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難姙)이란 보통 결혼 후 1년 안에 특별한 피임 노력 없이 임신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최근 수년새 불임(不姙)이란 말 대신에 새로이 난임이란 말이 대두된 것은 임신이 어려울 수는 있어도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의학적 희망의 공감대가 더 커져가는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난임 치료에 한약이 유효하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경험적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계량화, 통계화한 보고는 흔하지 않았다.

최근 부인병을 전문 치료하는 한 한방병원에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자신들의 병원에서 한약치료를 통해 임신에 성공한 경우를 통계화해서 발표했다.

이 발표는 25일 경희대학교 크라운관에서 열린 서울시한의사회(회장 박혁수) 주최 한의사 회원 보수교육에서 위효선 진료원장(꽃마을한방병원)의 보고를 통해 알려졌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 난임 원인은 자궁이 차가운 경우가 21.1%로 최다 원인이었고, 이어서 원인불명(16.7%), 다낭성 난소증후군, 시험관 실패, 배란장애 순으로 나타났다.

난임기간은 1~2년이 23.3%로 가장 많았으며, 2~3년, 3~4년이 그 뒤를 이었고, 5년 이상이라고 대답한 경우도 7.3%나 되었으며, 최장기간은 8년3개월이었다. 한편 치료기간은 1~3개월이 75.1%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4~6개월, 7~9개월이라고 대답했다.

한편 난임의 치료방법은 서양의학에서 난소, 자궁, 나팔관과 같은 국소적 원인에 초점을 맞추는데 반해, 한의학은 오장육부의 허실을 조절하고, 전신의 한열분포를 정상화하며, 신체구조의 균형과 정신적 안정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전체적 관점에 근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체질과 병증에 따른 한약투여, 약침, 이침, 레이저 치료, 하복부 왕뜸치료, 자석요법 뿐만 아니라 턱관절 조정과 같은 전신조정술도 유효한 수단이 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복강내 유착으로 시험관아기 시술을 2차례나 시도했지만 실패한 사람이 한약치료를 통해 임신에 성공한 경우, 정자수 부족 및 활동성 저하로 인해 난임이었던 남성의 임신성공 사례, 난소기능 저하, 다낭성 난소증후군 등으로 생긴 난임의 경우 시험관 시술과 함께 착상을 돕는 한약을 처방함으로써 한양방 협진 협치를 통해 임신에 성공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한의사회 보수교육에서 위효선 진료원장은 한방치료가 특히 효과적이었던 경우로,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배란장애, 다낭성난소증후군, 조기폐경, 착상문제, 반복유산, 남성불임 등을 들었으며, 특히 최근에는 인공수정 및 시험관아기 시술시 한약을 투여함으로써 성공가능성을 높인 사례가 많음을 보고했다.

정소영 원장(인애한의원)은 여성난임의 한의학적 원인으로 신허(腎虛), 간울(肝鬱), 습담(濕痰), 혈어(血瘀), 기혈허약, 습열(濕熱) 등을 들고, 이 원인별로 맞춤한약을 투여했을 때 임신성공률을 높일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아울러 시험관 시술시 이식 이후 한약을 병용하면 자궁을 안정시키는 데 큰 효과가 있었다. 또한 임신직후 유산이 잦은 환자에게 태를 강화시키는 한약을 투여했을 때 임신이 안정적으로 지속된 사례도 제시하였다.

최준배 원장(청아한의원)은 난임치료에 있어서 체질을 정확히 파악하여 사상체질처방을 투여했을 때 임신성공에 이른 케이스를 다수 보고하면서, 체질처방은 단순한 임신성공만이 아니라, 환자가 지닌 다른 질병이나 증상의 개선도 도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음을 강조하였다.

전정표 원장(전정표한의원)은 난임의 원인과 치료방법에 있어 서양의학적 씨줄과 한의학적 날줄로 서로 교차체크해 접근하면, 실패위험도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양방 협진과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런 증례발표를 통하여 난임의 치료에 있어 서양의학적 접근 일변도에서 벗어나, 한의학적으로 몸 상태를 총체적으로 접근하여 한약 및 침뜸치료를 병행하면 훨씬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둔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