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만화·애니메이션의 천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작품들을 쏟아낸다. 수량은 물론 작품에서 보여지는 스케일이나 세밀한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만화(영화)는 아이들 전용’이라는 말을 무색케 한다.
또한 일본 만화(영화)가 명성을 이어가는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독자(관객)층과 소재가 다양하다는 것.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이나, 소년·소녀들이 환호하는 공주·로봇·괴물에서부터 성인물까지 아우르고 있다. 또한 이 사이에는 저녁시간에나 나올법한 가족용 드라마와 복잡한 구조의 SF물, 심리스릴러 등도 있다. 기존 영상물과의 차이는 표현방식일 뿐이라는 듯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작품을 생산해 내고 있다.
‘붉은 돼지’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사람이 돼지로 변한 이 작품은 우화의 영역에서 스토리를 전개하면서도, 액션에 대한 낭만적인 해석은 누아르의 성격마저 내 뿜는다. 마치 총질과 난투극이 로맨틱하게 묘사되는 헐리우드의 갱영화가 풍기는 분위기를 연상케하는 것은 성인들의 입맛꺼리.
주인공 포르코는 원래 1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공군 소속의 잘 생긴 파일럿이었다. 전쟁에 회의를 느껴 스스로 마법을 걸어 돼지가 되어 빨간 비행기를 타고 현상금 걸린 공적(하늘의 해적)을 쫓으며 산다.
인간이었을 때 사랑했던 여인과의 추억에 젖어 살기도 하는 이 돼지는 국가를 위해 기부할 것을 권유하는 은행원에게 ‘애국은 인간들이나 하는 것’이라 대답하고, 왜 돼지가 됐냐는 질문에 ‘파시스트보다 돼지가 낫다’고 응수해 버리면서 자유롭게 창공을 날아다닌다. 세상이 어지러울지라도 얽매임 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이 돼지는 자유인 그 자체. 붉은 돼지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20년대 말, 붉은 돼지 포르코는 지중해 무인도에 살면서 공적을 소탕하며 산다. 공적은 포르코에 대적하기 위해 미국인 비행기 조종사 커티스를 고용한다.
커티스와 대결하던 중 비행기가 파손되자 포르코는 비행기 제작자인 피콜로를 찾아간다. 피콜로의 손녀 피오가 비행기 수리를 맡게 되는데 이 와중에 커티스가 피오에게 사랑을 느낀다. 결국 커티스와 포르코는 피오를 사이에 두고 결전을 벌이게 되는데…
(DVD 출시 2004년 5월말)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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