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보다 한의계 전체와 미래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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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보다 한의계 전체와 미래를 생각하자
  • 승인 2015.11.2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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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동

이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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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의계의 현재와 앞으로의 발전 방안은?’ <7> 이선동 상지대 한의대 교수

“ 秘方·신비화보다는 철저한 근거중심 진료
1차 의료문제해결능력 지닌 학생위주 교육
지도자·관리자의 전문적 역량·식견 키워야”


이 선 동
상지대 한의대 교수
- 한의약의 표준화가 절대 필요하다
필자는 지난 6회의 걸쳐서 한의계의 현재와 발전방안에 대해서 글을 썼다. 주요 인용자료는 복지부에서 매년 3년마다 전국민 대상으로 조사하는 한방의료이용실태조사 결과를 근거로 환자들의 한방의료기관이용실태, 한방의료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를 알아 보았다.

과거에 비해 운영상황은 좋지 않았으며, 이용을 하지 않는 이유는 진료비가 너무 비싸고, 한약재 안전성, 한의사의 치료효과 불확실성과 전문성 문제 등이었다. 다시 말하면 비싼 진료비에 대한 불만, 한약재의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 한의사의 치료효과 및 전문성에 대한 불신이 주요한 이유였다. 잘 알듯이 비싼 진료비는 첩약 등이 건강보험이 안 되기 때문으로 이것은 정부의 제도적 미비 탓이나 나머지는 한의계 내부의 문제이다.

특히 인터넷에서의 한의학과 한의계의 평판은 말할 수 없을 만큼 부정적이고 모멸적이다. 한의사 각자가 열심히 하고 있지만 평가는 매우 안 좋다. 그 주요 이유는 경험적 제각각의 진단과 치료가 큰 문제이다.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제대로 된 치료가 요구된다. 현대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두가 연결되어(linked) 있는 시대다. 한의사 개인의 잘못이 나의 잘못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바로 모든 사회에 퍼지며 한의계 모두가 매도된다.

즉 내가 전체이며, 타자가 곧 나인 세상이다. 나 개인을 위해서도, 내가 소속된 전체 집단을 위해서도 제대로 해야 한다. 모두가 한 몸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즉 모든 한의사의 의료행위가 객관적이고 근거중심의료로 진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한의학을 표준화하는 것이며 너와 나의 진단과 치료과정이 같아야 한다. 경험적 진료야 말로 자신을 잘못된 함정에 빠지게 하며 발전과 변화의 장애물이다.

이미 중의학과 서양의학은 근거중심의료, 표준진료지침서를 바탕으로 의료를 표준화하고 있으며, 또한 건강보험제도의 적용으로 접근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발전된 학문을 현장에 반영하고, 환자중심의료를 실천하고 있다. 철저한 비교개념의 도입으로 더 나은 진단과 치료를 위해 노력중이다. 비교는 학문의 핵심이며 중요한 의학연구방법이며 정확하고 객관적인 지표와 근거를 바탕으로 평가하게 한다.

-한의학의 필수의료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
여러분은 한의학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긴 역사, 민족과 같이한 친밀한 문화, 치료의 안전성, 친근감 등등… 아니다. 나는 특히 1차의료 수준에서 치료효과가 충분할 만큼 확실하게 있고 서양의학과 달리 이미 치료약들이 도처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상당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

이외에도 건강유지 및 증진을 위한 다양한 양생법과 치미병 정신, 천인상응, 心身合一, 체질의학 및 맞춤의학 등 훌륭한 인간의 생명보호와 존중사상으로 가득찬 한의학 이론들이다.

이러한 주옥 같은 환자 중심적 생명관과 의학관들을 갖고 있는 것이 한의학이다. 이것들이 의료현장에서 적극 활용돼야 하며 다양한 약물과 치료법을 사용하며 주변에서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을 치료해야 한다.

그동안 한의사들은 상당분야에서 진정한 의료와 의료인으로서의 역할을 소홀히 했다고 본다. 위험하고 거친 곳보다는 안전하고 편안함을 더 좋아했다. 암 등 죽을 수 있는 질병에 대한 도전, 에이즈, 메르스의 전염성 질병치료와 관리, 건강유지 및 증진을 통한 질병예방 및 치미병, 또한 공공의료분야에서 한의학과 한의사는 중요한 역할을 더 해야 한다. 한의계의 희생적 노력이 정부와 국민의 지원과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의계 내부의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최근 중의학과 서양의학의 발전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제각각 의료는 심각한 피해를 준다
며칠 전 모 신문의 한의사 관련 자동차보험 기사이다. 간단히 소개한다. A보험사에 황당한 보험금청구 건이 접수되었다. 청구인은 생후 10개월된 아이가 자동차사고를 당해 뇌진탕 증세와 통증(경추염좌)이 있다면서 한방병원에 7일간 입원한 입원료와 진찰료 등 66만4410원을 청구했다.

진료비 세부항목에는 입원료와 식대 외에도 첩약 18일, 침술, 추나요법, 뜸치료, 부항치료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A보험사 관계자는 “돌도 지나지 않은 갓난아이에게 한약을 지어주고 부항을 떴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진료비를 지급했다”라고 말했다. 자동차 사고 후 한방의료기관의 진료비 청구금액은 양방에 비해 5배이며 병원과 지역별로 편차가 9~33배까지 났다.

가령 첩약비용으로 1만2010원을 청구한 곳이 있는가하면 이보다 9배 비싼 10만9214원을 청구한 곳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자동차보험의 한방진료비는 상당부분이 비급여항목이며 표준화된 지침이나 진료수가 산정기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방진료비의 허위과다 청구를 속속들이 알 수도 없고 제재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이 기사의 제목이 ‘車보험 축내는 韓方’이다. 한방에 대한 매우 부정적이고 비꼬는 내용의 기사이다. 내용을 보면 자동차 사고에 대한 표준화된 한방치료지침서가 없으며, 비용 또한 근거 없이 한의사 마음대로 받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기사의 당사자인 한의사도, 전체 한의계도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러한 행태가 한 번, 두 번은 가능하겠지만 계속될 수 없으며, 결국은 한의사, 한의학에 대한 신뢰만 사라지게 된다. 한 개인부터 시작된 잘못된 실수가 결국은 전체에 심각한 타격과 피해를 준다. 모두가 손해가 되는 것으로 매우 잘못된 방식이다.

이러한 실수나 잘못을 없애거나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한의사 관련 모든 의료행위 및 행태를 표준화하는 것이다. 한의계, 소비자, 정부 등 모두에게 이익과 편익을 준다. 의료의 표준화, 객관화, 근거중심의료 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반대의 경우 피해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 한의계의 초라한 모습이 비표준화, 주관적 의료, 경험적 의료의 결과이다. 진단과 치료과정이 정확하고 표준화돼야 의료소비자와 국가는 한의계를 신뢰하며, 한의사도 떳떳할 수 있다.

또한 우리 스스로 이런저런 부정적 빌미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주변의 경쟁단체들의 한의학 폄하를 없앨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각자도생보다는 한의계 전체와 미래를 고민하고 고려하는 한의계가 되어야 한다. 한의학이 학문적으로 더 표준화되고 객관화되어야 한의사들의 자존심도 높아진다. 정확한 의료가 가능 할 때까지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

더 나아가 치료비, 광고 및 마케팅, 신문과 인터넷의 기사화 등 한의사들이 하는 모든 것들도 통일화되고 표준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나만, 몇 명만이 잘 할 수 없으며 모든 한의사들이 인식을 같이할 때 가능하다. 이것은 시대적 요구이며 한국 한의학이 다시 한 번 도약하고 발전하는 큰 방편들이다.

-맺음말
이를 위해서는 한의계의 많은 변화와 참여가 필요하다. 1차 대상은 학교이다. 학교는 한의학을 시작하고 거의 완성하는 곳이다. 교수중심에서 학생위주의 교육, 외우기 교육이 아니라 할 수 있는, 해낼 수 있는 교육이어야 한다.

졸업 시 1차의료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정도의 교육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실험과 실습 중심, 교과서를 바탕으로 하되 현장에서 활용가능한 지식과 술기, 문제해결능력과 응용능력을 갖고 졸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학교교육만 제대로 받으면 1차의료를 충분히 할 수 있게 하면 사교육시장도, 졸업 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없어질 것이다. 현재 한의대생들의 학교교육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너무 크다. 학회도 큰 역할을 해야 한다. 선진수준의 연구방법과 연구결과를 통해 한의학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실제 임상에서 활용가능한 연구를 많이 하면 좋다. 중의학이든 서양의학이든 해외의 학문적 성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알려주어야 한다. 임상가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정보를 제공하면 더 좋다. 임상가는 비방, 한의학의 신비화보다는 철저한 근거중심진료를 해야 한다. 국내외의 연구결과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한다. 비교군이 없는 치료효과나 결과는 큰 가치가 없는 것이다. 철저하게 비교된 연구나 임상결과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한의계 지도자들이나 지도자가 되고 싶은 분들은 진정 한의계를 위해 희생하고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정신으로 임해야 하며 특히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전문성과 준비없는 지도자는 조직을 구렁텅이로 빠뜨릴 수 있다. 과거에 그런 적이 상당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의계는 지금보다 훨씬 발전과 변화가 가능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놓쳤다. 지도자나 관리자의 전문적 역량과 식견을 더 키워야 한다. 과거는 현재이며 또한 미래일 뿐이다.

그동안 필자의 글이 나, 우리를 먼저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여러모로 고찰했을 때 현재는 한의계의 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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