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라운지] 맥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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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라운지] 맥주이야기
  • 승인 2003.04.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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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찬 거품이 제맛 낸다

가만이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계절. 술꾼에겐 시원한 맥주만큼 그리운 게 없을 그런 휴가철이다. 이번 주엔 라운지에 둘러앉아 맥주얘기나 나눠보자.

우선 맥주의 원료부터 보자. 발아한 곡물, 호프, 이스트 그리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이다. 곡물은 보통 보리 혹은 밀이며 가끔 쌀이나 옥수수도 이용된다. 특히 호프는 맥주에 상쾌한 쓴맛과 독특한 향기를 주고, 맑게 해 주며 거품이 잘 나게도 하고 또한 부패도 막아주는 가장 중요한 원료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녹색 황금’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럼 맥주는 어떤 공정을 거칠까. 맥주는 담금→발효→저장→열처리 등 4가지 공정을 거친다. 담금 공정은 맥주의 원료인 맥즙을 만드는 과정. 잘게 부순 맥아와 더운 물을 큰 통에 넣은 뒤 전분을 섞어 60∼70도의 온도로 유지하면 전분이 당분으로 변해 맥즙이 생긴다. 이 맥즙을 천천히 걸러내 호프를 넣어 펄펄 끓이면 맥주 특유의 쓴 맛과 향이 나고 단백질이 응고 분리되면서 맑은 액체가 된다. 뜨거운 맥즙을 5도 정도의 온도로 식혀 효모를 첨가한 뒤 발효탱크에 넣어 발효공정을 거친다. 효모의 활동으로 맥즙의 당분은 알코올과 탄산가스로 분해되고 쓴 맥주가 나온다.

쓴 맥주는 저장탱크로 옮겨져 0도의 온도에 저장된다. 이때 맥주는 남은 효모에 의해 천천히 숙성되고 탄산가스가 맥주에 스며들면서 맥주의 맛이 나기 시작한다. 숙성을 끝낸 맥주에서 효모를 걸러내면 투명한 호박색으로 변하면서 맥주 본래의 맛을 자아낸다. 이 맥주가 생맥주이다. 담금에서부터 저장 공정까지 걸리는 기간이 약 2개월.

완성된 맥주를 병이나 캔에 담은 뒤 60도 정도의 물을 끼얹는 열처리 공정을 통해 미생물을 살균한다.

맥주는 실내온도(18∼21도)에서 발효되는 에일(Ale)맥주와 下面발효 효모에 의해 낮은 온도(2-10도)와 긴 발효기간을 통해 발효되는 라거(Lager) 맥주로 크게 분류한다. 라거란 ‘저장하다’란 의미의 독일어 lagen에서 나온 말로, 살균처리 과정을 거쳐 저장할 수 있는 맥주라면 모두 라거맥주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생맥주(Draft/Draught)는 저온으로 발효시킨 맥주로, 발효균이 살균되지 않은 맥주다. 병맥주와 생맥주의 차이는 제조과정의 마지막에 열처리 여부에 있다. 즉 병맥주는 열처리를 해 효모가 죽은 맥주이고, 생맥주는 효모가 살아 남아 계속 발효 중인 맥주라 할 수 있다. 생맥주는 살균하지 않은 맥주이기 때문에 풍미는 살아 있지만, 살균 처리가 되지 않아 운반과 저장을 잘해야 한다.

맥주는 델리케이트한 음료이기 때문에 취급이 까다롭다면 까다롭다.

첫째로 진동이 없어야 한다. 물리적인 자극에 의해 탄산가스가 분리, 병속의 가스압이 올라가 마개를 딸 때에 펑 소리와 함께 분출의 원인이 된다. 맥주를 운반할 땐 눕히지 말고 병마개를 따기 전에 마개를 두드리는 것도 좋지 않다.

둘째로 너무 차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맥주 속의 단백질이 굳어서 混濁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분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지근한 것도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차갑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계절에 따라 맛있게 느끼는 온도가 다른데, 봄과 가을에는 8∼10도, 여름에는 6∼8도, 겨울철에는 10∼12도 라고 한다. 이 온도에서 거품이 가장 잘 생기고, 탄산가스도 제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온도가 높으면 거품만 나오는 김빠진 맥주가 되기 쉽고 반대로 혀가 마비될 정도의 차가운 온도에서는 맥주맛도 싱거워지고 5℃이하가 되면 단백질이 엉겨서 혼탁해 잘 수가 있다.

셋째 햇빛을 피한다. 맥주병이 갈색이나 녹색인 것은 자외선을 막기 위한 것이다. 요즈음은 특수한 효모를 사용한다는 완전 투명유리병 맥주도 있지만, 유색병이 자외선을 차단해 줌으로써 맥주의 분해를 막아 日光臭없는 신선한 맛을 유지해 준다고 한다.

넷째 마시는 잔은 깨끗해야 한다. 지저분한 유리잔을 쓰면 기분도 좋지 않지만, 거품이 잘 안 생기지 않는다. 뜨거운 물로 깨끗하게 닦고 엎어서 물기가 자연히 마르게 하는 것이 좋다. 마시기 전에 잔을 냉동실에 넣어 차게하는 것(프로스트 글라스)도 시원한 맥주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요령의 하나다.

다섯째 따르는 요령이 필요하다. 이상적인 거품의 두께는 2∼3㎝ 정도. 잔을 병쪽으로 45도 정도 기울여서 따르다가 반 이상 차면 점점 세우면서 따르면 거품이 아주 예쁘게 생긴다.

그리고, 맥주잔에 첨잔은 절대 금물이다. 맥주가 남아 있는 컵에 새 맥주를 따르면 하향평준화로 새 맥주 맛이 금방 가버린다.

맥주잔은 거품이 꺼지기 전에 단숨에 원샷으로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거품은 맥주 속에 들어있는 탄산가스가 밖으로 날아가는 것을 막고, 맥주가 공기에 접촉해 산화되는 것을 방지해 주기 때문에 일부러 거품을 걷어낼 필요는 없다. 맥주의 꽃은 역시 거품아닌가. 거품의 순백과 맥주의 황금색 대비를 음미하는 맛도 일품이다.

현재 국내서 유통되는 맥주는 330㎖, 500㎖, 640㎖, 355㎖(캔), 500㎖(캔)등 종류도 많으며 알콜도수도 4.1%에서 4.5%, 5% , 5.6%등 매우 다양하다. 지난한 해 우리나라 맥주소비량은 성인 1인당 500㎖ 짜리 120병이라니 ‘술國’이란 소리를 들을 만도 하다. 5% 맥주 500㎖ 1병의 알콜함량은 20g(알콜 비중 0.8g/ml). 알콜 1g은 7 kcal에 해당하므로 맥주 1병은 140칼로리. 안주까지 감안하면 사흘에 밥 한 공기씩을 더 먹는 셈이 된다. 맥주와 관련된 얘기 한토막 더하고 끝내자.

맥주 병마개의 톱니수는 몇 개쯤일까? 원래 맥주 뚜껑은 포도주처럼 코르크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코르크는 따기가 어렵고, 포도주와 달리 맥주에는 탄산이 많기 때문에 뚜껑을 연 후에는 샴페인처럼 넘쳐나오는 등 편하게 마실 수가 없었다.

그러다 1892년 영국의 윌리엄 페인트라는 사람이 현재와 같은 쇠로 된 마개를 발명했다. 그때 톱니를 21개로 만들었는데, 그것이 현재까지 고정이 되어서 모든 뚜껑의 톱니수(스커트)는 21개로 되어있다.

맥주와 관련해 또 하나의 궁금증은 맥주는 몇 천 cc씩 마실 수 있는데, 물은 왜 그렇지 못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물과 맥주는 몸에서 흡수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맥주는 위에서부터 흡수가 되는데, 물은 위를 지나 소장, 대장까지 가야만 흡수가 된다. 또한 맥주에 들어있는 탄산 등의 여러 성분이 소화를 돕는 역할도 한다고 한다.

나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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