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현대과학 ‘이개의어’ 활용한 임상질환 경험 공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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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현대과학 ‘이개의어’ 활용한 임상질환 경험 공유할 것”
  • 승인 2021.05.06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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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이개의어(醫語)로 설명하는 한의학’ 연재예정인 이승민 한의사

경희대한방병원 펠로우 이후 미국서 진료 및 침 관련 강연…국내외 의료진 한의약교육 기획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본지는 이달부터 자생메디컬아카데미의 이승민 한의사를 통해 ‘이개의어(글로벌시대에 영어와 모국어 이개국어가 필수가 된 것처럼, 밀레니엄시대의 한의사가 사용해야하는 현대과학언어와 한의학언어 두 가지 의어醫語를 의미) 로 설명하는 한의학’ 기고를 연재한다.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의와 연구자로, 그리고 교육자로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그를 만나 앞으로 어떤 내용을 공유할 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침구과 전문의인 이승민이다. 이전에 민족의학신문과 인터뷰를 했던 것이 2017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2018년에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에도 다녀오면서 나름대로 의미있는 경험을 많이 했다. 현재는 자생한방병원 자생메디컬아카데미에서 국내외 의료진을 위한 한의약 교육 콘텐츠 기획과 제작 업무를 하고 있다. 이곳은 미국평생의학교육인증원(ACCME)의 인증을 받아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미국 의사들의 보수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2019년 처음 인증을 받았고, 지난해부터는 미국 캘리포니아 침구 위원회(CAB)와 호주 침구중의학협회(AACMA)의 보수교육인증기관으로 채택되어 미국과 호주를 비롯해 약 30개국 의료진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본지와의 인터뷰 당시에는 경희대한방병원에서 침구과 연구 펠로우로 근무했는데 이후 미국으로 떠났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의 일을 하게 되었다. 지난 3년여 기간 동안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을 했나.
인터뷰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17년경에는 경희대 한방병원 펠로우로 일하며 침구과 이상훈 교수와 부속병원 순환기내과 김원 교수, 우종신 교수가 진행하는 양·한방 협력연구를 도와드리면서 침구과 교실에서 박사과정도 같이 밟고 있었다. 지금은 미국을 다녀왔고, 아이 둘의 엄마가 되었다. 연구를 하는 것은 즐거웠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민이 많았다. 동시에 언젠가는 미국에 가서 한의학 교육의 세계화에 기여해보고 싶다는 열망도 있었다. 그러한 생각들이 계속 쌓이다가 이상재 교수를 만나면서 꿈을 이루게 되었다. 그는 한국한의약진흥원의 한의약 교육의 세계화 사업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덕분에 부산대학교에서 연구교수로 잠깐 일하다가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한국 침 관련 강의를 시작했다.

미국에서 남편은 공부를 했기 때문에 내가 가장이 되어 돈을 벌어야 했다. 그래서 한국 침 관련 강의와 연구, 그리고 환자 진료 등 다양한 일을 병행했다. 미국에서는 한국처럼 풀타임으로 세를 얻어 한의원을 운영하기 쉽지 않아서 시간단위로 진료실을 빌려 운영할 수 있다. 이에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진료실을 빌려 나의 개인 클리닉을 운영했다.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클리닉에서 부원장으로 일하며 진료를 했고, 수요일에는 또 다른 곳에서 대진을 했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부산대 한의전에서 운영하는 미국 동의보감 아카데미에서 사암침 관련 강연을 했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면서 이 일을 모두 소화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아졌다. 한국이라면 가족이 있기 때문에 아이를 보살펴줄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베이비시터를 고용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때마침 남편도 공부가 끝났고, 그래서 고민 끝에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오면 미국으로 돌아갈 것을 기약하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의사로서 미국에서의 생활과 한국에서의 생활에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한의사로서 미국과 한국에서의 활동에 가장 큰 차이가 있었다면 환자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는 것, 그리고 환자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 두 가지였다. 특히나 한국에서 내가 한의사로서 가지고 있던 단점들이 미국 가니까 오히려 장점으로 바뀌는 경험이 정말 신기했다.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한국에서는 환자분들이 비교적 나이와 경험이 많아 보이는 원장님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어떻게 하면 더 연륜이 있어 보이고 무게감이 있어 보일지 고민을 많이 했고, 목소리도 낮게 바꿔보기도 했다. 그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계속 전문의 자격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연구논문까지 계속 썼다. 그런데 미국을 갔더니 오히려 내 동양인 외모와 젊은 여자라는 점을 좋아해주는 환자들이 많은 것을 느꼈는데, 너무 색다르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환자를 많이 본다고 돈을 더 버는 게 아니라 한의사가 환자와 같이 보낸 시간만큼 보험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처럼 급하게 진료를 할 필요가 없는 것도 정말 큰 차이였다. 문진도 자세히 하고 궁금한 것도 많이 물어보고 치료할 때도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서 환자들의 치료 순응도도 높고 라포(rapport)도 빨리 형성되는 편이다. 또 환자들이 본인들의 치료 계획, 과정에 대해서 더 자세히 들을 수 있기 때문에서 그런지 확실히 한번 치료를 받기로 마음먹으면 끝까지 따라와 주고, 치료 중간 중간에도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해주는 것이 정말 좋았다. 

▶앞으로 본지에는 어떤 내용의 기고를 연재할 예정인가. 
민족의학신문의 구독자 중에는 나보다 훨씬 훌륭한 학자, 임상가, 선·후배들이 많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지면을 낭비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기고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고민하다 보니 그나마 나를 정의할 수 있는 단어 몇 가지가 ‘침의 임상적 활용 및 근거 연구’, ‘침구의학과 전문의’, ‘해외거주 및 진료 경험’,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인 것 같았고, 해외에서 임상 강의를 할 때 공감을 많이 얻었던 내용인 ‘이개의어(醫語)로 설명하는 한의학’을 구독자분들과도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중 환자들이 자주 물어 왔던 질문, 답변을 했을 때 반응이 좋았던 것들을 정리해서 독자들과 공유하도록 하겠다. 

▶기고를 보게 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외에서 강의를 할 때 공감을 많이 얻었던 말 중 하나가 현시대의 한의사는 ‘이개의어(醫語)’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소통을 중요시하는 밀레니얼 세대 때문이다. 공식 통계 자료를 보면 인구의 25%가 밀레니얼 세대이고, 이 세대의 수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넘어섰으며, 자연히 한의원에 내원하는 환자 중에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은 솔직하면서 소통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과거처럼 의사가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내 주변의 젊은 친구들도 한의학을 설명할 때 ‘오장육부’ 및 ‘기혈’ 등으로 얘기를 시작하면 바로 관심을 잃는 것을 많이 느낀다. 글로벌 시대에 모국어 이외에도 영어를 어느 정도 해야 세계인과 소통이 가능한 것처럼, 현시대를 살아가는 한의사는 한의학적 개념을 기존의 한의학 용어 이외에도 현대과학적 언어로 풀어서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과정 중에 이 기고문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이제 적극적으로 해외에 있는 침구사, 한의사분들과 소통하고 공유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시대가 왔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교육 시장이 급속도로 확장 되었고, 한의계에서도 ㈜7일, 메디스트림 등이 선도하여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많이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생메디컬아카데미도 국내외 의료진 대상으로 좋은 콘텐츠 열심히 만들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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