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15)-장애인 의료봉사활동 10년차 한상표 원장(인천 홍제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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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15)-장애인 의료봉사활동 10년차 한상표 원장(인천 홍제한의원)
  • 승인 2012.05.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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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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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들의 주치의로, 이웃으로 더불어 살아갑니다”

 

2011년 ‘그룹홈 주치의와 함께하는 볼링대회’에서 트로피를 받은 장애인과 함께한 한상표 원장(우).
충남 청양이 고향인 한상표 원장(49)이 인천에서 한의원을 개원한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한의대 재학시절 인천에 의료봉사를 하러 간 것이 계기가 되어 지역 사람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인천사람’이 되었다.
그가 장봉혜림재활원의 그룹홈 주치의로 활동한 지 벌써 10년째다. 인천지역 시민단체모임에서 장봉혜림재활원의 임성만 원장을 만난 후 그룹홈에 주치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인연을 맺게된 것. 

그룹홈은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힘든 장애인이 자립할 때까지 지적장애인 4∼5명과 사회복지사 1명이 소규모 시설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한 원장은 2003년부터 그룹홈 주치의 활동을 맡아 하고 있으며, 한 원장 외에도 인천지역에는 한의사 7명, 의사 6명, 치과의사 6명이 주치의로 활동하고 있다.
“임성만 원장께서는 장애인들이라고 누가 쓰던 물건이나 싼 물건을 주지 말고 최고로 좋은 것을 주자는 마인드를 가지고 재활원을 운영하십니다. 주치의 결연을 맺게 된 것도 지적장애인들에게 의료부문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해주자는 것입니다.”

한 원장은 인천지역 내 가까운 의원들을 섭외해서 그룹홈과 연결시켜주는 중간다리 역할도 해왔다.
“장애인분들도 주치의들이 자신의 상황을 잘 알고 몸상태를 잘 알아주다보니 좀 더 마음놓고 진료를 받을 수 있어 의료만족도가 높습니다.”

이들은 주치의 영역활동을 치료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과의 관계를 좀 더 돈독히 하는 단계로 발전시켜 나갔다. 서로 이웃이 되어가는 만남이다.
“지적장애인들을 만나면서 치료부분보다는 사회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인간관계를 느끼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명절에 저희 집에 초청해서 같이 떡국도 끓여먹고 1년에 한번씩 볼링대회나 체육대회도 열면서 좀 더 인간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들을 마련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러한 자활노력으로 지금은 지역주민들도 지적장애인들과 큰 거부감이 없이 융합되어가고 있단다. 지적장애인들도 의료인들과 일상적인 관계를 맺어감에 따라 회사에서의 적응력도 빨라지고, 비장애인들처럼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배우고 깨닫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 중 한 원장은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지적장애인들은 받기만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활동으로 사회에 환원하기도 한다”며, “겨울에는 지체장애인시설에서 청소, 봉사도 하고, 여름에는 농촌일손돕기활동도 하는데 지역주민들이 다른 일손 못지 않다고 아주 환영받고 있다”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그는 “장애인 시설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뿌리내리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그룹홈 형태가 가장 적합한 모델인 것 같다”며, “장애인 가족분들이 그룹홈 행사에 와서 ‘가족인 우리들 보다 낫다’는 말을 하시면서 저희들한테 굉장히 고마워하신다”고 말했다.

한상표 원장이 이렇게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한상표 원장은 썰매를 타다가 사고가 났다. 충남 청양은 오지마을이라 병원이 없어 한달이 훨씬 지나서야 대전의 도립병원에 치료받으러 갔다가 골수염이 오래 되어 대퇴골두가 완전 괴사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때 한 원장은 한의사가 되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1993년 한약분쟁 때 국민들의 여론이 “한약은 한의사들의 것”이라는 지지여론이 우세했는데, 그는 그때 국민들의 여론이 한의사들에게 기운 것은 선배 한의사들이 그동안 인술을 베풀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지금 그런 인술을 베푸는 일들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요구나 건강권보다 우선하는 집단 권력은 살아남기 어렵고, 모든 의료체계는 국민들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상표 원장은 인천의 대표적인 달동네로 꼽히는 송림동에서 인천시한의사회 회원 15명과 함께 매주 1회 의료봉사를 펼치고 있으며, 인천유나이티드 프로축구단 한방의료지원단 및 한의사 불자연합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요즘 사회적으로 프로보노(pro bono)운동이나 재능기부가 활발한데, 참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의사들도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또 의료봉사는 시작은 쉽지만 마무리는 어렵기 때문에 처음 시작할 때는 신중히 생각하고 또 오래할 수 있도록 여러 사람들과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친 기자의 눈에 진료실 달력에 적혀 있는 봉사활동일정들이 들어왔다. 한상표 원장의 나눔에 대한 열정은 묵묵하고 그 뿌리가 깊었다.

인천 =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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