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화칼럼] 우리말에 낀 때, 일본말 찌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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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화칼럼] 우리말에 낀 때, 일본말 찌꺼기
  • 승인 2003.04.1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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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파동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광고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 중 하나로 전통주 제조업체인 금산인삼주는 총리의 신사참배와 역사 교과서 왜곡과 관련해 고이즈미 일본 총리를 꾸짖는 신문광고를 실었다. `깨어나라 고이즈미'란 제목의 이 광고는 “고이즈미 총리, 안타깝습니다”라고 운을 뗀 뒤 “좋은 술을 드신다면 총리의 역사관이 바뀔 수 있을텐데…”라고 말했다. 좋은 술을 마셨다면 술이 덜 깬 듯한 망언·망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인한 우리 국민들의 분노가 반영된 광고이다. 정신대 할머니와 역사학자들은 물론이고, 문인, 법률가, 학생, 교사, 시민단체, 심지어 우익보수단체들까지 나서서 규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을 나무라기에 앞서 우리가 먼저 스스로 반성하는 자세를 보일 때 그들은 드디어 우리를 자극하는 행동을 쉽게 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생활 속을 되돌아보자.
일상생활 어디에고 잘못된 일본말 찌꺼기가 무심코 쓰여지고, 전자제품의 무분별한 일제 선호, 일본 만화, 비디오, 가요 등에 푹 빠져있는 청소년들을 보며 일본인들이 우리를 무시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뛰어난 기술력의 전자제품이나 흡인력있는 그림의 만화 등을 보면 어찌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잘못 조합된 일본말 찌꺼기를 쓰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힐 따름이다. 소위 지식인들도 아무 거리낌없이 쓴다

예를 들어보자.

곤색(紺色, こんいれ <- 진남색), 사라(さら <- 접시), 찌라시(ちらし <- 선전지, 광고 쪽지), 아나고(あなご <- 붕장어), 와사비(わさび <- 고추냉이 양념), 요지(ようじ <- 이쑤시개) 등은 분명 일본말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말로 오해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반성없이 쓰고있는 한자말 중 다음과 같은 것들은 일본 한자어이다. 우리말로 바꿔 써야 하겠다. 일본 가부끼문화의 18번째를 말하는 십팔번(十八番,じゆうはちばん)은 '장기, 애창곡'으로, 방송인들도 무분별하게 쓰는 오지(奧地,おくち)는 '두메, 산골'로, 촌지(寸志,すんし)는 돈봉투로, 애매(曖昧,あいまい)는 모호로 바꿔야 함은 물론 '애매모호'로도 쓰지 말아야 한다. '역전앞'같이 이중으로 복합된 낱말이 되기 때문이다. 고수부지(高水敷地,しきち)도 '둔치, 강턱'으로 바꿀 일이다.

그런데 더욱 문제인 것은 서양말을 일본식으로 잘못 바꿔놓은 말들이다. 돈까스는 원래 'pork-cutlet'인데 돼지 '돈(豚)'자와 말도 안 되는 '까스'라는 말을 붙여 사용하고 있다. '돼지고기튀김'이라고 하면 알기 쉽고 자존심 살리는 말일 것이다. 만땅(滿-tank)은 가득찰 '만(滿)자와 영어로 tank를 붙였는데 탱크가 아닌 땅으로 소리를 낸다. 스덴(stainless)의 경우는 stainless(스테인리스)라고 제대로 부르던지 우리말로 녹막이라고 하면 될 것을 '녹'이란 뜻인 스덴(stain)이라고 함으로써 전혀 엉뚱한 말이 되었다.

영어 발음을 지독히도 못하는 사람들이 일본인들이다. 그런 일본사람들이 잘못 만들어 놓은 엉터리 외래어를 비판 없이 무심코 받아쓰는 것은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저버린 행위가 아닐까?

또 한심한 경우는 음식점에 흔히 보이는 "닭도리탕"이란 말이다. 도리는 한자로 조(鳥), 즉 새란 일본말이다. 그렇다면 "닭도리탕"은 "닭새탕"이란 말이 된다. 참으로 이상한 말이 쓰여지고 있다.

우리 민족이 뭐가 일본인들보다 못해서 그들에게 무시당하여야만 하는가? 우리말, 우리글이 좋지 않은 것이어서 일본 것을 써야한다는 말인가? 우리말 속에 낀 일본말 찌꺼기를 씻어내어 다시는 일본인들이 우리 배달겨레를 깔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그러면 일본이 역사교과서 왜곡 같은 일을 저지르기가 두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민족문화운동가 김 영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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