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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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여자
  • 승인 2004.09.1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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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여자’이고 싶은 여자

우리는 매일 이름 모를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면서 생활한다. 그 중에 내가 아는 사람은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 정말 할 일 없고 심심할 때 내가 아는 사람들을 꼽아보자.
자신있게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을 것이다.

<아는 여자>도 바로 거기서 출발한다. 제목만 봤을 때 도대체 이 영화의 여자 주인공 한이연(이나영)은 뭘 안다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기는데 정답은 바로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 동치성(정재영)을 아는 여자라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전제하에 영화는 시작되지만 모든 로맨틱 코미디가 그렇듯이 두 사람이 처음부터 알고 있다면 정말 재미없을터. 그래서 한이연만이 동치성을 알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두 사람은 어렸을 적에 만난 적이 있는 사이지만 그로부터 동치성은 그녀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한이연은 그를 늘 그리며 스토커처럼 그림자를 밟는다. 동치성을 ‘아는 여자’ 한이연으로서의 임무가 시작된 것이다.

프로야구 2군 선수인 동치성은 애인에게 실연 당하고, 시도 때도 없이 흘리는 코피 때문에 결국 병원을 찾아가게 된다. 의사는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그에게 3개월 시한부 인생임을 알린다. 자포자기한 동치성은 아는 선배의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쓰러지고, 그 술집의 바텐더인 한이연의 등에 업혀 여관에서 하룻밤을 같이 지내게 된다. 이러면서 한이연의 해바라기는 종지부를 찍게 되지만 시한부 판정을 받은 동치성이 그녀에게 눈길을 줄 겨를은 전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는 여자’ 한이연은 동치성과 어떻게든지 자연스러운 만남을 만들기 위해서 각종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내 다양한 상품을 받게 되고, 동치성과 어울리게 된다.

어떻게 보면 여느 로맨틱 코미디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결론은 뻔하다. 둘이 맺어지게 되겠지…. 하지만 이 영화는 뭔가 다르다. 기존 로맨틱 코미디가 뻔한 장르적 공식을 답습하고, 더더욱 한국 영화만의 장점인 막 웃기다가 감동을 꼭 주면서 어떻게든지 두 사람을 맺어주려고 하는 것들…. 관객들은 웃다가 울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마는데 <아는 여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하나 있다. 동치성이 한이연에게 원피스를 선물하자 한이연은 쑥쓰러워하면서 원피스를 갈아 입고 나타난다. 기존 영화라면 여기서 멈추거나 여자가 너무 좋아서 울 수도 있겠지만 한이연은 어색하게 한바퀴 돈 다음에 이런 대사를 날린다.
“이거 입으면 런닝 못 입잖아요. 난 런닝 안 입으면 배 아픈데…”

皇甫聖珍(영화칼럼니스트)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졸, 동 대학원 박사과정 재학
▲인천씨네마떼끄 회장, 마이엠(www.mym.net) 영화 칼럼담당
▲현 한양대학교 강사, 한국영화교육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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