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정책목표, 백화점식 나열로 실현 불가능한 내용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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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정책목표, 백화점식 나열로 실현 불가능한 내용 많아
  • 승인 2012.05.2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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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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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내부의 독자적 해결 능력 점검 및 ‘선택과 집중’ 필요

지상중계 - 제37차 한의학미래포럼 ‘한의학정책연구원은 한의학발전의 정책비전을 보여주고 있는가?’

한의학정책연구원은 한방의료의 발전과 국민보건의료의 향상 및 대한한의사협회의 중장기 사업계획수립을 위해 2006년 11월 ‘한의학정책연구소’로 개소 ▲대내외 정책연구용역 수행 ▲국내외 의료정책 동향파악 및 정보수집·분석 ▲대 회원 설문조사 및 국민건강증진사업 연구, 국내외학술정보 교류 및 교육사업, 학술지 및 기타 학술서적 간행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관련 협조요청에 대한 사항 등의 사업을 목표로 두고 있다.
또한 올해 주요 연구과제로 △일차의료 임상매뉴얼 개발 △한의약관련 법령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활용방안 연구 △식약공용 품목 관리방안 연구 △한의약 의료민영화 현황 분석 및 극복 방안 연구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한의학미래포럼(대표 백은경)은 5월 18일 서울역 KTX  V실에서 ‘한의학정책연구원은 한의학발전의 정책비전을 보여주고 있는가?’란 주제로 제37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원광대 한의대 강연석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한의학정책연구원 조재국 원장의 주제발표가 있은 후, 패널들과 토론회 참석자들이 한의학정책연구원의 본래 설립취지를 되짚어봄과 동시에 향후 대선을 대비해 한의계가 나아가야할 방향과 연구원이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단기간에 어떤 발전방향으로 역량을 키워나갈 것인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전개했다.<편집자주 >

사회 : 원광대 한의대 강연석 교수

패널참석자 :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학정책연구센터 이준혁 연구원 
                   상지대 한의대 한·양방예방의학교실 이선동 교수, 대한한의사협회 최문석 부회장 
                   한의학미래포럼 천병태 자문위원
토론참석자 : 경희대 한의대 인창식 교수, 서초맑은샘한의원 김영수 원장 
                   민족의학신문사 박왕용 편집위원장, 열린포럼 박재현 정책위원장

한의학미래포럼 제37차 토론회에서 한의학정책연구원 조재국 원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회 : 오늘 토론회는 조재국 신임 원장님이 그동안 일을 해 오신 것에 대한 평가가 아닌, 앞으로 한의학정책연구원(이하 연구원)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들어보고, 한의계는 연구원에 어떤 건의를 해서 향후 어떤 식으로 연구원의 역량을 키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방안들을 토론해 보았으면 합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먼저 그동안 부원장 직을 맡아 오신 최문석 부회장님께서 그 동안의 연구원의 활동내용을 말씀해 주시면 토론에 많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문석 : 정책연구원의 설립목적이 한의계의 중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발굴을 해내야 하는데, 사실 그동안 연구원이 미흡하게 운영될 수밖에 없었던 내부적인 상황도 있었습니다. 연구원이 2006년에 설립됐지만, 초대 원장과 연구원 1명이 있었을 뿐 행정직원도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2007년에는 대선공약을 개발하는데 치중하다보니 연구과제를 개발할 엄두가 나지 않았고, 2008~2009년에 원장직이 공석이 되면서 연구원의 기능도 많이 퇴화된 면이 있었다고 봅니다.
2010년부터 연구원 부원장직을 맡으면서 설립취지에 맞는 중장기과제를 개발하는 것이 타당했으나, 당장 일차의료기관을 활성화해야 하는 현안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그쪽 부분에 많이 치중한 면이 있습니다. 그동안 연구원이 정부의 제도적 현안에 발맞추다 보니 한의계 내부의 정책 부분에서는 많이 미흡했던 게 사실입니다.
내부정책에 대해 많이 신경쓰고자 올해는 「한의약정책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니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이준혁 : 한의계에서나 관련 연구분야에서는 정책을 연구할 만한 인력이 너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지 못하면 연구과제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은 기정사실입니다.
연구원 인력이 많다고 좋은 게 아니라 연구과제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이 최소한 한두 명은 더 채용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정책연구원에서는 한의계의 현안과 장기적인 비전 및 전략에 대해 한의협 운영진과도 전략적으로 일체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선동 : 2006년 개설 당시 객원 연구원으로 참여한 경험도 있고, 개인적으로 정책연구원이 한의사들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 정책분야 관계자에게 “한의계 정책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뭐냐”고 물었더니, “정책에 대한 표준화가 안 되어 있어 누구 말을 듣고 정책에 반영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대답을 들은 바 있습니다.
한의계가 정책에 대한 표준화와 기준마련에 노력하지 않고 있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의학 관련 정책이란, 한의학에 대한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방책, 한의계의 여러 가지 문제를 법·제도적으로 반영해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한의협을 비롯한 한의계 지도자들이 그동안 정책의 가치나 중요성에 대해 상당히 소홀했고, 우리 스스로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도 오늘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천병태 : 오늘 발표한 여러 가지 연구과제들은 현실적으로는 모두 소화할 수 없다고 봅니다. 적은 예산과 인력에 맞게끔 정책의 방향에 ‘선택과 집중’을 잘 해야함과 동시에 정책연구원의 독립성과 지속성, 전문성을 어떻게 충족시켜줄 것인가는 우리의 문제이고, 정책연구원이 갖고 있는 고민사항을 어떻게 해소해줄 것인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한의학 시장을 개척하고 개발해나가기 위해서는 정책이 바로 법으로 실현되어야 하고, 법으로 실현되지 않는 정책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법령 개정까지 할 수 있도록 구체화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한방에서도 ‘보건학’을 도입하고, ‘한방보건학’을 해야 적어도 우리가 잃어버린 시장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암이라는 시장에 깃발을 못 꽂으면 앞으로 한의학의 비전은 없다고 봅니다.
연구원은 법률적인 모순, 제도적으로 보장이 안 되고 있는 부분들의 정책개발을 통한 법률개정까지 연결해 한의학이 진정으로 국민보건증진과 한의사들의 진료활동에 장애가 되는 여러 요소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조재국 : 여러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복지부에서는 지금 암을 비롯한 모든 질환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라고 하는데, 이는 임상통계자료를 달라는 말과 같습니다.
그러나 한의계에는 한의원 중심의 임상통계가 체계적으로 연구가 안 되어 있을 뿐더러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데, 지금이라도 임상통계에 대해 설계단계에서부터 치료단계, 치료결과에 대한 비교들을 하나하나 쌓아 나가야 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임상통계자료 마련과 표준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올해부터는 연구원에서 진행하는 모든 연구결과물에 대해 가능한 한 토론회를 개최해서 공개할 계획입니다.

사회 : 큰 틀에서 향후 대선을 대비해 한의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며, 다음 단계의 도약을 위해 연구원이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단기간에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해 논의를 좀 더 해 보았으면 합니다.

인창식 : 정책으로 해결될 수 없는 부분도 있는데, 그런 부분은 학문이나 임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의계는 소수의 한의사가 소수의 의료를 담당하던 80년대에서 대중의료를 담당하기 시작한 90년대 이후로 올라오면서 양방처럼 사회에서 새로 개발된 기구나 기술 등 의료와 관련된 모든 사회적 자원을 충분히 갖다 쓸 수 있도록 제도적인 틀을 만들어 놓지 못했습니다.
특히 대학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침이나 한약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고, 혈압이나 당뇨 같은 경우에는 침과 한약 외에도 좋은 방법들이 많이 있겠지만, 학교 교육에는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 정책을 아무리 잘 개발하더라도 ‘우리 금송아지 있으니까, 우리 정책 만들어주세요’라고 해도 금송아지를 내보이지 못하면, 지난 20년간 한의계가 반복해온 양치기 소년과 같은 일을 앞으로도 반복하게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농후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책부분에서 해야 할 중요한 과제는 교육질의 향상과 한방수요에 맞는 적절한 인력배출, 또 의료와 관련된 사회적 자원,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 때, 그것이 한의계에 충분히 잘 유입될 수 있도록 양방수준에 준할 정도의 제도적인 장벽을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김영수 : 한국한의학연구원과 정책연구원은 서로 어떤 역할을 조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발표에서 원장님이 정책연구원보다 100배 정도의 규모를 가진 기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사업과제로 말씀해주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포기해야할 부분들은 과감히 포기하고,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에 대해 한국한의학연구원과 역할분담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특히나 임상가에서는 통계자료에 대한 데이터화가 절실하다고 생각하는데, 꼭 실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왕용 : 오늘 말씀하신 내용들은 적어도 3년 이내, 길게는 10년 정도의 기간에 맞춰 진행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한의계 내부적으로 과연 자체적인 대응능력이 있는지 비판적인 시각으로도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례로 한평원에서 한의학 교육을 개혁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구원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 객관적으로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박재현 : 정책연구원도 사회, 문화, 정치와 소통할 수 있는 미션이 가장 핵심가치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정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논리적인 정책을 잘 만들어내고 정책연구원에서만 할 수 있는 정말 중요한 것들에만 집중했으면 합니다.

정리=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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