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 우리과학] 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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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우리과학] 화로
  • 승인 2003.04.2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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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 대대로 이어지는 財運의 상징

화로는 근래까지 우리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품으로써 그 용도가 다양했다. 원시적인 발화 기구밖에 없었던 예전에는 불씨를 간수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해 불씨가 집안의 財運을 좌우한다는 俗信까지 생겨났다. 그래서 불씨가 담긴 화로를 시어머니가 맏며느리에게 대대로 물려주는 가문이 있었으며, 宗家에서 분가할 때는 그 집의 맏아들이 이사하는 새 집에 불씨 화로를 먼저 들고 들어가는 것이 관례였다. 불씨에 대한 이런 관념 때문에 젊은 아낙이 불씨를 꺼뜨린 죄로 시집에서 쫓겨나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집을 짓거나 이사한 집에 성냥이나 양초 따위를 선물하는 관습도 이런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화로가 차지하는 자리는 제한이 없었다. 상하계층이나 빈부의 차에 관계없이, 부엌에서부터 마루, 안방, 건넌방, 사랑방 혹은 뜰이나 대문간, 안팎의 마당 등 어느 곳에도 자리를 잡을 수가 있었다. 불씨를 보존하는 아궁이의 보조 수단일 뿐만 아니라 겨울이 되면 온돌과 더불어 실내를 덮혀주는 난방기구로서 사용되었다.

아침 저녁으로 군불을 때고 난 후, 아궁이로부터 숯을 꺼내어 화로에 담는다. 이 화로불에 삼발이를 놓고 찌개나 된장 뚝배기를 얹어 끓이기도 하고, 밤을 굽기도 하며 담배 불씨나 바느질할 때 인두를 꽂아 뜨겁게 달구는 데도 쓰였다. 또한 상류가정에서 주인이 아랫목에 앉아 손님을 맞을 때에는 화로를 손님 가까이 놓는 것을 예의로 삼았으며, 서민층에서도 화로를 연장자나 손님 곁으로 밀어주어서 따뜻한 정을 표하였다.

화로를 사용하다보면 숯의 불완전 연소로 인해 머리가 아픈 경우가 있다. 이런 현상을 ‘불머리’라 하는데,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숯을 화로에 담은 후 소금을 뿌렸다. 지금도 ‘소금구이’라 해서 고기를 숯불에 구울 때 왕소금을 발라 굽는 것이 있는데, 이 또한 조상의 슬기를 이용한 한 예라 하겠다.

화로가 상하, 빈부의 차이에 상관없이 두루 쓰였지만, 그 재료는 생활수준에 따라 달랐다. 서민들이 사용하던 것은 질화로와 무쇠화로였는데, 그중에서도 질화로가 주종을 이루었다. 질화로가 무쇠화로에 비해 견고하지는 않지만, 저렴한 데다가 열 전달 계수가 낮아 불씨를 오래 간직하고 은근한 온기를 줄 수 있었던 것이 이유이다. 생활이 윤택한 집안에서는 놋화로와 돌화로를 사용했다. 놋화로는 전이 넓고 별도로 다리를 해 붙인 특징이 있고, 돌화로는 재료로 쓰인 곱돌(활석)이 열 전달 계수가 낮아 따뜻한 기운을 오래 간직할 뿐아니라 그 형태에 공예적인 아름다움이 깃들어서 상류층의 사랑을 받았다.

화로의 재료에 따라 약간의 차가 있겠지만, 불씨를 오래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숯이 타면서 생긴 재 때문이다. 숯을 둘러싸게 되는 재로 인하여 숯의 급격한 연소가 제어되어 오래도록 불씨가 보존되고, 훈훈한 온기를 주었던 것이다.

자료제공:한국과학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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