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譯 溫病條辨
상태바
國譯 溫病條辨
  • 승인 2004.09.10 13: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4대 경전으로 불리는 淸代문헌의 대표작

아직도 한낮에는 老炎이 위세를 부리고 있지만, 아침저녁으로 불어대는 선선한 바람은 거듭 계절의 변화를 일깨웁니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입니다. 이에 운동하기 좋은 날씨라며 ‘몸 짱’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사람도 적지 않겠지만, 저는 워낙 학문적 소양이 박약한 탓에 ‘燈火可親’의 適期라는 ‘자기 최면’을 걸며 초가을을 맞이하였습니다. 그리고 조금 거창하게 ‘國譯 溫病條辨’을 집어들었는데, 譯者인 정창현 교수님(경희대)이 워낙 깔끔하게 번역하신 까닭에 애꿎은 머리 탓하지 않으며 무난히 一讀을 마쳤습니다.

‘溫病條辨’은 우리 한의사들이 많이 소홀히 했던 중국 淸代 문헌의 가장 대표적인 저작물입니다. 저자인 吳鞠通 선생은 서문에서 ‘傷寒爲法 法在救陽 溫熱爲法 法在救陰’이라고 하였는데, 이러한 주장이 얼마나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는지, 중국에서는 이 ‘溫病條辨’을 『內經』, 『難經』, 『傷寒論』과 더불어 ‘한의학의 4대 經典’ 중의 하나로까지 인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溫病學에 대한 기초 지식 - 가령 病因으로 溫邪를 중시하고, 진단 시 衛氣營血辨證 및 三焦辨證을 많이 이용하며, 치료 시 辛凉解表와 淸熱解毒을 강조한다는 점 - 을 떠올리면, ‘溫病條辨’은 확실히 한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책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번에 나온 정교수님의 ‘國譯 溫病條辨’은 한의사들이 필독서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입니다. “溫病條辨의 성립과정과 학술적 특징”이라는 解題로서 이해를 도와준 뒤, 말끔한 번역으로 溫病學의 진수를 음미하도록 해 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조금 더 욕심을 부리는 분이라면, 임진석님의 ‘臨床 溫病學 特講’과 백상룡님의 ‘國譯 補注 溫熱經緯’까지 읽어보실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溫病學을 이해하고 잘 활용하기 위한 삼위일체의 방법론은, 吳鞠通의 ‘溫病條辨’과 王孟英의 ‘溫熱經緯’를 읽은 뒤, 다시금 현대 중국의 溫病學 관련 서적을 공부하는 것임에 틀림없으니까요.

『東醫寶鑑』이라는 뛰어난 의서가 있는 덕택에, 아울러 『東醫壽世保元』이라는 아주 출중한 의서가 있는 덕분에,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한의사들은 여간해서는 淸代의 문헌에 눈길을 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인정하시는 것처럼, 서구 문물이 물밀 듯 들어오던 시기의 문헌은 - 굳이 내용조차 따질 필요 없이 - 의학사적 의의만으로도 무척 중요한 게 사실입니다. ‘과학’이라는 방법론으로 굳게 무장한 서양의학이 주류 의학의 지위를 서서히 점거해가던 시기에, 선현들은 과연 어떤 고민을 했었는지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번 ‘溫病條辨’의 國譯을 계기로 더 많은 淸代 문헌 번역물이 쏟아져 나오길 기대합니다. <값 3만8천원>

안 세 영
경희대 한의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