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에게 ‘다이어리(Diary)’라는 개념은 ‘일기’보다는 ‘수첩’에 더 가까울 정도로 바쁜 현대인들에게 일기는 하나의 ‘추억거리’로만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럴 때 책상 속 한 켠에 놓아 둔 일기장을 한 번 꺼내보자. 학창 시절, 숙제 검사 때문에 억지로 썼던 일기장이지만 별 거 아닌 것 갖고 고민하기도 했고, 지금은 가물가물한 친구들의 이름을 발견하기도 하면서 추억 속에 잠깐이나마 빠질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진희(김선아)는 남자친구(장혁)를 사랑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지금까지 만났던 남자들이 진짜로 너를 사랑했었는지 직접 물어보라는 말을 남기며 떠나버린다. 슬픔에 잠긴 진희는 옛날 일기를 들쳐보면서 사랑했던 남자(이현우, 김수로, 공유)들과의 추억을 떠올리고 그들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진희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외면해 버리고, 진희는 그들에게 복수를 하게 된다.
이 작품은 2003년 영화사에서 주최한 시놉시스 공모전에서 당선된 것으로 원제는 <전도연의 섹스 다이어리>였다. 하지만 주인공과 제목이 바뀌고, 19세 미만 관람불가에서 15세 이상 관람가로 바뀌면서 영화의 느낌은 많이 유해졌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풍기며 성적인 코드보다는 여성의 진정한 사랑 찾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영화 만드는 사람들의 욕심이 너무 과했는지, 아니면 관객 수위 조절에 실패했는지 영화는 약간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채로 방황하는 모습이 보인다.
비록 상업영화일지라도 뭔가의 메시지를 줘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컸는지 영화는 그리 명쾌하지 않다. 만약 남자 감독이 아니라 여자 감독이 만들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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