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17] 攷事新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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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17] 攷事新書
  • 승인 2004.09.1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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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 사무에 참고할 새로운 책

책의 이름에 新書란 표현이 붙어있는 까닭은 이 책의 모본이 된 『攷事撮要』를 고쳐서 새로 꾸며 펴냈기 때문이다. 『고사촬요』가 지방에 부임하는 관리나 외국으로 가는 사신의 업무편람 용도로 작성되었으며, 그중 약재와 의약에 관한 내용이 적지 않게 들어 있다는 것을 오래 전에 이 자리를 빌려 소개한 바 있다. (131회 攷事撮要① 事大交隣을 위한 업무편람 2002. 11. 4일자, 132회 攷事撮要② 藥材需給과 製劑品目集 2002. 11. 11일자)
이 책은 영조 재위 47년인 1771년에 藝文館 提學으로 있던 徐命膺(1716~1787)에 의해 15권 7책으로 간행되었다.

서문에 의하면 3년 동안 4차례에 걸쳐 增刪(증산, 첨삭과 같은 뜻)과 損益을 거쳤지만 성과를 맺지 못했었다고 회고한 것으로 보아 대규모 개정 작업이 이루어졌던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1554년 魚叔權 원작의 초간본으로부터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이미 적어도 10여 차례에 걸친 개편 간행이 있었으니 전후 2, 3백년에 걸쳐 최고로 인기 있는 책 중의 하나였던 셈이다.

본문의 내용은 天道門, 地理門, 紀年門, 典章門, 儀禮門, 行人門, 文藝門, 武備門, 農圃門, 牧養門, 日用門, 醫藥門 등 12가지 부류로 나뉘어져 있다.
농포문, 목양문, 일용문(권13 ~14) 등에도 약재 재배나 獸醫, 잡방 등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지만 맨 마지막 권인 15권에 의약문이 전문분과로 별도 설정되어 있다. 대문 아래 다시 細目이 나뉘어져 있는데 의약문에는 忌銅鐵藥, 諸藥食忌, 臘藥用法, 解諸中毒에서부터 이하 治정腫, 治은疹, 痘瘡經驗方에 이르기까지 모두 96항목에 달하는 의약상식과 상비처방을 소개하였다.

이 중 두창경험방은 朴震禧의 『痘瘡經驗方』을 요약하여 수록한 것으로 민간에 두루 유포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본과 비교해 보았을 때, 앞쪽의 서문부터 稀痘方, 延生第一方, 辨痘症, 飮食 등과 같은 원론과 이론 부분을 과감히 덜어내고 곧바로 禁忌 부분부터 요지만을 골라내어 수록해 놓았다. 다만 병증변화의 명칭은 허준의 『두창집요』에서 채택한 방식을 따르고 있다.

즉, 初熱三日, 出痘三日, 起脹三日, 貫膿三日, 收엽(보조개 엽)三日의 차례로 변증 단계에 따라 용약처방을 달리 하고 있다. 이 부분은 『고사촬요』 제 5권의 雜用俗方篇에서 이미 정리된 내용을 다시 한번 개정 증보한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臘藥用法’이라는 항목에 제조납약방의 용법이 소개되어 있는데, 『언해납약증치방』에 수록된 것과 비교해 보니 조금 차이가 있다. 우선 牛黃淸心元이 淸心元으로 바뀌어 있다. 설명에 적힌 적응증과 용법은 거의 비슷한데 이름만 고친 것인지 처방 내용이 달라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또 수록처방 중 木香保命丹, 龍腦安神丸, 牛黃抱龍丸 3가지 처방이 빠져 있다. 세 가지 납약이 제외된 이유가 牛黃, 麝香 등 고가 약재의 수급 부족 때문인지 용도가 없어서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용법설명이 매우 축약돼 기재되어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기본적인 쓰임새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세부적인 기술을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언해는 들어 있지 않으며, 그 외 나머지 처방은 수록순서가 바뀐 것 이외에는 동일하게 수록되어 있다. 이 부분이 1744년에 간행한 5권본 『고사촬요』에서는 ‘丸藥服法’이라는 표제로 되어 있고 역시 제 5권의 잡용속방편에 수록되어 있으며, 내용 또한 대동소이하다.

그래도 기존의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어 『산림경제』나 『고사촬요』를 그대로 전용한데 불과하다는 생각에 불만을 느꼈던 저자는 말년에 이르러 다시 한번 이 책을 개정하여 『攷事十二集』을 펴낸다.

이 작업에는 손자 서유구가 거들어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이는데, 나중 『林園十六志』의 引用書目에서는 ‘攷事十二集 或名 攷事新書’라고 표현하여 혼동하기 쉽다. 이 전면 개정판은 그의 졸년인 1787년에야 완성되었으니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는 집념어린 자세를 지켜볼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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