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보완대체의학’ 용어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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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보완대체의학’ 용어 무엇이 문제인가
  • 승인 2003.09.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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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학 제도화돼 불필요한 명칭


최근 양의계 일각으로부터 가칭 ‘보완대체의학정책발전위원회’를 정부기구로 신설코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단체마다 편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보완의학’, ‘대체의학’ 등의 개념이 차제에 정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보완의학’이나 ‘대체의학’은 미국과 유럽적 관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중 유럽은 ‘보완의학’이라고 보는 반면 ‘대체의학’은 미국적 화법이라 할 수 있다. 전자는 서양의학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의미로서 받아들이고, 후자는 서양의학을 대신해주는 의미로서 사용한다. 똑같은 서양의학의 부족한 점을 하나는 도와주고 다른 하나는 도와주되 대체적으로 도와준다는 개념으로 사용해 후자측에서 비서양의학의 가치를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띤다.

그러나보완의학이건 대체의학이건 공통적인 사실은 그 대상이 정통서양의학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서양의학내에도 전통적인 약초의학(Phyto-theraphy)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통서양의학을 Orthodox의학, 혹은 Conventional의학이라고 부르고, 자신들의 전통의학을 포함한 나머지 의학을 TM(Traditional Medicine), CAM(보완대체의학)으로 부른다. 이중 TM은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는 TM을, 북미와 유럽, 호주에서는 CAM이란 용어를 선호한다.

WHO도 이런 용어와 개념상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TM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즉, “지배적인 보건의료시스템이 대증요법(=서양의학)에 기초하고 있는 나라, 혹은 TM이 국가보건의료시스템에 흡수되지 않은 나라에서 TM을 ‘보완의학’, ‘대체의학’, ‘non-conventional medicine’”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곧 한국과 같이 전통의학이 제도화된 나라에서는 보완의학이나 대체의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겠다.

TM이든 CAM이든 발생지역으로 분류하면 한의학 혹은 중의학, 아유르베다의학, 우나니의학, 자연요법, Osteo-pathy, 동종요법, 카이로프랙틱 등이 포함되며, 치료기법으로 분류하면 약초의학, 침구의학, 수기치료, 정신요법, 운동요법 등 5가지 요법으로 분류된다.

국내에 대체의학이란 이름으로 들어온 치료법들은 대부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중 한의학(이하 중의학 포함)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의학들은 5가지 치료법 중 1~4가지 치료법밖에 사용하지 않는데 비해 한의학은 5가지 요법을 모두 사용한다. 그런 이유로 국내에 들어온 대체의학은 대부분 한의학 그대로이거나 약간 변형된 형태들이 대부분이다. 동종요법이나 카이로프랙틱은 서양에서 발달됐다 하더라도 한의학으로 흡수된 상태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무면허집단이나 양의계 일부에서는 한의학이나 다름없는 소위 대체의학을 ‘서양의학이 아니면서 동시에 한의학도 아닌 것’이라 우기면서 주인없는 의학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도 국내 의료질서를 바로잡는다는 차원에서 분명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향후 의협으로부터 가칭 ‘보완대체의학정책발전위원회’ 구성 요구가 제기될 때 단호하게 거절해야 마땅하다. 한의계도 국적불명의 ‘보완의학’이나 ‘대체의학’이란 용어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하겠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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