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과 기대 - 2003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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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과 기대 - 2003년을 보내며
  • 승인 2003.12.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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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끝이 어느덧 코밑에 다가왔다. 해놓은 것 하나 없이 또 한해를 보내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본다. 엄습해오는 파도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되지 않을 것 같던 한의약육성법은 의외로 쉽게 통과되는가 하면 될 것 같았던 의료법개정안은 입법을 청원한 의원 스스로 철회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다. 한의계의 정서와 현실과는 거리가 있었다.

경기불황은 올 한해 내내 개원가를 짓눌렀다. 경영, 기후, 계절에 따라 변동폭이 큰 내원율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하다. 최근에는 시민사회의 발전에 따라 한의사의 진료결과를 환자 스스로 문제제기하면서 분쟁으로 이어지는 일도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경향도 보였다. 분쟁이 증가한 데는 양의계의 한의학 부정·비하·매도도 한몫 했다.

매년 그렇듯이 한의학 침탈현상도 가속화됐다. 양의사가 한약을 처방하거나 변형된 침을 놓는다거나 혹은 부항을 뜬다거나 하면서 대체의학이란 이름으로 한방의료행위 전반을 흡수해 들어가는 현상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무면허업자나 유사의료업자의 불법 한방의료행위도 줄어들지 않았다.

외부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한의계도 끊임없는 대응을 시도했다. 대학에서, 학회에서, 연구원에서, 한의협에서, 혹은 개인한의사 차원에서 성과를 하나하나 축적해갔다. 겉으로는 갈등하고 속앓이 하면서도 다양성이 증대되었다. 전통적 학문방법에 더해 임상실험방법론이 추가돼 한의학의 학문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어진 느낌이다. 외형적으로도 한의학연구원이 대전신청사로 이전을 앞두고 있으며, 한의협도 회관기공식을 가져 일선 한의사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늘 위기를 체감하는 가운데서도 발전의 기운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한의학이 가진 유구한 역사성과 탁월한 효과 덕이다. 특히 한의학을 객관화할 수 있는 방법만 터득하면 현대의학과 견주어도 조금도 손색이 없다는 확신과 믿음, 이것이 한의학을 나날이 발전케 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한의학을 사랑하지만 고식적인 한의학 설명방식에 만족하지 않는 젊은 한의사들이 새로운 설명방법을 찾아 끊임없이 노력해 기초와 임상, 산업 방면에서 성과를 내지 않았다면 한의학은 정체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올해의 최대 성과는 외부의 역경을 내부의 정열로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데 있지 않나 생각된다. 내년에는 그런 움직임이 개인적 노력 차원을 넘어 조직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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