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리뷰 | 티벳 의학(Tibetan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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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리뷰 | 티벳 의학(Tibetan medicine)
  • 승인 2011.09.2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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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화

김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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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과 유사하지만 정신의학과 예방의학적 측면 强해

한의학과 유사하지만 정신의학과 예방의학적 측면 强해
독일화된 티벳 의학 교육, 한의학 세계화 참고 대상

지난 8월 28일 ‘2011년 한의학 국제 박람회 기념 동양전통의학 세미나’에서 티벳 의학자인 Dr. Sonja Maric(소냐 마리치·사진)씨의 강의를 통역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Sonja Maric씨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티벳 의학자로서 독일의 의사들(M.D.)들에게 19년째 티벳 의학을 가르치고 있는 분입니다. 평소 해외 진출에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해외시장에서 설득력 있는 한의학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왔던 터라, 동양 전통의학의 현재 동향과 앞으로의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불교의 정신세계 구현

제게도 티벳 의학은 생소한 분야였는데, 통역 준비를 하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티벳은 히말라야산맥의 고산에 둘러싸여 있어, 티벳 의학은 그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외부에 알려지거나 다른 의학에 접목되는 일이 드물다가, 8세기 경 이슬람 침입으로 파괴된 인도의학을 고스란히 이어받고, 중국 의학 등을 흡수하면서 그 의학체계를 확장, 발전시키게 됩니다. 그리고 실크로드를 통해 유럽으로 흘러 들어가, 신비한 의학(spiritual medicine)으로 알려지게 됩니다.

구글(google.com)이나 유튜브(Youtube .com)에서 Tibetan medicine으로 검색을 하면, 티벳의학에 관한 많은 자료들과 미국, 유럽 내의 클리닉 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특히 불교의 정신세계를 구현하는 ‘정신’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티벳의학의 특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유럽에서는 3대 동양의학에 중의학, 아유르베다 의학, 티벳 의학을 꼽을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치료의 핵심
이번에 Sonja Maric씨의 강의는 티벳 의학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고, 기본 개념들에 대한 개괄과 특히 본인이 운용하는 체질론에 대해 주로 다루었습니다.

티벳 의학은 역사적으로 티벳 불교와 깊은 연관을 가지고 발전해 왔으며, 고대 티벳에서는 의학을 정치·종교만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티벳 전통의학 경전인 「사부의전(四部醫典)」은 ‘전인의학’의 진가를 보여주는데, 약사여래 부처가 제자들에게 전하는 「사부의전」의 핵심은 “욕망(욕구, 열정, 애착), 화(안달, 격노, 증오), 좁은 마음(우둔한, 닫힌 마음, 냉담)이라는 정신적인 삼독(三毒)이 질병의 근원”이라고 하여, 건강이 심신의 조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이 각각은 불교에서 인간을 고통에 빠뜨리는 3대 번뇌라고 말하는 탐(貪), 진(瞋), 치(癡)에 해당합니다. 이것이 티벳 의학의 최대의 특징이자 강점인 마음을 다스리는 치료의 핵심입니다. 「사부의전」에서 “8만 4천개의 정신적 문제가 8만 4천개의 질병을 일으킨다”라고 했을 만큼, 정신적인 독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의학입니다.

티벳 의학의 3대 특징
Dr. Maric에 의하면, 티벳 의학은 3가지 큰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 첫째는, 3 요소론(three humors concept)입니다.

즉, 인체의 생리 병리 현상을 카테고리화, 개념화하는 요소론인데, 이것은 한의학의 精-氣-神, 아유르베다 의학의 바타-피타-카파와 유사점을 갖습니다. 둘째는 심신일여의 관점(mind-body concept)이고, 셋째는 인체를 소우주(micro-macrocosmic analogy)로 보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동양 전통의학을 아우르는 공통점들을 볼 수 있습니다.

냄새와 맛을 이용하는 진단법 발달
티벳 의학의 진단법 또한 청진, 맥진, 설진, 눈과 귀의 정맥을 살피는 등 한의학과 유사한 점이 많은데, 특이한 점은 냄새와 맛을 이용하는 진단법이 발달해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아침에 배출되는 소변을 받아서 색깔과 냄새를 관찰하고, 휘젓고 난 뒤에 나타나는 거품이나, 침전물, 부유물 등을 관찰하여 질병을 파악하는 尿診이 발달해 있습니다.

티벳이 고원지대이고 인구밀도가 낮아서 환자가 직접 의사가 있는 곳까지 올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호자가 환자의 소변을 가지고 의사를 방문하면, 그것을 다시 데워서 검사할 수 있도록 특이한 방법들을 개발해왔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뜸 사혈, 금침, 마사지, 온열요법, 영양요법, 생할 습관 교정, 약초요법, 운동 치료, 마음치유명상 등의 한의학과 유사한 치료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체 생리의 3대 기본요소
티벳 의학에서는 바람(Wind), 담즙(Bile), 점액-담(Phlegm)의 세 가지가 인체 생리의 기본적인 요소로서, 인체가 생명을 유지하도록 하는 물질적인 기초이며, 이들의 균형과 불균형이 인체의 건강 여부를 결정합니다.

‘바람’
이 중 바람(Wind)은 한의학의 氣와 유사한 것으로 신경계와 관련되고 마음을 전달하는 요소입니다. 호흡과 운동조절, 에너지 생성, 정신활동과 생명력 주관에 관여합니다. Wind형 인간은 예민하고 직관적인 사람, 예술적이고 창의적이고, 불안정하기 때문에 두려움과 불안을 기본적으로 내장하는 인간형입니다.

‘담즙’
담즙(Bile)은 火의 의미를 가져서, 혈액순환, 소화, 체온, 발한 등을 조절하며, Bile형 인간은 자아가 강하고 지배적인 성격을 가집니다. 또한 Bile의 병증은 주로 인체 상부에 나타나게 됩니다.

‘점액-담’
점액-담(Phlegm)은 水와 土에 해당하는 것으로 비위(소화기능), 배뇨 기능, 체중조절, 수면 등과 관련되며, phlegm형 인간은 주로 인내심이 강하고, 느릿느릿하며 보수적이고 물질을 강조하는 측면을 가집니다. 병증은 주로 인체 하부에서 찬 성질과 관련하여 나타납니다.

또한, 각각의 체질별로 피해야 할 음식과 생활법, 권장되는 식이와 생활방식을 설명하였는데, 이와 같은 식습관, 생활습관 등의 섭생이 약물이나 침 뜸과 같은 외부적 처치보다 우선하게 됩니다. 이것은 섭생 및 관리를 중요시하는 티벳 의학의 예방의학적 특징이 잘 반영되는 것입니다.

한의학 세계 진출 시 시사점
티벳 의학은 한의학과 유사한 점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정신의학을 강조한다는 점과 예방의학적 측면이 강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동안 티벳 의학에 대한 국내 한의학계의 관심은 매우 저조하였습니다.
장은영의 「티벳의학에 관한 고찰 (1)·(2)」, 대전대학교 한의학 연구소 논문집 1997, 김동우의 「티벳의학과 한의학」 소문학회지 2001 ; 6:42-67, 이봉효의 「티벳 전통의학에 관한 고찰」 대한예방한의학회지 2010 ; 14(3) : 77-92 등이 티벳의학에 대해 고찰한 바가 있으나 소개와 단순 비교에 불과하였습니다.

이번에 독일 여성 의사의 입을 통한 티벳 의학 강의는, 동양의 전통의학이 유럽에서 대중들에게 어떻게 인식되는지, 의사들에게는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어떤 점이 부족한 지 등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의학을 가지고 해외에 진출할 때 뿐 아니라, 앞으로 한국에서 한의학의 자리매김을 탐구함에 있어서도, 세계의 전통의학시장에 대한 이해와 독일화된 티벳 의학 교육의 간단하고 명료한 설명체계는 참고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시아의 다양한 전통의학들이 융합과 통섭의 과정을 거쳐, 서로의 공통점을 부각하고 차이점을 보완하는 통합의학체계로 거듭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보며, 좋은 기회를 허락해 주신 (주)민족의학신문사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정리 = 김일화
원광대한의대산본한방병원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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