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분쟁 끄집어내 현안 핵심 흐려서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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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분쟁 끄집어내 현안 핵심 흐려서는 안돼”
  • 승인 2012.08.3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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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기자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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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시스템 內 한의사 역할 및 미래비전 마련 필요

한의학정책연구원, 천연물신약 문제 대응전략 모색 

한의학정책연구원(원장 조재국)은 22일 과거 한약분쟁이 주는 시사점을 평가해보고 현재 한의계의 중요 현안으로 떠오른 천연물신약 문제에 대한 대응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포럼을 열고 각 분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주제발표에서 권영규 교수(부산대 한의전)는 “20여년 전 과거를 되새기는 일로 현안의 핵심을 흐려서는 안 된다”며, “현안의 주요논쟁은 △의약품에 대한 정의 △의약분업 △건강보험재정 △미래의료시스템관련 등 동시적이며 복잡한 양상으로, 한약분쟁이 ‘시행규칙 삭제’라는 법률적 문제로 약사단체의 부당성을 전국민에게 전달하기 쉬웠다면 현안은 한의계내 조차 전문가의견에 대한 학습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사안이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한약분쟁 당시와 비교해 현재의 시민들은 대부분 자기중심적으로 그들을 설득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고, 한의계 내에서도 한의사라는 동일 직업인으로 일체화된 집단이 아니라 다양하고 세분화된 직업군으로 변해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음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약분쟁의 시사점에 대해 그는 “공동의 미래비전을 공유한 상태에서 전략과 전술에 따라 역할을 분담한다면 아직 완결되지 않은 부분까지도 효율적 분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안에 대해 무엇보다 내부갈등의 해소를 넘어 비전 공유가 중요하며, 한약분쟁이 그러했듯이 한의약계가 우리나라 전체 의료시스템에 어떠한 기여를 할 것인지와 한의사로서 미래비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패널토론에서 원광대 한의대 강연석 교수는 “오늘 토론에서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현재 한의계의 분열을 어떻게 하면 한약분쟁 시절과 같이 한 목소리로 모을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강 교수는 “한약분쟁세대 이후의 젊은 한의사들이 현안을 놓고 단식을 하고 임총요구를 하는 것은 ‘한의사의 자존심’에 대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다”며, “2010년 말 협회의 읍소형 홍보전략이 회원들의 자존심에 많은 상처를 줬으며, 천연물신약의 건에 대해서도 한의사 사회에서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이후 담당 이사들은 1년 반이 넘도록 ‘의약분업’의 건이 천연물신약의 해결책인 양 홍보하고 다니면서 한의사들의 단결된 목표점을 제시하지 못했다. 심지어 회장과 이사 사이에 서로 다른 의견이 걸러지지 못한 채 외부로 표출되는 모습은 한의사협회가 전략적 목표의식이 부재하며, 주변 전문가 그룹 사이에서 한의사 직능의 자리매김에 대해 명확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고 강조했다.

대한한의사협회 김경호 보험이사는 “한약분쟁은 한의계의 자기희생과 단결된 힘을 보여줄 수 있었던 사건이었지만 미래의 의료시스템을 전망하지 못했으며, 특히 배타적 한약 처방을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후 배타적 한약처방을 가지고 앞으로 무엇을 성취할지에 대한 설정과 미래 한의사의 지위향상에 대한 설정 부분에서는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열린포럼 박재현 정책위원장은 “한약분쟁시 협상은 대상이 분명했고 특정조항을 삭제한다는 목표로 투쟁하는 단순 구도였다면, 천연물신약 문제의 협상은 이해당사자가 정부, 제약사, 의사, 약사 등 투쟁대상이 복잡할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공동사용인지 배타적사용인지 주장이 다양해 협상구도가 보다 다원화됐다”고 분석했다.
박 정책위원장은 “그러나 협상의 첫 번째 과정은 관련 사안에 대한 준비를 꼼꼼히 하는 것으로 우선 천연물신약을 한의사가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필요하고, 이후 한의사 주도로 한약제제가 만들어져 사용할 수 있게 되고 국민건강 기여로도 이어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함소아제약 최혁용 대표는 “천연물신약 단독 사용은 결국 한약은 뺏기지 않지만 다른 것을 가져오지 못하는 현재의 상태가 고착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한약의 배타적 사용이 한의사의 자존심이 아니라 한약의 효과를 증명하는 것이 한의약의 발전이고 한약을 제대로 변증해서 잘 쓰는 것이 한의사의 자존심이다”고 제약회사 경영자로서의 의견을 피력했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조재국 원장은 “한의계는 좋은 인적자원을 갖고 있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잘 이끌면 금세 발전해나갈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한다. 협회의 회무는 연속선상에서 움직여야 하며, 기존의 집행부가 갖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계속 활용하고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약분쟁을 놓고 후배들이 현재의 가혹한 잣대로 평가하고 비판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고, 옛 집행부에 대한 예우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안에 대해 정확한 정보에 의해서 움직이는 시점은 다소 늦었지만 내부적으로 입장이 잘 정리된 후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해갈 수 있길 바란다”고 정리했다.

조 원장은 또 “한의학정책연구원에서는 9월이나 10월 현안에 대한 국회공청회를 가질 생각으로, 그 전까지 한의계 내부의 입장을 어떻게 정리해갈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며, “상처주고 상처받는 분쟁은 되도록 피하고 서로가 이길 수 있는 전략이 나올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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