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두 당사자가 대화로 돌파구를 찾은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든다. 앞으로도 돌출 변수 없이 굳어져 합의사항이 원만히 추진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는 한의협과 한의학회 관계자들이 제반 문제점을 꼼꼼히 따져 합리적으로 결정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추진과정에서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소속 집단을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다행스럽다는 마음 한켠으로는 왠지 불안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번 합의가 과연 전문의제도에서 소외됐던 제반 당사자들의 이해를 제대로 정확히 반영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풀지 못한 갈등을 짧은 기간 합의로 해결을 볼 수 있겠느냐는 일반론적인 생각도 언뜻 스쳐지나간다.
우선 한의협이 일선 한의사의 의사를 대변했는지, 반대로 학회는 기존 전문의와 전공의의 의사를 대변했는지, 그리고 학생들은 어떻게 되는지 묻고 싶다. 한의계의 구성원 일부라도 동의할 수 없는 합의라면 구속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한의협의 역할로 인정된 ‘제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한 정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개원의의 전문의자격 응시기회를 인정하는 모든 조치를 말하는지, 경과규정을 두어 개원의에게 응시자격을 줄 경우 이에 해당하지 않는 한의사와 한의대생은 어떻게 되는지도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다.
거꾸로 한의협은 수련기관에서 수행하는 수련내용을 무조건 다 인정하겠다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그간 문제가 되었던 임상논문 발표, 학술대회 참가 증명 서류를 따로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지, 이번 4회 시험부터 인정하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온갖 생각이 다 드는 것은 그토록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하던 일이 갑자기 합의됐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전문의가 워낙 민감하고 복합적인 변수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집행부에서 합의한 사항이 막판에 일부의 반발에 부딪혀 원점으로 회귀한 경험을 기억하는 한의계로서는 합의된 대로 일이 진행되리라고 마냥 낙관할 수 없는 이유도 이런 데에 있다. 신중에 신중을 더 할 일이다.
전문의제도는 갈 길이 멀다. 이제 시작인 셈이다. 한의학을 이끄는 양대 수레바퀴인 한의협과 한의학회가 상호 존중하는 자세로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미흡한 부분을 꾸준히 보완해 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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