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성진의 영화읽기-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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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의 영화읽기- <2012>
  • 승인 2009.11.1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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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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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멸망 앞둔 인간군상 통해 오늘을 시사

볼거리 풍부하나 감동의 폭 적어

<2012>
감독 : 롤랜드 에머리히
출연 : 존 쿠삭, 아만다 피트, 치웨텔 에지오포

얼마 전, 자신의 아들이 열기구에 올랐다가 실종이 되었다는 부모의 신고에 의해 미국 전역을 비롯한 전세계가 놀랐던 해프닝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부모의 자작극으로 밝혀지면서 사람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는데 더 기가 찼던 것은 자작극의 이유였다. 바로 그 부모는 2012년 지구 종말을 대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 자신의 아들까지 이용했던 것이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그들처럼 2012년을 인류 멸망의 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마야인의 달력을 비롯한 여러 예언서에 의하면 2012년 12월21일을 인류 멸망의 시기로 잡고 있으며, 여기에 그럴 듯한 과학적 정황 등이 뒷받침되면서 전세계 인류들은 불안한 상황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물론 아직 이러한 소식을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도 바로 재난 블록버스터 <2012>를 통해 인류 멸망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저명한 과학자들은 오랜 연구 끝에 실제로 인류 멸망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하고 각국 정부에 이 사실을 알린다. 그리고 곧 고대인들의 예언대로 전 세계 곳곳에서는 지진, 화산 폭발, 거대한 해일 등 각종 자연재해가 발생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최후의 순간이 도래한다. 두 아이와 함께 가족여행을 즐기던 잭슨 커티스(존 쿠삭)는 인류 멸망을 대비하기 위해 진행해 오던 정부의 비밀계획을 알게 된다.

<인디펜던스 데이>와 <고질라>, <투모로우> 등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연출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2012>는 이전 작품들과 같은 명맥을 유지하며 3,100억원의 제작비가 투여된 규모에 맞게 다양한 CG로 관객들의 눈을 놀라게 한다. 지진, 해일, 화산 등 지금까지 나왔던 할리우드 재난영화의 소재들을 한 편의 영화 속에서 다 펼쳐 보이며 인류 멸망의 순간을 3년 앞서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스펙터클한 영상과 긴박감 넘치는 내용은 그리 조화되지 못한다. 그로 인해 여느 할리우드 재난 블록버스터 장르의 공식처럼 어떠한 위험상황 속에서도 절대 죽지 않는 주인공, 미국 중심의 영웅주의 등은 <2012>에서도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어 버리면서 오히려 자연재해에 대한 긴장감보다는 비현실적인 상황 묘사에 허무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올 여름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인 <해운대>가 과도한 CG보다는 휴머니즘과 유머를 적절히 섞으며 감동을 주었던 것과 다르게 <2012>는 볼거리 규모만큼은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크지만 감동의 폭은 역으로 줄어든 듯하다. 여하튼 <2012>는 인류 멸망의 극한 순간에 부딪힌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하지만 실제로 2012년에 인류 멸망은 오지 않는단다. 역시 영화는 영화일 뿐이니 너무 불안해 하지 말고 블록버스터 재난영화의 묘미를 맘껏 느끼길 바란다. <상영 중>

황보성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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