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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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퍼
  • 승인 2003.11.2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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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기억 지닌 산업스파이


살아있는 정육면체 구조물에 갇힌 인물들의 목숨을 건 탈출기 ‘큐브’는 신선한 발상과 연출로 성공한 저예산 영화였다.

지난 7월에 열린 제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된 ‘싸이퍼’는 큐브의 감독 빈센트 나탈리의 두 번째 작품으로 SF스릴러다.

전편 큐브를 괜찮은 영화로 봤다면, 이 ‘싸이퍼’도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혼돈의 강도를 더해 반전의 효과를 높이는 긴장감 있는 구성이 더욱 탄탄해졌다.

평범한 남자가 ‘조작된 정체성’을 깨닫고 찾아가는 내용의 이 영화는 누군가의 음모로 개인의 삶이 통째로 위조됐다는 설정은 ‘매트릭스’와 흡사하고, 신분을 속이고 경쟁사에 잠입해 정보를 빼내는 스파이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007’스타일을 연상시킨다.

SF라고 하지만 놀라울 정도의 눈요깃거리는 없다.
홍채로 인식하는 신분확인장치, 모던한 감각의 디자인, 잔디밭 밑에 숨어있는 건물 등은 이미 다른 영화에서 보여줬던 장치들이다.

이 영화의 강점은 ‘자신조차 모르는 나의 정체성’을 두고 속도감 있게 혼돈의 강도를 뒤흔든다는 것이다. 잘못 인지되거나, 누락되거나 심지어 왜곡되기도 하는 인간의 심약한 기억과 이것을 기반으로 한 정체성이 얼마나 약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기억이 누군가에 의해 조종됐을 때 개인의 삶이 얼마나 파괴될 수 있는지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평범한 주인공 모건 설리반(제레미 노덤)은 해고를 당한 뒤 지루한 일상에 지쳐, 다국적 하이테크 기업 ‘디지콥’의 산업스파이를 지망한다.

신분을 감추기 위해 ‘잭 더스비’로 위장한 모건은 지시에 따라 전국의 세미나에 참석해 정보를 입수한다.

임무를 처리해 갈수록 능력을 인정받지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목 뒤의 통증, 그리고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나타나는 악몽이 거듭된다.

만찬장에서 우연히 리타 포스터(루시 리우)라는 여인을 만나는데, 이 여인은 모건이 가는 장소마다 모습을 드러내고. 두통과 악몽은 더 심해지는데…

28일 개봉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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