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정치화 전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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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정치화 전략이 없었다
  • 승인 2004.04.1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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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에서 한의사는 당선자를 한 명도 내지 못했다. 의사가 3명, 치과의사가 1명, 약사가 2명을 배출한 것과 비교된다. 의사·치과의사·약사와 더불어 보건의료계를 구성하는 주요한 축인 한의계는 15년 이상을 자신의 대표자 하나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다가올 시련의 4년을 생각하면 가슴이 메인다.

다행히도 윤석용, 이강일 후보가 한의계의 변변한 지원도 없이 혈혈단신 선거에 뛰어들어 공천을 거머쥐고, 이어 본선에서 엎치락뒤치락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접전을 벌인 것은 한의계에 희망이 싹트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겠다.

사실 과거 한의사의 선거는 지역구도가 확연히 드러난 선거를 빼고는 그렇게 선전한 경우가 드물었다. 심지어는 본선에 참가하기도 전에 공천단계에서 숱한 좌절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양상이 달라졌다. 경선에서 당당하게 경쟁해서 공천권을 따내는가 하면, 익산에 출마한 한의사는 5차까지 가는 경선을 치른 끝에 2위를 기록한 사례도 있었다.

선거 뒤 개표과정에서 보여진 득표력은 한의사사회에 ‘한의사의 여의도 입성이 가까와졌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사회적으로도 갓 쓰고 한복 입은 고루하고 캐캐묵은 직능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해서 입법을 책임질 수 있는 전문가라는 인식이 저변에 자리잡은 것으로도 평가된다. 한의계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한의사를 둘러싼 정치지형이 몰라볼 정도로 달라진 것이다.

이점 점에서 한의계는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시급히 개선할 필요가 생겼다.
우선 한의사가 이 사회의 ‘유일한’ 소외계층이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소외계층이었던 노동자, 농민, 여성은 자신의 이해를 대변하는 창구를 마련함으로써 소외의 굴레에서 벗어났지만 민족의 학문과 문화, 과학을 담지하는 한의사는 여전히 자신의 대표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조속한 시일내에 한의계에서 공론화돼야 한다.

정치현상을 정치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함양할 것도 요구됐다. 비례대표후보로 유력시되던 한의사회원이 돌연 후보에서 배제된 것이나 소속정당의 지지율이 치솟으면서 당선이 유력하던 후보가 막판에 뒷심부족으로 낙선한 것, 또 여론조사에서는 밀렸으나 개표결과 한때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저력을 과시했던 후보 등의 사례가 속출했던 것들은 한의협지도부가 선거전략을 수립할 때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줬다.

낙선은 허물이 아니다. 오히려 낙선의 원인을 규명하지 않는 허물이 더 크다. 한의계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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