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한의학회는 회원자격 제한 조항을 폐지하라
상태바
[발언대] 한의학회는 회원자격 제한 조항을 폐지하라
  • 승인 2003.10.06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박용신(평화한의원장, 예방한의학회 총무)


대한한의학회 회칙 제6조(자격 및 절차)에서 “본 학회의 회원은 대한민국 한의사면허를 취득하고, 본 학회에서 정한 서식에 의하여 분과별 학회에 가입한 자로서…”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활발한 학회 활동과 나아가 한의학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독소조항이다.

한의학이라는 학문을 ‘한의사’ 만이 할 수 있다고 또는 해야만 한다는 것은 지극히 폐쇄적인 사고방식이다. 이미 사회가 발달하면서 한의학과 인접 학문의 교류는 필수적이다. 또한 인접 학문과의 교류 없이 어떻게 독단적으로 한의사만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겠는가? 물론 ‘한의사’라고 명시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자격 의료인이 한의학회 회원임을 내세워 의료질서를 문란하게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는 단순한 피해의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방의료는 이미 한의사만이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의권과 한의학의 학문활동과는 전혀 별개이다. 한의학과 관련된 인접 학문을 공부하는 분들은 당연히 한의학회 회원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예방한의학회를 비롯한 한의학회 산하 분과학회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하는 분들과 교류를 맺고 있다. 이 분들이 단지 한의사가 아니란 이유만으로 그 활동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실제 분과학회에서 한의사인 정회원과 한의사가 아닌 일반회원으로 구분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는 조항이다.

예방한의학회는 학회의 특성상 기공양생학, 독성학, 의료관리학, 환경보건학, 산업보건학, 역학, 통계학 등의 연구자들과 연계를 맺고 있다. 이 학문을 하는 분들은 한의사가 아니다. 이 학문이 전혀 한의학과 관련이 없는가? 이 분들이 자기 주요 학문 분야에 한의학을 접목하려 한다면 오히려 쌍수를 들어 환영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의학회의 이러한 규정은 다른 의료관련 학회에서도 전혀 볼 수 없는 독특한 조항이다. 의사들 단체인 대한의학회의 학회 인정 및 심사규정을 보면 학회 인준의 기준은 ‘관련 학회 의견, 회원의 타 학회 참여 상황, 국내외 학술활동 평가, 의학교육 교과목 개설 여부’ 등과 같은 학회의 학문 활동 여부일 뿐이지 학회 인준 기준을 의사만으로 한다는 조항은 없다.

치과의사들의 단체인 치의학회도 마찬가지이다. 치의학회의 학회 인정은 대한치과의사협의회가 규정한 학회인정 기준에 적합하면 된다. 그 학회 인정 기준은 ‘학술집담회 3회이상 개최, 회원 50명 이상, 치의학에 관련된 내용, 관련학회 의견서’일 뿐이지 치과의사만이라는 제한 규정이 없다.

대한약학회에서도 회칙 제6조(회원의 자격)에 “본회는 약학을 전공하거나 약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로서…”라고 규정하고 있어 약사만이 아닌 다른 학문 연구자도 회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단체들과 달리 한의학회에서 ‘한의사’만이라는 순결주의를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대한의학회에서 분과학회의 회칙을 좀더 살펴보면 대한가정의학회는 회칙 제5조에서 정회원을 ‘대한민국의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사람으로서…’라고 규정하고 있고 대한내과의학회는 회칙 제5조에서 정회원을 ‘대한의사협회 회원증 및 내과 전문의 자격증을 가진 자로서…’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생리학회는 회칙 제5조에서 회원을 ‘생리학 및 이와 관련된 분야의 학문을 이수하였거나 또는 동등하다고 인정된 자로서…’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대한예방의학회는 회칙 제5조에서 ‘예방의학 및 이와 관련된 분야의 학문을 전공하거나, 이 분야에 종사하는 자로서…’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같이 학회 회원 여부는 분과학회에서 각 분과학회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한의학회의 분과학회에서도 한의사만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는 학회와 그렇지 않은 학회가 있다. 이를 한의학회에서 명확히 규정해서는 안 된다. 학회 회원에 대한 인정기준은 분과학회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지 한의학회가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자유로운 분과학회의 활동을 보장할 한의학회에서 오히려 분과학회의 자유로운 학술활동을 막고 있는 셈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