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정의 및 핵심가치 파악이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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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정의 및 핵심가치 파악이 최우선
  • 승인 2011.05.1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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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기자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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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릴레이 인터뷰 52 | 박영배 경희대 진단생기능의학과 교수

한의학의 정의 및 핵심가치 파악이 최우선
생기능의학, 한의진단과 치료 정량화로 설명

의학이 발전하고 세분화 되면서 인체의 기능 상태를 분석하고 진단하는 일도 전문화·특성화되고 있다. 한방진단분야 역시 시대의 변화에 맞춰 전문화·특성화가 요구되며 이를테면 전통적인 한의학적 맥진 이론을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경희대 한의대 임상학교실 진단생기능의학과 박영배(58) 교수는 한의학적 맥진 이론을 현대화하기 위한 기반 기술을 확보하고, 각종 생체 기능검사용 측정 기기의 임상연구를 한의학적 시각에서 진행하는 등 현대화된 진료를 수행하고 있다.

  생기능의학이란?

생기능의학(生機能醫學, biofunctional medicine)은 역동적 생명력을 나타내는 ‘bio’와 안정적 기능상태를 의미하는 ‘function’이 결합된 용어로, 심신(心身)을 여러 기능 중심으로 한의학적 관점에서 평가하고 관리하여 미병(未病)관리 및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임상의학이다.

“정통 한의학에서는 인체를 음양, 기혈, 경락 등의 생리체계와 변증이라는 진단, 병리체계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생기능의학에서는 정통 한의학적 개념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이러한 생리, 병리체계를 ‘기능(機能, function)’이라는 직관적 단위로 해석하고 관리하죠.”

즉 생기능의학은 여러 기능단위로 심신을 검사·관리함으로써 미병을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방법론인 것이다.

  기능의학이 나온 배경

경희대 본과시절 박 교수는 맥진기를 최초 개발한 이봉교 교수(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의 영향으로 ‘인체에서 나온 신호들을 한의학적으로 연구해보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을 품었다. 그 생각은 이후 경희의료원에서 침구과 수련의를 마치고 잠깐 동안 전자공학을 공부하게 된 이력으로 이어졌다.

“한의학과 공학을 함께 연구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의학에서 얘기하는 것들이 숫자로 표현된다면 충분히 근거중심의학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바꾸어 말해 한의학이 근거중심의학이 되려면 정량적인 값이나 지표가 있어야 하고, 정량적인 지표를 얻기 위해서는 정확한 측정이 필요하고, 측정을 하려면 각종 의료기기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박 교수는 한의학의 진단과 치료의 핵심을 ‘정량화’로 보고, 현재 경희대 한의대 임상학교실 진단생기능의학과에서 전통적인 한방진단분야를 계량화하고, 각종 생체기능 검사법을 임상에 도입해 한의학의 현대화, 정보화, 정량화를 위해 심도 있는 연구를 추진 중이다.

“임상별로 그것을 측정하고, 측정된 값이 한의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분석한 후 진단과 치료에 있어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설명하는 일을 바로 생기능의학에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같은 박 교수의 노력 덕분에 현재 생기능의학의 많은 내용이 이미 보험항목으로 진입했거나 준비 중이다. 2008년에는 생기능의학 교과서가 출판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생기능의학 전임교수가 있는 한의대는 아직 4~5군데에 불과하며, 전문의 과정이나 국가고시에 포함돼 있지 않는 등 한의계에서 생기능의학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의학의 정체성은?

“한의학적이란 게 무엇일까요?”

박 교수가 그동안 한의학을 연구하고 임상을 하며 품었던 가장 커다란 화두는 바로 한의학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였다. 결국 박 교수는 생기능의학의 정립을 통해 그 의문을 조금씩 풀어가며 한의학의 존재의 이유 또한 설명해가고 있는 것이다.

“한의학은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만약 몸에 염증이 생겨 한약으로 치료하고자 할 때, 서양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탕약 안에 소염효과가 있느냐가 중요한 접근방법이 되겠죠, 그러나 소염효과로만 보면 사실 양약이 더 효과가 좋습니다. 그러나 한약은 양약에 비해 소염효과가 크지 않더라도 병이 나을 수 있습니다. 즉 한약 안에는 소염효과 외의 또 다른 메커니즘이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바로 꼭 소염효과가 아니더라도 병을 낫게 해줄 수 있는 것을 풀어내는 것이 한의학의 핵심가치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의학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한의학의 핵심가치는 무엇인지를 바로 알고 그것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문제에 닥쳤을 때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질문을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의계가 현재 위기라고들 하는데 이럴 때 일수록 성급하게 나아가는 것보다는 한의학에 대한 기본 정의, 즉 장점 및 단점 그리고 한의학이 필요한 이유 등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그 속에서 분명 발전적인 것들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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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 동신대병원 한방병원 침구과 교수, 대한침구학회장도 맡고 있다.
침구학 교수로 그동안 한의학을 꾸준히 해 왔지만, 다른 학문과의 소통도 중요하게 생각하며 한의사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한의학을 바라보고자 법학과 고대사를 공부한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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