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국 칼럼] 항생제와 쥐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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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국 칼럼] 항생제와 쥐약
  • 승인 2003.12.1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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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할아버지뻘 되시는 분이 지은 시원찮은 오두막집이었다. 어린 시절 나를 매우 우울하게 했던 요소 중의 하나다. 더욱 기분이 나쁜 것은 쥐들의 소동이었다. 대개 겨울이 되면 방안에 고구마 통가리를 두게 되는데 입이 심심할 때 고구마를 직접 꺼내 먹기는 편리하나 쥐들도 고구마를 먹기 위해 들락날락한다는 사실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밤에 자리에 누워 있으면 쥐들이 천장에서 달리기 시합을 한다. 자꾸 신경이 쓰인 나머지 벽지로 발라놓은 천장을 쥐어박으면 잠시 조용해졌다가 조금 지나면 또다시 찍찍거리며 약을 올리곤 하였다. 군사혁명정부가 들어선 뒤 쥐를 박멸한다고 집집마다 쥐약을 나누어 주고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쥐꼬리를 수거하는 일까지 있었다. 그러나 약 먹은 쥐를 잡아먹고 고양이, 뱀, 개 같은 쥐의 천적이 몰살당하는 바람에 쥐는 더욱 번성하는 결과만 가져왔다.

서울에 오니 쥐가 적었다. 그러나 없는 것은 아니었다. 70년대 까지만 해도 벽을 시멘트로 발랐지만 아직 쥐가 드나들고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그러나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 시멘트로 단단하게 지은 집이 많아지면서 쥐가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나 역시 잘 지은 연립주택에 살게 되면서 쥐를 보는 기회가 없어지고 말았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쥐를 쥐약으로 박멸하려는 것보다, 쥐가 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물론 쥐가 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쥐를 물리치는 방법은 아직까지 이것밖에 없다.

지금 병균을 박멸한다고 항생제를 쓰고 있다. 쥐약을 써서 고양이만 잡았듯이 항생제로 병균을 잡는 혈구만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들은 이미 백혈병이나 빈혈이 항생제병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한약은 어떠한가? 우리는 쥐약을 쓰지 않는다. 다만 쥐가 살기 어려운 환경만 만들뿐이다. 그러니 風寒暑濕燥火를 조절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본지주간·함소아연구소장
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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