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30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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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30 40
  • 승인 2004.10.1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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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예전 TV 드라마 중에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것이 있었다. 오래 되어서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하희라의 연기와 함께 여자들의 일상을 소소하게 그려 꽤 좋은 평가를 받았던 드라마였던 것 같다. 바로 영화 ‘20 30 40’을 한마디로 정의내린다면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가 될 정도로 이 영화는 여자 감독에 의한 여자들을 위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우선 ‘20 30 40’이라는 제목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영화구나라고 하겠지만 알고 보면 제목이 이 영화를 아주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즉 20대, 30대, 4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스타일로 만든 영화로 주인공들이 살짝살짝 스쳐지나가지만 마지막에 서로 만나고 엉키는 복잡한 사건 같은 것은 만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일상을 연결시킨다.

대만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로 가수가 되기 위해 말레이시아에서 건너 온 20대 여성 샤오지에(리신제)와 수많은 남성들의 사랑을 받는 30대 스튜디어스 시앙(르네 리우), 꽃가게를 하는 이혼녀 40대 여성 릴리(장애가)가 사랑이라는 주제 하에 서로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들은 ‘불륜’ 때문에 부모의 곁을 떠난 친구와 자신 때문에 ‘불륜’을 저지르게 되는 남자, 남편의 ‘불륜’으로 인해 이혼한 상황들을 가지고 있지만 여자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사랑의 과정이 그렇듯이 그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외로움과 슬픔이 찾아온다. 그러나 거기서 좌절하지 않고, 20대·30대·40대라는 나이의 연륜에 맞춰 슬기롭게 이겨나간다.

옴니버스라는 특성상 영화에 집중하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관객들의 나이에 맞춰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때로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때로는 가슴 찡한 에피소드로, 때로는 지루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나오지만 20대·30대·40대 여성들의 진정한 사랑과 행복 찾기 과정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묘한 매력을 선사한다. 그래서 영화가 끝났을 때 과연 내가 저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라는 자문자답을 생각하게 되면서 잔잔한 여운을 느끼게 한다.

이 영화는 3중국(중국, 대만, 홍콩)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고루 출연하며, 영화 속 주인공들인 리신제, 르네 리우, 장애가가 직접 원안을 만들고, 40대 릴리로 출연하는 장애가가 직접 연출까지한 영화이기도 하다. 오랫만에 조폭이나 범죄자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중국어권의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무간도’의 황추생과 ‘연인’의 양가휘의 새로운 모습을 보너스로 만날 수 있는 ‘20 30 40’은 2004년 베를린 영화제 출품시 ‘여자가 직접 말하는 <왓 위민 원트>’, ‘아시아판 <섹스 & 더 시티’로 소개되기도 했다.
2004년 부산 국제 영화제 초청작, 22일 개봉 예정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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