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불연 용주사 의료봉사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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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한불연 용주사 의료봉사현장
  • 승인 2010.08.1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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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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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 합장한 채 “고맙습니다” 연발

환자들 합장한 채 “고맙습니다” 연발
외국인 근로자 무료한방진료 매주 실시

르포- 한불연 용주사 의료봉사현장

매주 일요일 경기도 화성시 용주사에서 외국인을 위한 의료봉사를 실시하고 있는 한의사불자연합회 회원들을 찾은 것은 광복 65주년을 맞은 8월15일이다. 전날의 폭우가 무심하게 강한 햇빛으로 더운 날씨였다. 한방진료실은 용주사 맞은 편에 있는 한 건물의 2층이었다. 평일에는 사무실로 이용되고 있는 곳인데 일요일에만 임시 진료실로 탈바꿈한다.

치료실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남녀로 나뉘어 칸막이가 설치됐다. 진료시작 시간은 12시30분이지만 12시를 조금 앞둔 시간임에도 이미 꽤 많은 환자들이 앉아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료실을 총괄관리하고 있는 본각스님은 “환자들이 좀 더 빨리 진료를 받기 위해 접수를 미리 하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날 진료를 담당하게 될 한의사는 김용기, 정미림, 권현영 원장 총 3명이다.

대기 환자들과 본각 스님(맨 왼쪽)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접수한 순서대로 진료의를 한명씩 연결해 주는 것은 용주사 소속 보살님들이다. 자발적으로 봉사에 나선 이들이다. 4명의 진료 보조인들은 접수와 치료보조, 그리고 5가지의 처방약 배급을 각각 담당한다. 이 중 가장 손놀림이 바쁜 이들은 역시 진료실 보조다. 한의사들이 환자에게 침과 부항, 뜸 치료를 할 때면 옆에서 필요한 의료기기들을 챙겨준다. 한 봉사자는 오늘로 3번째 참여한다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한의사들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괜찮다. 점차 익숙해져 가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 수는 더 늘어났다. 제 시간에 맞춰온 정미림, 권현영 원장은 도착하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바로 가운을 입고 진료에 투입됐다. 치료에 걸리는 시간은 보통 20여분 정도. 뜸치료 등 시술이 추가돼야 할 경우는 시간이 좀 더 걸린다.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들이는 정성은 한의원 내에서나 밖에서나 마찬가지였다.

치료실을 나서는 환자들은 한의사들을 향해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면서 연신 “고맙습니다”를 연발했다. 두 번, 세 번째 찾은 환자들도 여럿이었다. 진료를 받았던 한의사를 직접 찾아가는 열혈팬도 생겼다. 정미림 한의사는 “오늘 진료실을 찾아왔던 한 여자환자는 항암치료를 받았던 분인데 지난번에 치료를 받은 후 우리 한의원을 찾아 한약을 먹었다. 상태가 훨씬 좋아져 매우 만족스러워했다”고 말했다.

당번은 아니지만 이날 진료에 힘을 보탠 천병태 원장은 “의료봉사에서는 공간이나 치료기기의 제약 때문에 어느 정도 치료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상태가 좀 더 심각한 환자의 경우는 약침이나 물리치료, 한약 같은 다른 요법들도 함께 시술할 수 있으면 훨씬 더 효과가 좋을텐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보살들 자원봉사자로 진료 보조
진료 한의사 찾는 ‘열혈팬’ 생겨
“동참 회원 늘어 부담 나누기를” 

한불연 소속 회원들이 당번을 정해 돌아가며 진료를 맡지만 매번 70여명 가까이 오는 환자들을 2~3명의 진료의가 보기엔 버겁다. 정미림 원장은 “일요일 하루 쉬는데 봉사에 나오게 되면 하루도 못 쉬는 주가 된다“며 “회원들이 좀 더 많아져 서로가 부담도 덜고 뜻 깊은 일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본각 스님은 “치료 받으러 오는 환자가 점점 더 늘고 있다”며 “치료를 받았던 사람들이 주변에 얘기를 전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본각 스님는 신도들에게 한방진료실을 홍보하는 홍보맨의 역할도 겸한다. 기다림에 지칠법한 신도들과 대화를 하면서 지루함도 덜어주곤 했다.

김용기(왼쪽) 권현영 한의사가 환자들 다리에 정성을 다해 치 시술을 하고 있다.

진료 시작 전 주지 정호 스님과 한불연 회원들이 잠시 환담을 가진 자리에서 이수완 한불연 회장은 “한의학에 대한 배려와 호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지원을 아끼지 않는 용주사와 정호 스님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전인적인 치료를 하는 한의학은 불교와도 연관성이 깊다”고 화답한 정호 스님은 한방치료를 애용하는 친(親) 한방인이다.

아쉬운 점은 처음 시작 취지와는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 화성 지역에 많은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 가정을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는데 외국인은 10명 내에 그치고 있다. 이수완 회장은 “의료봉사를 하다 보면 형식적으로 흘러가기 마련이어서 지역과 연계될 수 있는 특성 있는 봉사활동을 하자 해서 만든 것인데 상황 판단에 조금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용주사는 한방진료실의 호응에 힘입어 다른 협력방안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정호 스님은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이수완 회장은 “주지 스님이 한의학과 관련해 좀 더 큰 뜻을 갖고 계신 듯하다”고 설명했다.

한불연은 현재 고민이 많다. 회원들이 좀 더 모아지지 않으면 매주 의료봉사가 어느 순간 한계에 다다를 지도 모른다. 고민에 빠진 한불연의 모습을 보면서 60대 한 여자환자의 말이 생각났다. “진료실이 매주 계속 열렸으면 좋겠어요. 한의사 선생님들, 용주사에 오래도록 와주세요.”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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