 교수 사례는 표절, 실험 및 논문대행, 느슨한 논문 심사과정 등 한의학계가 안고 있는 연구윤리 인식 부재를 총체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며 “과거 원광대 한의대 사건 이후 연구부정이 과거보다 덜해졌지만 여전히 비일비재하고, 특히 실험대행은 개업의들의 석·박사 학위논문에서 흔히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B한의대 교수도 “실험대행은 한의학계에만 남아있는 것 같은데, 실험실이 부족한 대학에서 학위논문이 여러 편 나올 경우 대행실험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문제는 양방 개업의들처럼 한방 개업의들도 학위에 연연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방병원 수련의 C씨는 “실험이나 논문대행은 부지기수”라며 “주변에서 들어보면 공동 저자로 끼어들기, 제1 저자가 타인으로 바뀌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한 사람이 학회지 논문 투고와 심사를 동시에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이는 사례로 꼽힌다.

연구윤리 강화 방안으로는 우선 한방내과학회처럼 연구윤리서약서 제출이 거론된다. 이는 연구자의 양심과 자율성을 존중할 뿐 더러 연구부정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다. 논문 투고 시 연구자들의 역할을 명기하는 것도 공동저자로 슬며시 이름을 넣는 일명 ‘끼어들기(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된다.

교육 선행되고 표절 검색프로그램 등 적극 활용해야
한방내과학회 등 학회들 이미 연구윤리위원회 구성

연구노트 활용도 고려할 대목이다. 과기부는 연구노트 활성화 차원에서 도입 의무화 및 적극 활용하는 기관에는 인센티브를 적용할 계획이어서 대학 등 교육 연구기관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정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적용할 수도 있지만 한의학계 상황이나 학문적 특수성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권영규 부산대 한의전 교수는 “선진국의 윤리와 관련한 규정들을 그대로 수입한 윤리적 잣대가 한의학 분야의 그것과 일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 뒤 “아직 통일된 한의학적 연구방법론을 찾지 못했고 임상논문은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기술과 약물이 사용되는 만큼 의료윤리 확립이 연구윤리 확립보다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충열 교수는 연구·의료윤리 활성화를 위해 “교육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학회도 논문 심사 시 표절 검색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철저한 심사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현재 국회에는 ‘학술 진흥 및 학자금 대출 신용보증 등에 관한 법률(학술진흥법으로 개정)’ 전면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이 공포되면 정부에서 사업비를 지원 받은 기관은 자체 윤리규정을 마련하고, 거짓이나 그밖의 부정한 행위로 사업비를 받은 경우 지급한 사업비를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한의학계가 건강한 연구윤리 풍토 조성에 적극성을 보이는 건 김 교수 연구부정, 연구윤리 강화 관련 법안 마련 등 대외적 환경 변화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다. B교수는 “엄격한 윤리 잣대를 들이대면 자유로울 수 있는 한의대 교수가 몇 명이나 되겠느냐”면서도 “대외적 환경 변화에 발 맞추려는 한의학계의 모습들을 보면 앞날이 밝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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