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 ‘마인드 전환’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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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들 ‘마인드 전환’ 관건
  • 승인 2010.06.0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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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기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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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홍삼 한의원 연대 성공할까
한의사들 ‘마인드 전환’ 관건
진안홍삼 한의원 연대 성공할까 

서울시한의사회와 진안군의 업무협약에 따라 6월 중순쯤 서울시 소재 한의원 30곳에서 건강기능식품인 진안홍삼 홍보·전시판매가 시작된다. 한의원은 새로운 수입원을 만들고 진안군은 한의사가 판매한다는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일치했다. 홍삼은 한약이므로 한의사가 다스려야 한다는 대의명분이 무게 중심을 잡아줬다.

협약에 따라 진안군은 전시·판매대 등 약 300만원이 소요되는 제반 비용 중 250만원을 부담해 참여 한의사의 부담을 50만원으로 줄였고 서울시한의사회는 모집공고를 내는 등 회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회원들 반응은 긍‧부정적 시각으로 엇갈리고 있다. 부정적 의견을 표출하는 쪽은 시장성 등 경영적 측면이 아니라 사회적 위신을 앞세우는 실정이다. “의료인으로서 건강기능식품을 취급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 “건강기능식품은 결국 한약을 고사시킬 것인데,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격이다” 등이 그 예다.

모 교수는 이에 대해 “미국의 경우 환자 치료보조제로 적극 권유하면서 건강기능식품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의사들”이라며 “살아 남기 위해선 1조원대의 홍삼시장과 2조원대에 육박하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한의사들이 수수방관하는 사이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한약시장을 잠식했다. 그럼에도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의사 업체는 여전히 (주)뉴메드(대표 김호철), (주)함소아제약(대표 최혁용), 허브큐어(대표 김효준)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면 건강기능식품 관련 한의계의 리트머스가 될 서울시한의사회와 진안군의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최형일 강남성심한의원장은 “가장 절실한 것은 한의사들의 마인드의 전환”이라며 “홍보·전시판매대만 설치해 놓고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말고 한의학 원리에 입각해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지식을 학습해 전문가다운 모습을 보여줘 신뢰를 안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의료계 치료보조제 등 건기식 시장 주도
1조원대 홍삼시장 공략… 권위주의 탈피 절실
“판매매출 진료매출로 연계 선순환구조 형성”


(주)함소아제약의 최혁용 원장도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한의사들의 시각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원장은 “함소아제약의 건강기능식품 매출이 증가하면서 함소아한의원의 매출도 더불어 증가했다. 조사결과 제품판매 매출만 늘어난 게 아니라 진료 매출까지 증가했다”며 “함소아라는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인지도가 증가하면서 만들어진 선순환의 결과라 생각한다. 이는 건강기능식품과 한의원의 공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의사 개개인의 의식 변화를 꼽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이와 동시에 협회의 기능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공감을 얻고 있다. 한의사이면서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투신한 김효준 허브큐어 대표는 “제품의 특성에 대한 파악과 함께 판매기술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며 “진정한 판매기술은 건강기능식품을 한의학과 연결해 임상에 적용하고 치료효과를 보여 환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주)뉴메드의 김호철 경희대 한의대 교수도 “중국에는 ‘중의보건식품’이 따로 특화돼 있는데, 우리도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한약과 건강기능식품을 체계적으로 분류, 정리하는 등 한의학적 이론 정립이 필요하다”며 “건강기능식품이 질적으로 세분화돼 가는 과도기인 만큼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은 크게 ‘고시형’과 ‘개별인정형’ 2가지로 나뉜다. 홍삼을 비롯해 비타민, 클로렐라, 글루코사민 등 이미 그 기능이 충분히 입증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고시해 허가한 것이 ‘고시형’ 건강기능식품이다.

‘개별인정형’이란 ‘고시형’ 외에 새로운 소재로 안전성과 기능성을 입증하는 객관적, 과학적 시험을 통해 식약청으로부터 인정받은 식품이다. 까다로운 조건과 연구비용이 부담이지만 경쟁업체가 넘보기 힘든 독점권을 갖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CJ뉴트라는 2008년에만 총 8건의 ‘개별인정형’ 소재를 상품화해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한 LG생활건강, 대웅제약, 유니베라, 대상 등이 미용, 관절, 혈액순환, 체지방 분해, 남성전립선 등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 개발에 뛰어들어 큰 성과를 냈다.

이석원 한의사협회 약무이사는 “한의계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선 ‘고시형’인 홍삼 등을 적극 수용하면서 ‘개별인정형’을 준비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며 “고혈압, 당뇨, 치매, 관절 등의 질환은 한의학의 경쟁력이 비교적 높다”고 분석했다.

김호철 교수는 “한의사들이 다루는 건강기능식품은 달라도 뭔가 다르다는 인식이 생겨야 한다”며 “한의학적 치료에 적용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려면 우선 한의사들의 부정적인 생각이 바뀌고, 둘째 협회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고, 셋째 보수교육을 통해 이를 한의사들에게 학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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