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가 있는 한의원(13)-제9화 한밤의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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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가 있는 한의원(13)-제9화 한밤의 추적
  • 승인 2012.05.1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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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규

김중규

mjmedi@http://


숙취해소, 피로회복에는 쌍화탕

얼마 전 9톤 트럭 기사가 내원해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돼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소화도 잘 안되고… 등등의 증상을 호소하는데, 이는 병인이 면허취소로 인한 칠정(심리적 원인)일까요, 주상(술로 인한 손상)일까요, 식적(음식의 정체)일까요? 참 어렵습니다.

옛날에 시골마을에 있다 보면, 이웃면에서 모임이 있기 일쑤고, 모여서 얼큰히 한잔하면 돌아갈 일이 막막합니다. 버스는 당연히 끊겼고, 택시를 타자니 빈한한 한의사로서는 만만치 않고, 어쩔 수 없이 다음날을 위해 불가항력이다. 이렇게 정당화하며 음주운전을 합니다. 뭐든지 하면 늘더군요. 음주운전실력이 수준급에 달할 즈음 그 날도 이웃 면에서 한잔했습니다.

“푸하하 내는 음주운전이 체질 아이가! 한잔하면 길도 부드러워 지고 신호도 착착 잘 받고….”
이러던 내가 그날 강호에서 퇴출되는 일이 있었으니. 한잔 꺾고 아무도 안 말리는 나쁜 문화 속에 기고만장해진 나는 “내사마 몰고 갈란다” 부앙…. 달빛이 교교히 흐르고 열어둔 차창 밖으론 풀벌레 소리, 개골이 소리, 한밤 중 총각놈 낭만이 이러하려니 하며 슬레슬레 가는데, 아뿔사! 전방 100미터 경찰들이 길을 막는 품새가 “단속이다!”
내가 누구냐. ○번 국도의 베테랑 아이가. 옆길로 빠져 잽싸게 튀니 바로 삐뽀 삐뽀…. 어쭈 동작 빠르네…. “09없다 우측으로 우측으로” “헹 누구 마음대로, 내 잡히나 봐라”

결국은 농로로 접어들어 산길로 올라가다 길이 막히자 차를 버리고 숲속에 몸을 웅크리고 숨어 있었습니다. 경찰 아저씨 직업관이 투철하시더군요. 차 세우고 나와선 소리칩니다.
“아제요 나오소 차적 조회하면 어차피 걸립니데이∼” 그러고는 여기저기 찾더니, 한참 시간이 지났을까 제 차에도 들어가 뒤적이기도 하다가 등잔 밑을 못보고 좀 깊숙이 들어가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찬스! 푸하하 재수 좋구만. 제 차를 가지고 유유히 범행현장을 벗어나 나의 보금자리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립니다. “환청인가 이명인가?” “쏴아 왈왈왈…” 대충 이런 소린데 수상하여 차를 세우고 뒷자리를 보니, 허걱 거기에는 폴리스 무전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제 차를 들락거리다가 깜빡했나 봅니다. “난 이제 음주운전에 공무집행방해 공공기물 탈취…” 별별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가더군요.
“이제 들어가면 사식 들어오는 걸로 진실한 친구를 판가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겠군”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무전기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09없다 아저씨 지발 제 무전기 주소 우리 소장님 알면 지는 모가짐니데이 우리 서로 없었던 일로 하고 무전기만 주이소. 꺽~ 꺼이”
너무 불쌍한 목소리, 내게는 복음 같은 목소리였죠. 푸하하 무전기 보턴을 누르고.
: (비밀스레) 경찰아저씨 이거 다른 사람 안듣제요?
폴리스 : 예, 통제실에 지금 내 혼자 뿐입니더.
: 그라믄 어디어디 핵교운동장에서 보이시더 내 거기 느티나무 밑에 숨어 있을께요, 다른 경찰 댈꼬 오면 지는 마 소장님한테로 튑니데이.
약속장소에서 잠시 기다리니 폴리스가 오더군요. 사색이 다된 얼굴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앞서더군요. 무전기 돌려주고 주섬주섬 주머니 뒤져 나오는대로 주머니 찔러주며 “미안합니다. 가서 야식이라도 한 그릇 하소 마” “아입니더 마 일이 이래 됐으이 됐고, 앞으로 음주운전 하지 말고 튀지도 마소” 그러고는 극구 뇌물을 사양했습니다. 그날 이후 음주운전 졸업했습니다. 그때 그 경찰 아저씨 복 많이 받고 경찰청장까지 올라가소….

쌍화탕의 처방 구성 및 활용사례
쌀쌀맞은 봄바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순식간에 염천으로 접어드는 포항의 5월입니다. “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포항처럼 잘 어울리는 곳도 없죠! 그러나 연초록으로 점점이 물드는 모습은 그래도 봄입니다. 유난히 피곤한 5월이죠? 광우병 사태로 먹거리가 불안하고, 자고 일어나면 올라가는 물가도 걱정이고, 예전 같지 않은 장사도 걱정입니다. 걱정과 울화에 주당들은 더더욱 술을 찾고, 짧아진 휴식은 아침이 더욱 피곤합니다. 피곤할 때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이 쌍화차입니다.
보통 찻집의 계란 동동 띄워 먹는 쌍화차는 한의원의 쌍화탕보다는 고소하고 달콤한 맛은 있지만, 본래의 쌍화탕과는 전혀 다른 구성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쌍화탕은 마음과 육체적인 노력이 과하여 기와 혈을 모두 상한 것을 치료하며, 혹 부부관계 후 심한 노동을 하거나 심한 노동 후의 부부관계, 그리고 큰 병을 앓고 난 후 피로하고 기가 허약하며 식은땀이 나는 것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진료실에 “요새 들어 마이 피곤합니더, 간이 안 좋은가 보죠?”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피로=간질환’이라는 상식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사실 피로는 거의 모든 질환군에 공통되는 증상의 하나입니다. 감기만 걸려도 무척 피로하죠.

사람은 활동하면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근육에서 소모하고 뇌에서 소모합니다. 일정한 패턴에 익숙해져 있던 육체는 변화에 반응을 보입니다. 갑자기 증가한 활동량은 근육과 뇌를 긴장시킵니다. 그리고 피로의 역치에 도달하게 되고, 이러한 신호로 몸을 좀 쉬어주기를 요구하게 됩니다.
이때 휴식을 제공하는 것이 올바른 섭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휴식에 덧붙여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켜줄 수 있으면 또한 도움이 되겠죠. 식욕은 정상이고 아무 문제없이 잘 먹는데도 피곤하다고 호소하는 경우에 쌍화탕을 사용합니다.

◆ 재료(지면상 가장 중요한 백작약과 숙지황에 대해서만 서술합니다.)
백작약 :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한 함박꽃과 산작약의 뿌리입니다. 간의 기운을 부드럽게 하며 동통을 멎게 하고 보혈하는 작용이 있습니다. 복부가 냉하고 설사가 심한 사람은 신중하게 사용합니다.
숙지황 : 현삼과에 속한 지황의 뿌리를 황주에 아홉 번 찌고 말린 제품입니다. 보혈자음의 효능이 있습니다. 배가 부르고 설사가 심한 사람은 금합니다.
1. 백작약 10g, 숙지황 황기 당귀 천궁 각 6g, 육계 감초 생강 대추 각 4g을 깨끗이 세척합니다.
2. 용기에 500cc의 물을 붓고 모든 재료를 넣은 후 강한 불로 물이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30분을 더 끓입니다.
3. 재료를 걸러내고 마십니다. 식욕이나 영양의 공급에 문제가 없는 사람에게 적합하므로 꿀이나 조청 등의 감미료는 가하지 않는 것이 더욱 좋습니다.
4. 걸러낸 재료는 2차례 정도 더 우려냅니다.

◆ 효능
근육이 굳은 것을 풀어주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근육이 찌뿌드하고, 많이 먹어도 잘 체하지 않고, 잘 먹으면서 피곤한 사람, 뜨거운 물이나 음식을 먹어도 땀이 많이 나는 사람에게 적당합니다.
과음, 과도한 육체노동 후 피로, 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운동선수 등 인과관계가 확실히 추정될 수 있는 경우의 피로회복에는 가볍게 달여서 먹으면 좋으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없다면 반드시 한의사의 도움을 받는 게 좋습니다.

김중규 / 포항 한국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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