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수의 중국통신 ‘역사는 어디로 흐르는가’(3)-한의학의 기본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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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수의 중국통신 ‘역사는 어디로 흐르는가’(3)-한의학의 기본철학
  • 승인 2004.04.2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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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역적 사고·유심론적 인식체계 가져야
‘사상일심’은 동질성과 공통성을 중요시
한의학은 유심론·연역론적 철학을 바탕

박완수
군의관·한의학박사
중국 제일군의대학 연수중

사진설명 - 1천병상 규모의 대형병원인 중국 광동성 직할 중의학종합병원 현관 입구의 층별 안내판. 침구과, 骨筋科등의 진료과가 서양의학의 각 과와 함께 설치되어 있는 것이 특이하다.

5. 한의학의 기본 철학 새롭게 정리해본다 - ‘사상일심’론

현재 한의학과 중의학의 기본사상은 공통적으로 ‘음양오행’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의학은 ‘태극’사상과 이제마의 ‘사상의학’ 등의 이론을 통하여 ‘유심론적 방향’으로 좀 더 발전해왔고 중의학은 ‘원기론’ 등과 함께 좀 더 ‘유물론적 방향’으로 발전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기본철학적 방향의 다름’으로 인해 공통되는 의학용어에 대한 ‘다른 설명’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의학에서 태극, 사상, 음양, 오행, 정, 기, 신, 혈, 장부, 경락 등의 용어에 대한 설명에 있어서 기능적 요소가 좀 더 강조되는 반면에 중의학에서는 ‘태극’이나 ‘사상’에 대해서는 의학적 중요성을 그렇게 많이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며 ‘원기, 음양, 오행, 정, 기, 혈’ 등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 ‘물질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기본적 인식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중국의 현대 정치-사회적 기본사상이 ‘유물론’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즉 ‘유물론적 세계관’으로 ‘중의학’을 재구성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한의학’이 철학적으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었으며 좀 더 유심론적으로 될 수 있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의료의 제도적 측면에서 중의학은 중국의 정치적 현실로부터 많은 혜택(중의학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받은 반면에 그 기본철학적인 측면에서는 과거의 ‘유심론적 사고론’에서 벋어 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한의학은 이와는 반대로 국가의 중심적 의료제도가 ‘서양의학’ 위주로 되어 오면서 국가의 공식적 지원으로부터 멀어져 왔고 주로 민간! 의료부문에서 발전되온 반면에 그 기본철학적 측면에서는 ‘유심론적 사고론’을 더욱 충실히 발전시켜 올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필자는 이런 측면에서 사상의학에서 발전된 ‘유심론적 기본철학’을 한의학의 기본사상으로 새롭게 정립해보고자 한다.

그것을 ‘사상일심’론이라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사상’은 곧 ‘태양, 소양, 태음, 소음’으로서 ‘개별성, 차별성’을 의미하고 ‘일심’은 ‘중앙의 태극’으로서 ‘공통성, 동질성’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즉 ‘인간’이라는 개체가 갖는 ‘공통성’과 ‘차별성’에 대한 인식이 중요한 ‘의학적 인식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모두 ‘같은 마음(일심)’을 갖고 있고 그 ‘일심’은 ‘음양’으로 구성되며 ‘음양 구성의 비율’에 따라 양이 아주 많으면 ‘태양’, 양이 조금 많으면 ‘소양’, 음이 아주 많으면 ‘태음’, 음이 조금 많으면 ‘소음’으로 구분하여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동시에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오직 하나의 ‘양’ 혹은 ‘음’ 으로만은 이루어 질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도 하겠다.

이러한 ‘사상일심’론은 ‘음양오행’론과 어떻게 다른가. 음양오행론이 좀 더 ‘차별성과 개별성, 그리고 이질성’ 즉 ‘다름’에 대한 ‘인식’에 중점을 둔다면 ‘사상일심’론은 인간이 갖는 ‘동질성, 공통성’ 즉 ‘같음’에 대한 ‘인식’을 중요시 한다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같다,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개별적 차이성은 갖고 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인간의 생명현상을 분석하고 질병에 대한 치료에 대해서도 ‘공통적 치료’와 ‘차별적 치료’를 겸용해서 적용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 ‘음양오행론’은 ‘음적인 존재, 양적인 존재 그리고 목, 화, 토, 금, 수 각각에 해당하는 존재의 성질’에 따라 좀 더 개별적, 차별적으로 인간의 생명현상을 해석하고 서로간의 작용과 영향에 대해서 고찰해 나간다고 할 수 있다.

즉 ‘음양오행’론이 이 세계에 대하여 좀 더 ‘이질적 방향’으로의 고찰을 발전시켜나간다면 ‘사상일심’론은 이 세계의 존재에 대하여 좀 더 ‘동질적 방향’으로 인식해 나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식론’이 왜 중요한 것인가. 그것은 ‘한의학’이 ‘연역론적 의학’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학문의 방법에는 크게 2가지 즉 ‘귀납론적 방법론’과 ‘연역론적 방법론’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서양의학의 방법론은 좀 더 ‘귀납론적’이다. 하나의 세균, 하나의 바이러스, 하나의 악성생성물, 하나의 병리적 현상을 끊임없이 발견해나가고 그에 적절한 치료책, 대응책을 제시하고 검증해 나간다.

그러나 한의학은 좀 더 ‘연역론적 방법론’으로 학문을 발전시켜 나간다고 할 수 있다.
즉 생명현상을 설명하는 몇가지의 큰 원칙이 있다. 위에서 말한 ‘사상일심론’, ‘음양오행론’, ‘태극’, ‘원기론’, ‘정, 기, 신, 혈, 론’, ‘장부론’, ‘경락론’ 등이 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원칙들에 따라서 생명의 ‘존재’와 ‘현상’을 분석하고 그 원칙에 따라 대응책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물론 실제로는 이러한 ‘귀납론적 방법론’과 ‘연역론적 방법론’이 끊임없이 교환되고 절충되어 발전되어 왔다. 그것은 기타 다른 ‘학문’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의학’도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그 밖에 그러한 두가지 방법론 뿐 아니라 ‘유심론적 방법론’과 ‘유물론적 방법론’ 두가지로 나누어서 ‘학문의 방법론’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절대적인 유심론적 방법론이나 절대적인 유물론적 방법론은 불가능할 것이다.
인간이 좌측 두뇌 혹은 우측 두뇌 한쪽으로만 생각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일 것이다. 무엇이 ‘중심’이 되고 어느 쪽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느냐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귀납론적인 방법론’으로 세상을 모두 파악할 수 없듯이 인간의 생명현상에 대해서도 ‘오로지 귀납적’으로만 이해할 수 없는 측면이 많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연역론적 방법론’이 당연히 필요한 것이고 이러한 측면에서 ‘한의학이 갖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의학의 기본철학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좀 더 연역론적인 사고체계와 좀 더 유심론적인 인식체계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상일심’론은 한의학의 유심론적 사유능력과 연역론적 특징을 더욱 발전시킬수 있을 것이다.
한의학을 연구함에 있어서 어떤 본초, 어떤 한약이 어떤 세균을 죽이고 어떤 바이러스를 제거하며 어떤 암세포를 소멸시킬 수 있는지 혹은 어떤 경혈이나 어떠한 침법이 진통물질을 많이 생성시키거나 뇌세포를 활성화시키는지의 연구도 물론 중요하다.

이러한 연구방법은 보다 귀납적인 연구방법이다. 우리는 또한 보다 연역적인, 원론적인 연구도 필요한 것이며 그러한 ‘인식론’에 대한 강화, 위에서 말한 ‘연역론적 방법론의 강화’를 통하여 한국의 한의학이 세계의 의학계에서 더욱 강한 설득력과 호소력을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필자 e-mail
hangl98@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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