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기준치 없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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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준치 없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
  • 승인 2013.04.1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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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기자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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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고시변경으로 살펴본 ‘천연물신약’ 개념 변화

최근 언론에서 보도된 식약처의 ‘천연물신약 성분검사 보고서’에 따르면 발암물질이 검출된 천연물신약은 총 6건으로 동아제약의 ‘스티렌정’, ‘모티리톤정’, 녹십자의 ‘신바로캡슐’, 한국피엠지제약의 ‘레일라정’, SK케미칼의 ‘조인스정’, 안국약품의 ‘시네츄라시럽’ 등이다. <표 참조>

이와 관련 대한한의사협회는 “식약처는 2012년 9월과 2013년 2월에 기준치 2.00ppb를 조금 상회한 3.1ppb의 벤조피렌 검출 ‘고추씨 맛기름’을 당시 전량 회수해 폐기조치 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환자 치료 목적의 발암물질 검출 신약에 대해서는 단지 현재 기준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해당 신약의 즉각 회수와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신약에 합당한 절차 거치지 않고 출시된 천연물신약  

이번 발암물질 검출 사건이 수면에 드러나기 이전부터 대한한의사비상대책위원회는 “천연물신약은 신약에 합당한 의약품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실제 의약품 허가 과정에서는 한약제제로 사용될 때 기성한약서를 근거로 의약품 허가 규정을 면제하는 것을 그대로 따른다”며, “그렇다보니 한약제제로 개발된 것은 전부 생약제제로도 다시 허가될 수 있으며, 여기에 ‘새로운 효능’을 덧붙이면 천연물신약이라 불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더욱이 “양의사의 천연물신약 처방은 의약품 부작용 및 오남용 가능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고, 이는 국민 건강에도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천연물신약 처방 및 활용을 금지하고 천연물신약과 관련된 모든 법령과 정책 등을 즉시 백지화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한의협은 비대위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일 긴급기자회견에서 제공한 한의협 자료에 따르면 천연물신약의 개념이 왜곡된 과정에는 식약처 고시변경과 관련된다.

▶제정 당시엔 ‘신약과 천연물신약 허가 동일’
1999~2001년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법 제정 당시 식약처 허가고시의 특징은 ‘신약과 천연물신약 허가를 동일하게 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에서 홍보할 때에도 버드나무 추출 성분 소염제인 ‘아스피린’과 주목나무 추출성분 항암제인 ‘탁솔’, 팔각회향 추출 성분 항생제 ‘타미플루’ 등과 같이 “천연물 성분을 추출해 체내 작용에 좋은 상태로 합성 변화시킨 의약품”을 의미했다.

▶일부 약리 자료제출 과정 면제
2002년~2007년 천연물신약 개발 계획안 1, 2차 안이 수행되면서 신약과 천연물신약 허가 사항은 거의 유사하나 일부 약리 자료제출 과정이 면제된다. 예를 들면 약리작용에 관한 자료 부문에서 ▲분석방법과 밸리데이션 보고서 ▲흡수 ▲분포 ▲대사 ▲배설 등이 포함된 ‘흡수, 분포, 대사 및 배설시험자료’가 생략된다.

▶천연물신약 허가 수준 대폭 완화
2008년~2011년
천연물신약 개발 계획안 2차, 3차 수행하면서 천연물신약 허가 수준을 대폭 완화한다. 이를테면 전통한의서와 한방의료기관 임상경험을 근거로 독성자료, 임상시험 일부를 면제한다. ‘천연물 성분 추출약’이라는 천연물신약의 본연의 의미는 퇴색되고 ‘한약재 통 추출물’과 ‘한약 복합 처방 추출물’의 개념으로 변경되는 대목이다. 이 무렵 신바로정(청파전), 레일라정(활맥모과주), 모티리톤정(현호색, 견우자), 시네츄라시럽(황련, 아이비엽) 등이 개발된다.
특히 2011년 신바로정, 레일라정, 모티리톤정의 경우 안정성에 관한 자료 중 원료의약품에 관한 자료가 제외되고, 약리작용에 관한 자료에서 ‘흡수, 분포, 대사 및 배설시험자료’ 면제, 독성에 관한 자료에서 ▲발암성시험자료 ▲생식발생독성시험자료 등이 면제된다.

▶기허가 한약제제도 용매 변경 시 ‘신약 인정’
2012년
천연물신약 개발 계획안 3차 수행하며 기허가 한약제제도 용매 변경 시 천연물신약이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즉 천연물신약의 정의는 ▲한약재 통 추출물 ▲한약 복합 처방 추출물 ▲한약 처방 용매 변경 추출물의 개념으로 폭넓어진다.

비대위 수석부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지난 2일 긴급 기자회견에서도 이 같은 배경을 설명하며 “지난해 10월 비대위가 발족한 후 6개월이 지났다”며, “그 기간 동안 비대위는 천연물신약이라는 식약처의 대국민 사기극을 고발하고자 잘못된 천연물신약 정책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지만 식약처는 여전히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전문의약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것은 그동안 비대위에서 끊임없이 지적했던 식약처의 왜곡된 천연물신약 정책과 그와 연관된 관리 부재 문제와도 연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식약처는 발암물질이 검출된 천연물신약에 대해 ‘안전한 수준’이라는 입장으로, 한의협의 요구대로 발암신약에 대한 전량 회수·폐기 조치 및 대국민 사과와 후속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 

한의협은 “식약처는 국민건강과 생명과 직결된 중차대한 사항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문제의 발암신약에 대한 해당 제약사와 제품명을 애써 숨기고 있다”며 “식약처의 안일한 대처는 제약사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식약처 내 팜피아 세력의 심각한 도덕성 문제와도 깊은 상관관계가 있음이 의심된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신은주 기자 44juliet@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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