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경 시평] 약재 안전관리 - 한약재 제조업체는 한약을 의약품으로 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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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시평] 약재 안전관리 - 한약재 제조업체는 한약을 의약품으로 보고 있는가?
  • 승인 2014.12.1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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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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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김 윤 경
원광대 한약학과 교수
한의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0월 17일 동경종합상사, 문창제약, 동산허브, 진영제약 등 4곳의 한약재 제조업체가 품질부적합 원료로 한약재를 제조했다는 정황을 발견하여 이례적으로 4개사가 제조, 유통한 한약재 모든 제품을 사용중지한다고 밝히며 한방의료기관에서도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동경종합상사는 10월 13일 서울 동대문구의 본사와 충북 보은의 공장이 압수수색을 받고 관계자 1명이 구속되었다. 이후 서울북부지검에서 약사법 위반 혐의로 계속 수사를 받아 11월 12일 대표이사 등 3명이 구속기소되고 소속직원 등 10명이 불구속기소되는 것으로 확대되었다. 검찰수사로 동경종합상사가 2012년부터 최근까지 납, 카드뮴, 이산화황 등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된 맥문동, 천궁 등 한약재의 시험성적서를 조작하여 한약재 97만근, 총 65억원 상당의 불량 한약재를 유통시켰다는 것이 밝혀졌다.
동경종합상사는 한약재 제조업체로는 역사가 오래된 대형업체이다. 1987년 창업하여 27년 동안 관련 업계에서 대표적인 한약재 수입업체로 큰 역할을 해 왔으며 2004년 서울특별시장 표창, 2004년, 2005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고 2011년에는 경영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동경종합상사는 한약재 전체 생산액의 약 10%를 차지하는 대규모 업체로 영세한 작은 업체가 아니기에 더욱 충격이 크다.
검찰의 조사에 따르면 동경종합상사는 회사의 손실을 막기 위해 부적합 한약재의 시험성적서를 조작하여 맥문동의 경우 이산화황 검사결과 수치가 3340ppm으로 유통기준인 30ppm을 111배 이상 초과했는데도 시험성적서에 1ppm으로 기재하여 유통시켰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동경종합상사가 유통시킨 한약재는 무려 236개 품목에 달했다. 대한민국약전 등 공정서에 수재된 한약재가 548품목이라는 것에 비교해 보면 이번 일이 얼마나 대규모인지를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동경종합상사는 행정처분을 피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부적합한 자사의 제품을 정상제품인 것처럼 다른 제약회사에 주어 타사제품으로 포장해 판매하였으며 이것이 유통과정에서 적발될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입을 맞췄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내에서 대규모로 재배 유통되는 품목이 아닌 소규모 한약재 품목들은 동경이 대부분 수입하여 국내에 유통시켰기에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11월 27일 식약처는 검찰자료를 바탕으로 동경종합상사, 문창제약, 동산허브, 진영제약등 4개 업체가 생산 중인 한약재에 대하여 강제회수 명령을 내렸다. 또한 검찰수사가 완료된 이후에도 동경종합상사 등에 대한 추가 약사감시를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식약처는 2012년부터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인 KGMP제도를 한약재에도 도입하여 한약재도 의약품으로서 hGMP(우수한약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제도로 원료구입에서부터 제조, 포장에 이르기까지의 품질관리 전반을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 감독하고자 하고 있다.

그간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차례에 걸친 hGMP협의체 운영을 통해 안을 마련하고, 시범사업을 하면서 실제 적용가능성과 문제점을 파악하여 시행한 것이다. 이 hGMP제도에 있어서는 위생적이고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설비뿐만 아니라 오염과 품질변화를 방지할 수 있도록 작업자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며, 각 과정 하나하나마다 기록과 문서로 품질보증을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처럼 한약재 제조업체에서 작업자들이 작심하고 문서를 위조하여 허위시험성적서로 제품을 만든다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한약재를 보기만 하고 유해물질 함유량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니 한약재를 사용하는 한의사 또는 한약사는 이를 알아내기 어렵다.

또 한약재 수입업체는 자체적으로 품질관리설비를 갖추고 검사를 할 수 있는데 그 결과를 식약처에 보고할 의무가 없고, 시험성적서를 조작할 경우 형사처벌 규정도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회사 내부에서만 알 수 있는 문제이다. 이에 검찰은 “자체품질검사 결과 부적합한 경우 식약처 등에 보고하는 걸 의무화해야 한다”면서 “시험성적서 조작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신설을 법무부에 입법 건의했다”고 밝혔다.

부적합제품의 검사결과와 어떻게 처리했는지 식약처에 보고하도록 약사법에 의무화 하는 것과 형사처벌 규정이 급선무지만 무엇보다도 한약재 제조업체에서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한약재는 의약품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가져야 하며 본인이 작업한 한약재를 아픈 환자들이 복용한다는 사실과 이산화황과 같은 유해물질에 대하여 제대로 위험성을 알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 돈 몇푼이 환자의 건강보다, 한약재 제조업소의 신뢰도보다 중요하다는 것인가.

언제까지나 한약재 제조업체들이 영세해서 품질검사를 할 수 없고 요즘 업계가 사정이 너무 안 좋아서 시설투자도 할 수 없어 제대로 GMP제도를 할 수 없다고 의약품 제조업소의 책임을 회피할 일이 아닌 것이다. 의약품을 다루는 의약품 제조업소가 되려면 의약품 제조업소다운 의식과 행동을 보여야 할 것이다. 마인드가 GMP수준이어야 하는 것이다. 보건의료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에 걸맞은 윤리의식이 없다면 한약재를 다루려고 해서는 안 된다. 한약재를 업체에 돈을 벌어다 주는 수단으로만 보고 약전을 무시하고 아무나 아무렇게나 다루면서 손실은 무슨 수를 써서든지 피하려고 하기보다는 환자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으로서 한약재를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생산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공부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식약처는 그간 한약재의 안전관리, 품질관리 강화를 위해 수년간 여러 방면으로 노력해 왔는데 이러한 큰 사건이 터졌다. 그러나, 이번 일이 그동안 한 번도 없었는데 처음 생긴 일이겠는가. 27년 역사의 대형업체가 236개 부적합 품목을 유통시킬 때에는 그전에 한 품목, 두 품목씩 이런 방법으로 유통시켜 성공했기 때문에 계속 늘려서 반복해왔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자신감이 생겨 회사 내에서 자행하던 불법을 다른 회사에도 전파하여 온 것이 아닌가. 오히려 한약관리제도가 발전하여 늦게라도 이런 일이 알려져 일벌백계로 처벌을 받게 된 것을 매우 다행으로 생각한다. 식약처에서 앞으로도 한약재의 품질관리를 위해 제도화 및 약사감시 등에 더욱 노력해 주기를 기대한다.

외국에서 싸구려 한약재를 들여와서 이렇게 시험성적서를 조작하여 유통시켜 쉽게 돈을 버는 업체라면 업계에서 퇴출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한의사들이 이번 사건의 의미를 얼마나 잘 알고 있고 실제 한약재 구매에 적용하는지는 알 수 없다. 동경종합상사가 업계의 점유율이 높고 자금력이 있으니 처벌을 받더라도 한의사들의 무관심 아래에서 이런 불법을 다시 자행하게 될까 적잖이 걱정이 된다. 이런 대규모 불법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업체가 아니라 작더라도 양심적이고 의약품 제조업소로서 hGMP제도를 준수하는 업체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하여야 한약업계의 선순환을 이끌어내 국민들에게 믿을 수 있는 의약품한약재란 인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의 관심과 의식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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