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락 교수가 쓰는 주의해야 할 한약재들(15·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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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락 교수가 쓰는 주의해야 할 한약재들(15·끝)
  • 승인 2004.04.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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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초는 자감초가 기본이다

□ 감초와 자감초 □

‘약방에 감초’라는 말이 있듯이 감초는 한약으로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전량 외국에서 수입하며 수입액으로는 녹용류와 우황 다음으로 3위이고, 草材로서는 가장 많다.
전세계적으로 감초는 30여종이 있고, 중국에만 7종이 있으며 이 중에는 雲南감초처럼 맛이 쓴 것도 있다.
그리고 감초는 모든 독을 해독한다고 하지만 甘遂, 大戟, 원花, 海藻와 함께 사용하면 오히려 독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 감초기원식물

약전에서는 감초(Glycyrrhiza uralensis), 光果甘草(G. glabra), 脹果감초(G. inflata)등 3종만 인정하고 있다.
Glycyrrhiza란 희랍어 Glycys(甘味)와 rhiza(根)의 합성어이며 뿌리가 달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다.
uralensis는 우랄지방에 나기 때문인데, 꽃이 보랏빛이고, 콩과식물이므로 열매는 콩깍지처럼 생겼고 낫처럼 휘어지고 털이 있다.
glabra는 열매에 털이 없다는 말이며, inflata는 열매가 주머니처럼 부풀었다는 의미이다. 신농본초경부터 사용한 감초는 G. uralrensis이고, 유럽에서는 G. glabra를 주로 사용한다. <사진 1, 2>

2. G. uralensis

G. uralensis는 뿌리가 1m 가량 곧게 뻗으며 곁가지는 그다지 없다. <사진 3>
꺾으면 노란 가루가 날리며 감미로운 향기가 나고 단면에는 갈라진 틈이 많이 보인다. <사진 4>
이는 도홍경이 ‘赤皮,斷理,看之堅實’한 것이 가장 좋다한 것과 일치한다.
다만 자연산인지 재배산인지, 그리고 산지에 따라 변이가 있다.
중국에서는 자연산 감초를 채취하지 못하게 하므로 이제는 자연산을 구하기 어려워 졌다.

3. 한국에서 감초재배

한국에서 감초를 재배하려한 노력은 이미 조선 태종 11년(1411)에 開城留後司의 留後였던 李文和가 한해 전에 심은 甘草 1盆을 왕에 바쳤다는 기록에서 엿볼 수 있다.
최근에는 감초를 기르는 농가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감초재배에 있어 문제점은 감초 씨앗은 워낙 단단하여 발아력이 매우 약하고, 업자측에서도 농가에 씨앗자체를 보급해서는 이익이 적으므로, 1년 기른 종근을 분양하는데, 종근을 바로 세워 심지않고 눕혀 심음으로써 이 부분만 비대해지고 나머지는 수염뿌리만 무성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 5>
그리고 무엇보다도 큰 문제점은 한국의 토질은 감초가 자라기에는 지나치게 기름지다는 점이다.

4. 1일 용량

상한론 113방중 감초가 사용된 처방은 70방이다. 감초를 3냥 사용한 것은 7개로서 10%뿐이고, 2냥을 사용한 것은 47개나 되어 가장 많다. 감초 1일 용량이 2냥인 것과는 달리, 상한론에서는 유달리 1일 용량이 3냥인 약들이 많다.
계지탕을 예로 든다면 계심(계지거피), 작약, 생강이 3냥 20g이고 대추 12개(크기가 평균치인 것에서 씨앗을 제거하면 20g이고 이는 3냥에 해당한다)인데, 감초만은 2냥 16~17g이다.
그리고 상한론에서 최대량이 일반용량의 2배인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계심 최대량은 계지가계탕의 5냥, 작약은 계지가작약탕의 6냥, 대추는 자감초탕의 30개로서 3냥의 2배가량 된다.
감초의 경우도 최대량은 4냥으로 일반용량 2냥의 2배이다.
상한론의 1냥을 15.6g으로 추산하기도 하는데, 15.6g을 적용하면 자감초 1일량 2냥은 30g으로서 중국약전의 1일 용량 1.5~9g에 비하면 지나치게 많다.

5. 감초와 자감초

임상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자감초와 감초를 그다지 구분하지 않는 점이고, 구분하더라도 통상적으로 행해지는 방법으로는 炙甘草가 아니라 炒甘草라는 점이다.
상한론에서는 70개 처방중 68개 처방에서 자감초를 사용하였다.
2개 처방에서만 감초를 사용하였는데, 인통에 사용하는 감초탕과 길경탕이다. 후세방의 사군자탕에서도 감초가 아니라 자감초를 사용한다.
장중경은 炙와 炒를 엄격히 구분하였다. 炙한 것은 상한론에서 甘草, 厚朴, 枳實 등 3개이고, 금궤요략에서는 甘草, 厚朴, 枳實, 百合, 鱉甲, 阿膠, 蜂窩, 獺肝, 조莢, 生狼牙 등 13개이다.
이 중 감초, 후박, 지실이 공통되므로 중경방에는 炙하는 한약재는 10개가 된다.
熬한 것은 상한론에 瓜체, 맹蟲, 牡蠣, 白粉, 水蛭, 商陸根, 莞花, 정역子, 巴豆, 杏仁 등 10개이고, 금궤요략에는 강螂, 과체, 桃仁, 맹충, 牡蠣, 鼠婦, 水蛭, 烏頭, 원花, 서蟲, 정력자, 蜘蛛, 巴豆, 杏仁 등 14개이다.
이 중 과체, 맹충, 모려, 수질, 원화, 정력자, 巴豆, 杏仁 등 8개가 공통되므로 16개가 된다.
그리고 행인의 경우 금궤요략 마행의감탕에서는 炒하였으므로, 熬와 炒는 같은 것임을 알 수 있다.
炙는 감초처럼 긴 것이거나, 별갑처럼 넓은 것이거나, 백합처럼 큰 것에 해당하고, 炒는 정력자, 파두 등처럼 알갱이로 된 것에 해당한다.
지실의 경우 반으로 쪼개고 물에 담구어 속을 긁어 낸 뒤 불에 구워 말린다하였으므로 잘 익은 탱자임을 알 수가 있다. 잘 익은 탱자는 크기가 백합과 비슷하여 불에 구울 수 있다.
본초서에 음력 9월이나 10월에 딴다고 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그리고 모려를 熬하라 한 것은 모려를 깨뜨린 뒤 볶았음을 암시한다.
따라서 炙는 불위에 직접 올려놓고 굽는 것이고, 熬는 철판위에서 볶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방법은 절단된 감초를 철판위에 놓고 볶는 것이므로 炙甘草가 아니라 炒甘草에 해당하여 상한론 원래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

6. 감초 부작용

감초의 주성분인 Glycyrrhizin(GL)은 1809년 Robiquet에 의해 발견되었다. 중국에서는 감초의 기준으로 GL이 2.0% 이상이지만, 한국에서는 이보다 높은 2.5%이상이다.
GL은 18-β-glycyrrhetic acid(GA)의 3번 탄소에 D-glucuronyl-β-1, 2-D-glucuronic acid 가 포함된 구조이다. GL이 장내에 들어오면 장내미생물에 의해 糖이 1개 분리되어 18-β-glycyrrhetic acid(GA) mono-β-D-glucuromide가 된다. 계속하여 나머지 糖 1개마저 분리되어 Glycyrrhetic acid가 된다. <그림 1, 2>
이 GA가 혈관에 흡수되어 감초약효를 발하는데, GA는 단맛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감초의 약효를 단맛때문으로 설명해 온 것과는 모순된다. 기미론중 맛의 의미를 새로이 정립할 때가 온 것이다.
만일 처음부터 GA형태로 경구투여하면 소화액에 GA가 소화되어 감초의 약효는 기대하기 어렵다.
상한론 계지탕 조문에 술꾼은 단 것을 싫어한다는 말이 있는데, 중동에서는 금주법이 시행되므로 술꾼과는 반대로 단 것을 매우 좋아한다.
따라서 감초를 물에 담구어 두었다가 음료수로 마시는 것이 일상화되어있다. 유럽에서는 감초로 사탕을 많이 먹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 감초로 인하여 고혈압환자가 발생하는데, 원인은 감초의 GL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cortisole은 11 β-hydroxysteroid dehydro-genase type 2(11β-HSD2)에 의해 비활성형인 cortisone으로 변환한다.
하지만 감초의 GA는 분자구조가 cortisone과 닮았으므로 11β-HSD2의 활성을 방해하고 cortisole이 cortisone으로 변하는 것을 억제한다. <그림 3>
이에 따라 cortisole이 축적되면 aldosterone과 마찬가지로 mineralocorticoid receptor에 작용하여 hypermineralocorticoidism을 유발한다. Na과 수분은 몸안에 축적되고 K은 배설되어 부종이 생기고 혈액내에 수분함량이 많아지므로 혈압이 올라간다. <그림 4>
최근에는 감초를 장기복용하면 남성 hormone testosterone 생산량을 감소시켜 정력약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GL기준으로 1일 100mg 이상 복용은 삼가라고 한다.

7. 炙하는 방법과 이유

감초를 炙하는 방법과 이유에 대하여는 그다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중국약전에는 감초를 蜜炙하는데 먼저 끓인 꿀과 감초를 4:10으로 준비한 뒤, 물을 끓이고 여기에 꿀을 녹이고 감초를 넣고 감초가 꿀물을 완전히 흡수하면 감초가 黃色이나 深黃色이 되고 손에 끈적거리지 않을 때까지 약한 불로 炒한다. 하지만 상한론에서는 꿀을 사용한다는 말이 없으므로 장중경식은 아니다.
감초를 炙하는 이유를 GL이 장내에서 미생물에 의해 GA로 변화하고 이것이 흡수되어 약효를 발한다는 것에 착안하여, GL이 GA로 많이 변하는 조건을 찾는 연구가 있었다.
GL은 170℃에서 타므로 이것을 포함한 감초를 이보다 높은 190℃에서 1시간 볶았을 때 GL이 GA로 변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속 이어진 연구결과에서 甘草나 炙甘草나 체내에서 GL이 GA로 변환되는 비율은 동일한 것이 밝혀짐으로써 빛을 잃고 말았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감초를 자하는 이유와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어쩌면 GL과 GA로서 감초와 자감초를 설명하려는 것은, 원두커피를 볶는 이유를 단지 caffeine 하나로만 설명하려는 것과 같을지 모른다.
다만 감초를 炙하는 시점은, 도홍경이 불에 구워 말린 감초는 갈라진 무늬가 많고 빈틈이 많다하였고, 지실이나 獺肝을 불에 구워말린다는 말이 있으므로, 감초를 캐낸 뒤 불에 구우면서 말리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금궤요략에 生狼芽는 炙香한다 하고, 本草衍義에서 감초는 ‘入藥須微炙,不爾,亦微凉,生則,味不佳’라 하였으므로 감초를 불에 구우면 약성이 따뜻해지고 맛과 냄새가 좋아진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하지만 캔 뒤에 바로 구우면 보관한 뒤 사용할 때는 향기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약점이다.
현실적으로는 캐자마자 구워서 말리기는 어렵지만, 말려놓은 것을 절단하기 전에 굽는 것은 가능하다.
지금 필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만든 자감초와 감초의 약효 차이를 연구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내에 최고품 炙甘草를 공급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끝>


■ 지금까지의 연재 목록 ■

1 (6월 02일자 418호) - 강활
2 (6월 09일자 419호) - 방풍
3 (6월 16일자 420호) - 고본
4 (6월 23일자 421호) - 백두구, 사인, 소두구, 초두구
5 (6월 30일, 7월 7, 21일자 422~425호) - 계피(上·中·下)
6 (7월 28일자 426호) - 침향
7 (8월 11일자 427호) - 대추
8 (8월 18일자 428호) - 사삼
9 (8월 25일자 429호) - 우슬
10 (9월 01일자 430호) - 위유와 황정
11 (9월 08일자 431호) - 백출과 창출
12 (9월 22일자 432호) - 백작약과 적작약
13 (9월 29일,10월 6일자 433, 434호) - 대황과 종대황(上·下)
14 (10월 13, 20일자 435, 436호) - 당귀(上·下)
15 (10월 27일자 437호) - 감초와 자감초


■ 필자노트 - 연재를 마치면서 ■

15회 이번 원고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친다. 지난 4월 부산시한의사회에서 보수교육으로 8회 강연한데 이어 민족의학신문의 요청으로 이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필자는 부산으로 수입되는 한약재의 관능검사에 참여하고 있는바 안타까운 것은 수입하는 사람이나 이를 사용하는 사람이나 모두 검사기준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한약재의 관리기준이 동의보감도 방약합편도 아니라 대한약전과 대한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 있다. 여기에는 한약재 514종의 검사기준이 실려 있다. 원문은 식품의약품안전청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의 기준이 중국과는 다른 경우가 있어 중국에서는 합격품이라도 한국에서는 불합격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세신의 경우 중국에서는 뿌리와 잎, 줄기 등 全草를 사용하지만 한국에서는 뿌리만 인정한다. 본초서를 볼 때 뿌리만 사용한 경우가 훨씬 많으므로 한국이 옳다.
이런 경우와는 반대로 우리의 기준이 미흡하므로서 규격기준에 따라 합격은 하지만 흡족하지 않은 것도 많다. 오가피의 경우 중국에서는 단 1종만 인정하는데 한국에서는 동속식물을 모두 인정한다. 지금 수입되는 오가피는 대부분 紅毛五加皮이고, 시중에서는 가시오가피라고 유통되기도 한다. 감별점은 가시오가피는 뿌리, 가지, 줄기 전체이고, 홍모오가피는 껍질이며, 가시오가피는 가시이지만 홍모오가피는 억센 털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수출국에서는 약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한국에서는 외화를 낭비하며 열심히 수입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현재의 공정서가 한의학의 기미론이나 귀경론 등 한의학적 기준과는 전혀 무관하므로 폐지해야 하고, 독립된 한약전을 편찬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酸苦甘辛鹹이나 寒熱溫凉이나 經絡이나 어느 하나 측정하여 수치로 표현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시호를 肝經으로 가야한다고 수록할 수는 있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으므로 선언적 의미만 있을 뿐이다.
만일 대다수의 한의사들이 동의하는 기준을 제시하면 이를 기준으로 현대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공통점이 있는가를 찾아내는 것이 대안은 되지만, 이마저도 한의사의 취향에 따라 기준이 다른 현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다품목 소량씩 수입하므로 어떨 때는 품목당 수입액보다 검사비가 더 많이 들 때도 있고, 똑 같은 품목을 여러 회사가 따로 수입하므로 한 품목을 여러번 검사해야 한다. 따라서 1회사가 1품목씩 전문화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재배 후 건조, 보관, 가공, 포장, 유통까지 모두 관리하여, 수익금으로 재투자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한의원에서는 약재를 보관하는 것도 중요한데, 특히 방향성 약재는 밀봉하고 냉동고나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수입업자들은 좋은 약재를 수입하려 해도 소비자인 한의사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약보다 가격이 비싸다느니 생소하다는 등의 이유로 사용하려 않는다고 불만이다. 반대로 한의사의 입장은 수입업자들이 싸구려 약들만 수입한다고 불만이다. 어느 쪽이 잘못인가를 논하기 앞서 한의사 스스로 좋은 한약재를 요구해야 하고, 그러자면 약재에 대해 알아야 하고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고치기는 어차피 불가능하며, 본초학자로서 주어진 여건에서 좋은 한약재가 유통되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지금까지의 원고 중 잘못된 부분은 전적으로 필자의 잘못이며 기탄없는 의견을 기대한다.
그동안 귀중한 지면을 할애해주신 민족의학신문사와 연재되는 동안 좋은 의견과 격려를 보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김인락 識

필자 연락처
051-850-8636, 011-485-3344
e-mail : in3355@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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