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질환을 살리자(8·끝) - 종합
상태바
기초질환을 살리자(8·끝) - 종합
  • 승인 2004.03.16 0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이론에서 실천방안까지 현실적인 연구를

한의사 인식과 진료의 질 개선 병행해야 효과적
새 사람 조직이 기성조직에 활력 불어넣어야

면허를 가진 한의사가 1만 2천명이라면 그중 개원한의사는 7천5백명이다. 이들 개원한의사 7천5백명 중 순수하게 기초질환을 중심적인 진료분야로 삼는 한의사는 몇몇 특화한 한의사를 빼고는 거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초질환자를 주요한 고객으로 하는 한의사들의 마음은 편치 못하다. 남들처럼 특화에 성공해서 일년 사시사철 경기의 흐름에 관계없이 환자가 붐비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정 환자가 많은 것도 아니다. 홍보를 잘 해서 스타가 된 것도 아니고, 옛날처럼 한의원이 띄엄띄엄 있어서 환자걱정 하지 않고 되는 그런 태평한 세월을 사는 것도 아니다.

불안한 한의사

30대가 주류를 이루는 한의사 구성으로 보아도 기초질환을 다루는 다수의 한의사들은 소외되어 있다. 한의협, 학회, 대학, 병원 등 한의계의 주요 정책결정기관에서 다수의 젊은 한의사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신생 매체인 인터넷에서 목소리를 높이기는 하나 1회적인 호소에 그쳐 목소리가 조직화되지 못하고 있다.
기성에 눌리고 사회적 시스템에 소외된 데다가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정치·사회적 변화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밀어닥쳐 기초질환 진료 한의사들은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WTO DDA 협상이 진행되면서 국내의 의료시장이 개방된다, 중국 북경중의약대학의 서울분교가 설치된다, 조만간 수천명의 중국유학생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등의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쉴 새 없이 유포되면서 한의사들의 불안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일선 한의사의 희망사항

기초질환을 살리자는 대의에 공감하는 한의사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기초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1차적으로 한방병의원을 방문하도록 하자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한의사 스스로 기초질환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꾸고 그 다음으로 환자와 사회적 인식을 바꾸자는 데서 찾아보자는 것이다. 기초질환에 대한 가치부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의사 스스로 노력할 리 없고 한의계의 자원이 기초질환 분야로 투자될 리도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 한의계의 의지를 확인하고 여론을 일으키려면 통계적 수치화작업을 실시할 것이 요구된다. 통계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고 막연히 기초질환이 중요하다, 기초질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초질환에 투자해야 한다 등의 주장을 하는 것은 공허한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세 번째는 주관적 의지만 가진다고 취약해진 기초질환진료가 하루아침에 살려지는 것도 아니다. 객관적으로 한방병·의원을 찾을 만한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 주관적 인식을 바꾸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인식이 바뀌어 용기를 내어 찾아간 환자에게 질환을 정확히 진단하고 설명하며,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치료해 줄 때 환자는 한의사와 한방의료기관을 신뢰하며 다음에 또 방문하는 선순환구조를 창출해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홍보·보험·제도로 뒷받침하는 일이 뒤따라야 앞뒤가 맞을 것이다. 거꾸로 외적 여건이 성숙되면 내적 변화가 유발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지만 순서로 따지면 맨 끝단계에 불과하다.

실천방안 도출해야

‘기초질환을 살리자’는 주장을 아무리 한들 앞장서서 노력하는 조직이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적어도 방법을 몰라서 못한다고 생각하는 한의사는 한 사람도 없다. 한의사들은 개별 의료기관별로 고립 분산되어 있어 마음속으로는 다들 생각하면서 몸이 따라주지 않아 못할 뿐이다. 개인 한의사라 하더라도 진료만 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의료기관을 경영하므로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진료하기에도 바빠 연구와 교육을 다 잘 겨를이 없다.

반면 한의사단체인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학, 병원, 학회가 이런 일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도 현실적으로 보면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보여진다. 이들 단체의 입장에서 보면 단체가 아무리 영세해도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일선 한의사들의 가려운 곳을 일일이 긁어주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이들 단체를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 한의사들은 이것저것 요구를 하게 되지만 돌아오는 것은 실망뿐이다. 안 되는 것을 요구했기 때문에 실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거꾸로 상위단체는 일선한의사들이 자신들의 할 일은 하지 않고 요구만 한다고 힐난한다.

전담조직 필요성 대두

따라서 기초질환을 살리는 문제는 필요성을 느끼는 한의사들이 모여 이 문제만 전담하는 조직을 만드는 길이 가장 빠르지 않나 여겨진다. 전담조직이 여론을 일으켜야 한의협과 학회, 대학, 병원이 움직일 가능성이 그 역보다 높기 때문이다. 즉, 아래로부터의 요구를 위에서 수용하는 형식이다. 최근 만들어진 개원한의사협의회도 기초질환을 살리자는 취지를 잘 반영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나 앞으로 어떻게 방향을 잡아나갈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개원의협의회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전담조직의 발족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도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시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방안은 기초질환을 살리기 위한 이론과 실천과제를 도출하도록 연구능력 있는 사람에게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설령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각자 선 위치에서 한의사 한 사람 한 사람이 최대한 노력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승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