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동 이발사(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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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동 이발사(2004)
  • 승인 2004.08.2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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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를 살아낸 아버지

1950~80년대, 권력의 중심지인 청와대가 위치한 효자동을 배경으로 한 ‘효자동 이발사’는 한 때 대통령의 머리를 깎았던 서민대표 이발사 ‘성한모’의 인생살이를 주축으로 한다.

‘효자동 이발사’의 주요 배경은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정치사를 두르고 있다. 영화는 무거운 정치사 속에서 돈 없고, 빽 없이 가정을 지켜내며 살아야 했던 아버지의 비극적 모습을 희극 터치로 그려낸다.

주인공 성한모(송강호)는 평범한 이발사이지만, 우연하게 대통령의 전속 이발사가 되어 ‘특별한 인물’이 된다. 성한모는 대통령의 이발사라고 알려지자 동네사람들로부터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 된다. 은근한 청탁까지 이어지게 된다. 반면 대통령 앞에서는 눈조차 마주칠 수 없고, 대통령 용안에 흠집을 내자 진땀을 뺀다. 권력자를 대면한 시민의 소탈한 모습이 웃음을 빚어낸다.

여기서 그의 몸은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까지 접근했지만, 결코 그들의 무리에 섞일 수 없는, 권력에서 소외된 계층이다. 이 영화의 주제이자, 비극적 요소는 권력 앞에서 비굴하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 그 시대 아버지의 생존방식이었다는 현실이다.

영화 초반, 웃음을 중심으로 펼쳐지던 분위기는 후반으로 갈수록 비극적 현실을 부각시키면서 쓸쓸함을 안겨준다. 청와대 저녁만찬에 초대된 자리에서, 아들이 대통령 아들과 시비가 붙자 성한모가 오히려 나서서 자신의 아들을 흠씬 두들겨 패는 씬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는 뒤틀려진 한국 정치사를 대면하기보다, 이 시대의 아버지를 그리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잔잔히 흘러간다. 다만 이 시대의 어머니의 모습은 어디로갔는지 아쉬울 뿐이다.

성한모는 면도사 겸 보조로 있던 김민자(문소리)를 덜컥 임신 시켜버린다. 임신 5개월인 민자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성한모는 나라의 정책 ‘사사오입’이라는 논리로 설득시켜 출산케 하고 결혼에도 성공한다.

4.19 혁명일에 태어난 그의 아들 낙안(이재응)이 초등학교를 다니던 무렵, 성한모는 집 주위에 수상한 사람을 간첩으로 신고했는데, 사실은 중앙정보부 직원이었다. 대통령은 오히려 성한모의 반공정신을 높이사 모범시민 표창장을 하사하고, 이 일을 계기로 대통령의 이발사가 된다.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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