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세계화 의사소통이 걸림돌 - 김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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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세계화 의사소통이 걸림돌 - 김중길
  • 승인 2004.07.1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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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실력이 의료산업 경쟁력
중의대의 외국인 교육 문제 많아

김 중 길 (원광대학교 순천한방병원 3과 과장, 전 몽골파견 국제협력의)

몽골에 국제협력의로 있으면서 미국에서 교육받고 NCCAOM(미국한의사인증자격)의 자격증을 취득한 독일인 침구사와 2년 동안 같이 공부를 할 기회가 있었다.
처음엔 영어가 딸려 여러 가지로 부담스러웠는데 매주 쉬지 않고 계속 공부해 나가면서 미국에서 교육받은 침구사(Acupunturist, 비 의료인)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의료인으로 교육받은 한국 한의사의 차이는 작은 게 아니었음을 알게됐다.

임상적인 진단, 치료 기술에 대한 문제는 별개라 하더라도 인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들도 전문인으로 교육받은 것이 아니라 개인이 공부해서 알고 있는 단편적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독일 침구사 자신도 미국에서의 교육이 전혀 체계적이지 않고 허술했다고 말했다. 교수진들이 대부분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미국행을 선택한 중국의 중의사들과 원문 텍스트를 해독할 수 없는 서양인이라서 교육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 한의대를 졸업한 한국인 침구사가 우리의 공부에 한두번 합류한 적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한자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독일인 침구사에게 자랑할 수 있는 큰 자산이었다. 물론 의료인으로 교육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의 한의대에서는 유급이라는 것은 없다.

돈을 내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졸업을 하고, 시험보고, 열심히 치료해서 돈을 벌고, 돈이 어느 정도 생기면 중국에 가서 6개월이나 1년 정도 연수를 해서 진료실에 수료증액자 하나를 더 붙이는 것이 미국에서 교육받은 침구사들의 일반적인 패턴이다.

몽골 진료실에서 같이 근무하고 공부하던 몽골 의사가 중국 상하이에 있는 중의대에 국비 장학생으로 갔다. 방학 때 몽골에 돌아와서 나에게 한 첫 번째 말이 “한국에 가서 한의학을 배워야겠다”는 것이었다. 자기가 다니는 대학의 1개 반이 40명 정도인데 반은 한국사람, 나머지는 세계 여기저기서 온 외국인이었다고 한다.

교육 자체도 너무나 허술하고 또 수업에 참석을 하든 말든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시험 때가 되었는데 시험에 참석한 학생이 7~8명이었다고 한다. 한국서 온 학생에게 “왜 시험을 보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이 학교는 학비만 제대로 내면 졸업장을 주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대답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학교측에 “중국 학생들과는 언제 같이 수업을 받느냐”고 하자, “그런 과정은 없다”고 하더란다.

또 중국학생들에게는 수업을 어떻게 하고 시험을 어떻게 보는지 물어보았더니 “그들은 의료인으로서 교육을 받고 있어서 수업, 실습, 시험 등 빡빡한 교육과정을 거쳐야만 졸업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면서 중국에서는 외국인을 너무 차별한다고 분개했다.

어떤 국가에서 그 사회 구성원의 건강과 안녕을 책임질 의료인을 길러내는 것은 많은 노력, 시간,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우리가 한의사로서 진료를 하기 위해 거쳤던 과정을 그들(잠정적인 우리의 경쟁자들)은 조금도 알지 못할 것이다.

서구에서 의료인은 양방의사나 치과의사로 한정되어 있다. 특히 의사 1명을 양성하는 데 필요한 경비, 시간, 과정은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다. 또한 국가의 충분한 지원과 관리를 받으면서 교육되어지고 있다.

서구에서는 양방의사가 모든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물론 하고자 한다면 한약, 침, 다른 대체의학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만약, 지금 우리가 경쟁 상대나 대화의 상대로 여기고 있는 미국에서 교육받은 침구사가 진정으로 자신의 인생을 바쳐서 의술(한의학 포함)을 연마하고 싶었다면 의대를 다녀서 의사가 되었을 것이다.

서구에서 의사가 된다는 것은 모든 치료법을 자기 마음대로 인간의 몸에 사용해 볼 수 있는 전지전능의 힘이 주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중국에서도 외국인에게 중의학을 교육하는 것과 의료인으로서 중의사를 길러내는 것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외국인에게는 장사를 하는 것이다. 돈을 내고 수업에 등록을 해서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그냥 졸업장을 준다. 중국 정부에서 생각하기에 외국인들은 그냥 교육 소비자로서 그들의 요구(졸업장)만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국의 의료인을 길러내는 것은 전혀 다르다.

인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어야 하고 또 수준이 되지 않으면 유급을 시키고 자격을 주지 않는 엄격한 관리를 하는 것이다.
한국의 한의사는 의료인으로서 교육받고 자격이 주어진 의사이다. 학원 정도의 교육을 받고 치료에만 전념하는 침구사가 아니다.

의료는 서비스다. 의료 산업에서 경쟁력의 원동력은 서비스 주체인 의료인의 실력이다. 세계화 시대에 영어권이 아닌 나라 사람들의 가장 큰 콤플렉스는 의사소통 능력이다. 한국인만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는 아니다.
우리가 기본적인 의사소통만 가능하다면 세계 대체의학 시장의 대부분은 한국에서 의료인으로 교육받은 한국 한의사의 앞마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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