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다 소변이 급해졌다. 겔(Ger:파오로 알려진 몽골텐트) 밖에는 사나운 개가 지키고 있어서 꼼짝할 수 없었다. 몹시 난처한 몸집을 보였더니 주인은 두 뼘도 안되는 끈 하나를 챙겨 개를 불렀다. 잠시 후 화장실에 다녀와도 괜찮다고 했다. 그러나 개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도대체 10cm도 안되는 끈으로 어떻게 개를 붙잡아 둘 수 있다는 말인가.
그 유목민은 간단히 해결해 버렸다. 한쪽 앞다리의 무릎을 접더니 끈으로 칭칭 감아 개를 임시 ‘절름발이’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세상에, 정착인의 방식이 개의 활동공간을 제한해 구속하는 것이라면, 유목민의 것은 시간(개의 속도)을 구속해 개의 활동력을 약화시키는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