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성진의 DVD보기 - 그랜 토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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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의 DVD보기 - 그랜 토리노
  • 승인 2009.10.2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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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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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마음의 상처 치유하는 보약
한국전쟁 참전 노인과 베트남 소년의 조우

<그랜 토리노>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비 방 아니 허 크리스토퍼 칼리

일교차가 큰 날씨는 감기를 안겨주지만 멋진 단풍도 만들어 낸다. 계절은 완연한 가을로 들어섰고, 사람들 마음도 얼룩진다. 그래서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 누군가는 단풍여행을 떠나고, 누군가는 책을 읽을는지 모른다. 가을 극장가가 흥행과 거리가 먼 이유다. 그러나 영화 한 편이 가을이 남긴 마음 속 상처를 치유해 주며,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를 느끼며 나도 모르는 사이 눈물을 흘리게 할 수도 있다. 올 3월에 개봉해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던 <그랜 토리노>가 그러한 작품이다.

자동차공장에서 은퇴한 채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월트(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한국전 참전의 상처로 괴로워 하는 남편의 참회를 바라던 아내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참회할 것이 없다며 신부님(크리스토퍼 칼리) 방문을 반기지 않는다. 어느 날, 이웃집 베트남 소년인 타오(비 방)가 갱단의 협박으로 월트의 72년산 그랜 토리노를 훔치려다 두 사람은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된다.

<그랜 토리노>라는 제목만 봤을 때는 정치적 내용을 담은 무거운 영화가 아닐까 싶었는데 그랜 토리노가 단지 자동차 이름인 것처럼 이 영화는 전혀 정치적이지도, 무겁지도 않은 영화이며 오히려 우리나라는 왜 이런 영화를 만들지 못할까 싶을 정도로 많은 생각을 떠올린다. 우선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명장의 작품이기에 일단 작품에 대한 신뢰성을 가져도 좋으며, 항상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이야기 속에서 그가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음미하면서 영화를 감상하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후 생긴 트라우마로 인해 평생 마음을 닫고 지내며 마치 사람들 사이에서 섬처럼 지낸 주인공이 역시 비슷한 증상을 지닌 타민족인 소년과의 만남을 통해 차고 속에 모셔두기만 했던 자신의 자동차 그랜 토리노를 밖으로 꺼내 놓는 것과 같이 전쟁 이후 닫아둔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소년과 소년의 가족에게 헌신적 행동을 보이는 건 아마 감독 자신을 비롯한 모든 미국인이 짊어진 과거에 대한 반성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아버지의 깃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체인질링> 등을 통해 역사적 사건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온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그랜 토리노>로 사람들 간의 소통과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올 가을, 울적하다고 느낄 때 <그랜 토리노>를 보고 난 후 내가 아닌 또 다른 사람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의 즐거움, 즉 소통과 치유 후에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통해 막혔던 것이 속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을 만끽했으면 좋겠다.

황보성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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