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연구분야로 진출한 한의사 3인…그들이 그리고 있는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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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연구분야로 진출한 한의사 3인…그들이 그리고 있는 미래는?
  • 승인 2021.07.1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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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창간특집 인터뷰: 한의사과학자모임 소속 한의사 3인. 

“계산신경과학-면역학-심층신경망 모델 개발 등 분야 연구”

한의대를 졸업한 후 임상이 아닌 연구 분야로, 또는 임상을 경험하고 한의학이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한 길을 모색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한 박사윤 한의사(가천대 생리학교실 박사과정), 양주원 한의사(경희한의대 생리학교실 석사과정), 정재균 한의사(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본지 창간 32주년 특집 인터뷰로 그들에게 이 길을 택한 이유와 앞으로 목표를 들어보았다. 

◇(왼쪽부터)박사윤 한의사(가천대 생리학교실 박사과정), 양주원 한의사(경희한의대 생리학교실 석사과정), 정재균 한의사(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왼쪽부터)박사윤 한의사(가천대 생리학교실 박사과정), 양주원 한의사(경희한의대 생리학교실 석사과정), 정재균 한의사(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각자 소개를 부탁한다.
박사윤:
2017년에 경희한의대를 졸업했고 현재는 가천대학교 생리학교실(NNSM Lab)에서 박사과정 중이다.

양주원: 경희한의대 생리학교실 석사1학기에 재학 중이며 동신대학교 한의과대학을 2013년도에 졸업하고, 광주광역시의 요양병원, 한방병원 등에서 근무하다 2016년부터 광주에서 ‘안심 한의원’을 5년 정도 운영하던 중 그만두고, 2021년부터 연구원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정재균: 한의대를 졸업하고 강남자생한방병원에서 일반수련의 과정을 마친 다음 KAIST 의과학대학원에 입학해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한의대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박사윤: 환자를 치료할 때에 질병에 주로 초점을 맞추는 서양의학과는 다르게 질병뿐만 아니라 인체 전반을 살피고 인체 내 기능의 조화와 평형을 중시하는 점에서 한의학에 매력을 느꼈다. 한의학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인간을 이해한다는 점이 흥미로워서 한의대에 진학하게 됐다.

양주원: 전라남도 순천이라는 지방 중소도시에서 태어났다. 당시 이미 할아버지께서는 한약방을, 아버님께서는 한의원을 같은 동네에서 운영하고 계셨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한약방과 한의원을 돌아다니며 놀면서 환자들이 드나드는 모습, 진료받는 모습, 한약을 달이고, 약재들을 썰고 말려서 가루 내고 환약을 만드는 모습 등을 보고 자랐다. 
집안의 대를 이어 한의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성장하였으나,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중앙대학교 생물학과에 진학했다. 생물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 미생물학교실에서 석사과정을 밟던 중, 다시 한의대에 진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몇 번의 도전 끝에 동신대학교 한의과대학에 입학했다. 

정재균: 중고등학교 때부터 생물학과 의학에 관심이 많았고 장차 연구자가 되고자 했다. 그와 동시에 한의학이라는 분야가 존재하는 학문적, 사회적 지형에 흥미를 느껴 이를 심도 있게 연구할 수 있는 한의과대학에 진학했다.

▶현재 어떤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지 설명해달라. 
박사윤:
계산신경과학(Computational neuroscience)이라는 분야를 인공지능을 활용해 연구한다. 계산신경과학이란 뇌와 신경의 활동을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학문으로, 이를 통해 정량적인 방식으로 신경계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뇌에 대한 수학적인 이해는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다 정밀하게 설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뇌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공학 등에 적용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그 중에서도 나는 인공지능(머신러닝, 딥러닝)을 포함한 데이터사이언스 방법론을 이용해서 신경세포 집단의 신경활성데이터를 분석하고 뇌의 정보처리 메커니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양주원: 현재 속해있는 실험실에서는 면역학을 바탕으로 regulatory t cell을 이용한 치매 세포치료제와 면역항암제 관련 연구가 진행중이다. 나는 아직 초기라서 배경지식도 많지 않고 전문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략적으로 크게 두가지 분야의 일을 하고 있다.

첫 번째는 cisplatin으로 유도되는 급성 신장독성을 방어하기 위한 식물 추출물에 대한 연구다. cisplatin 은 1세대 항암제로써 그 효과가 매우 강력해 현재에도 많이 쓰이고 있으나 급성 신장 독성을 일으키는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사용에 있어서 많은 주의를 요하는 약물이다. 때문에 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병용 투여하는 약물에 대한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본 연구실에서는 선행 연구를 통해 봉독에서 추출한 bv PLA-2 이라는 펩타이드를 이용해 면역세포인 T regulatory cell 조절을 통한, 마우스 급성 신장독성을 방어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그러나 bv Pla-2는 분자량이 19,000인 효소 성분으로 경구투여시 소화작용중 분해되어 약물 활성이 떨어지는 등의 특성으로 인해 사용이 제한되므로, 새로운 T regulatory cell 유도물질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따라서, 본 연구실에서는 여러 가지 표적물질들을 스크리닝한 결과, 미얀마가 원산지인 몇몇 식물에서 유래한 KE-2라는 추출물이  pla-2와 유사한 기전으로 t reg 유도 효과를 내어, cisplatin의 신장독성을 방어하고 항암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내가 맡은 분야는 그동안 in vitro에서 진행중이던 추출물의 효능을 in vivo에서 확인하고자, 추출물로 t reg을 유도하여 survival test, mouse t cell의 유세포 분석 등을 진행하고 있다. 

두 번째는, 면역항암제에 관한 연구로, 본 실험실에서는 봉독의 melittin에서 분리, 합성한 새로운 peptide가 종양 환경속 M2 대식세포를 제거하는 기전을 이용하여, 폐암, 전립선암, 흑색종 등의 마우스 모델에서 종양의 증식을 억제하는 실험을 진행하여 성과를 내어 왔다. 나는 그중에 새롭게 췌장암 모델에 관심을 갖고, 마우스에서 유도한 췌장암 모델에서 melittin peptide가 효능을 나타내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정재균: KAIST 바이오정보시스템연구실과 신경유전체의학연구실의 공동지도를 받아 정신질환의 병태생리를 유전적, 역학적 차원에서 규명할 수 있는 해석 가능한 심층신경망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한의사 면허 취득 후 임상이 아닌 해당 연구분야로 진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박사윤:
학부 때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한의계에 근거 창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여기에 졸업 무렵 빅데이터라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데이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이 합쳐져서 임상이 아닌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대학원에 진학한 뒤에 계산신경과학에 입문하게 되었는데, 계산신경과학은 프로그래밍 스킬과 통계 및 수학적 능력, 그리고 신경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융합 분야이기 때문에 수학과 프로그래밍을 학부 때에 접하지 않았던 나에게는 도전적인 연구 분야였다. 하지만 뇌는 인간의 중추이면서도 미지의 영역이고, 뇌를 이해함으로써 평소에 관심이 있던 인간의 사고와 감정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래서 계산신경과학을 전공으로 정하게 됐다. 

양주원: 한의대 졸업 후 8년 정도 임상을 하면서 처음에는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어릴적부터 한의학에 친숙한 환경에서 자라다보니, 한의학에 대한 믿음이 확고한 편인데다 환자를 낫게 해야한다는 것에 대한 소명의식도 있고 환자들이 나아지는 것을 보는 것도 보람이 있었다. 
그러나 개원을 하고 한의원을 직접 운영하다보니 진료보다는 환자관리와 경영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그러한 재미들은 점점 반감되어 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것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단골도 생기게 되고 삶도 루틴화되었으나, 그 단계에서 새로운 발전이나 시도는 할 수 없는 매너리즘에 빠지게 됐다. 이런 상태로 10년, 20년 쭉 해나갈 수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경력이 쌓이고 단골이 쌓이는 것 외에 스스로에게 어떤 발전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었다. 그저 잘할 수 있는 것만 잘하면서, 못하는 것은 점점 안하게 되는 그런 삶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자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 동안에도 한의원 경영이나 추나강의, 처방강의, 매선 등 새로운 시술, 비만 등 특화 강의 등 한의원 운영에 관한 공부들은 해왔으나 그것과는 다른 차원의 자극이 필요한 단계라 생각해, 이것 저것 알아보다 우연한 기회에 대학원 연구원 생활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일을 시작하고 몇 달이 지난 지금도, 사실 무언가 확실하게 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하다보니, 기존의 것들을 버리는 데에도 어린 나이의 친구들과 함께 부대끼는데 익숙해지는 것에도 꽤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익숙해지고는 있다. 익숙해지면서 버티다보면, 하고싶은 것도 좀 더 명확히 보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정재균: 임상을 경험하면서 교과서만 보고는 떠올릴 수 없었던 다양한 임상적 질문을 품게 되었고, 좀 더 깊이 탐구하고 싶은 연구 아이디어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내 학문적 깊이가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하기도 했다. 이에 더 늦기 전에 연구자로서의 역량을 갖추고 환자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진료를 하는 의사가 되고자 연구의 길을 선택했다.

 

박사윤 “뇌신경과학의 관점에서 침과 한약 치료의 원리에 대해 제시”

양주원 “본초 중 T reg 유도할 수 있는 물질을 찾아낸다면, 쓰임새 무궁무진”

정재균 “데이터 바탕으로 패턴 발견하고 임상에 적용한다면 다양한 연구 가능”

 

▶연구하고 있는 분야와 한의학을 어떻게 접목을 시킬 수 있는지 궁금하다. 
박사윤: 뇌는 인간의 중추이고 한의학의 치료 효과 역시 뇌신경과학의 관점에서 설명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의원의 주 치료 대상인 통증을 예로 들면 통증의 원인이 기질적인 문제인 경우도 있지만 신경전달 과정에서 문제가 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국한의학연구원의 김형준 박사님이 수행한 연구 중 손목터널증후군에 대한 침치료의 효과를 fMRI 상의 변화를 통해 뒷받침한 사례도 있다. 신경활성의 변화를 치료효과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시간적, 공간적 해상도가 보다 높은 세포 수준의 데이터(2-photon Imaging이나 multi-electrode array 등)를 이용한 연구를 통해 뇌신경과학의 관점에서 침과 한약 치료의 원리에 대해 제시하고 싶다.    

양주원: 첫 번째 연구인 cisplatin의 신장독성 방어는, 그 기본 내용은 regulatory T cell에 관한 것이다. regulatory T cell은 특히 면역조절에 관여하므로, 자가면역질환의 예방 및 치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대인들의 질병 중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흔히 알려진 아토피, 류머티스, 전신 홍반선 루프스 등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와 탈모 등의 영역에도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관점으로 보고 연구하기도 한다. 또한 암치료에 있어서도 면역관용을 억제하는 regulatory T cell을 이용한 면역항암제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현재 연구중인 식물은 주로 관상용으로 쓰이고 그 효능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생강과의 식물로 비슷한 류인 생강, 강황, 울금처럼 어느정도 특정한 약효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뿐 아니라 한의학에서 응용할 수 있는 수많은 본초 중에서 T reg을 유도할 수 있는 물질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 쓰임새는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본다. 

암세포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로 그동안 한의학에서 항암작용이 있다고 알려진 본초들을 스크리닝해 현재 연구실에서 연구 중인 M2 대식세포를 타겟으로 하는 유효물질들을 찾아냄으로써, 면역항암제 개발에 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재균: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패턴을 발견하고 그것을 임상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타당화하는 과정은 오늘날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이자, 분야를 막론하고 의학 전반에 걸쳐 적용될 수 있는 방법론이다. 한의학 분야에서도 양질의 데이터가 구축된다면 진료 현장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다양한 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의사가 아닌 타학문을 전공한 이들과 연구를 하고 있다. 그들이 한의학을 받아들이는 인식이 궁금하다. 
박사윤: 내가 경험한 바에 한해서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연구 대상으로서의 한의학에 대해서 열려있고 연구자로서 한의사에 대해서도 편견 없이 대해줬다. 예를 들어 사상체질의학에 대해 유전체학적으로 접근하는 연구나 의료정보학적 도구를 이용해 한의계의 임상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이용한 연구를 수행하려는 부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양주원: 현재 연구실에 있는 대부분의 석박사 과정 학생들은 생물학이나 화학, 분자생물학 전공자들이 대부분으로 실험과 면역학 등에는 밝지만 실제로 한의학적 인식론을 접할 기회가 없었기에, 한의학적인 사고와는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된다. 한약이나 침술, 추나 등 치료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한의학에 우호적이나 일단은 한의학적인 약재나 처방을 실험에 쓴다든지 침술 등 치료법을 응용한다든지 하는, 단순히 데이터를 내기위한 방법론 적 측면에서 실험을 위한 ‘도구’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재로서는 인식의 한계인 듯하다. 

정재균: 내가 소속된 바이오정보시스템연구실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 과제를 비롯해 천연물 소재나 가상인체 모델 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어 한의학적인 개념에 대한 동료들의 이해도가 높은 편이다. 한의학이 개인맞춤의학과 예방의학 중심의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각자 전공분야의 지식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박사윤:
공부한 지식과 기술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로를 선택하고 싶다. 졸업 후 국제적 안목을 키우기 위해 미국이나 유럽의 유명 연구소에서 전공분야 연구를 계속 하고 싶다. 이후에는 한의대로 돌아와 한의학의 저변을 확장하고 새로운 연구분야에 대한 후학을 키우는 것도 꿈꾸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인공지능 연구와 신경과학 연구를 잇는 융합 연구를 하고 싶다. 공부하고 있는 인공지능과 신경과학은 접근 방향과 연구 방법론은 다르지만 ‘지능의 본질에 대한 이해’라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기에 두 분야의 융합 연구는 그 목표에 근접하는 데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AI-inspired neuroscience 연구를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에 기여하고 싶고 이를 바탕으로 한의학에 대해 뇌신경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연구분야를 형성하고 싶다.   

양주원: 알다시피 한의학은 매우 뛰어난 학문이다. 수천년동안 이어온 경험의학으로 방대한 이론을 가지고 있고 실효성도 뛰어나다. 근래에 K-pop의 성공, 코로나시대의 K-의료의 성과 등으로 드러나듯, 한국문화가 세계로 뻗어져 나가는 것을 보다보면 가장 한국적인 한의학 또한 곧 세계인에게 알려져 관심을 받고 마침내 세계를 널리 이롭게 할 시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보곤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대의 언어는 한의학을 풀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양의학으로 일컬어지는 현대의학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한의학적인 사고과정은 자칫 고리타분하거나 미신적인 것으로까지 치부되기까지 한다. 더구나 대부분의 한의사들이 한의학의 주요 수요자들인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한의학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나는 현대과학의 언어를 이해하는 한의사가 되어, 한의학적인 언어를 현대과학으로 풀어내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한 선행단계로, 현재는 현대의학적인 언어를 보다 깊이 익히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또한 나아가 단순히 언어 대 언어를 ‘통역’해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언어가 존재하는 공통의 풀 자체를 더 큰 범주로 만들어내고 이해시키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한의학과 양의학으로 이분되어 있는 한국의료계를 공통의 언어를 통해 하나로 묶을 수 있고, 나아가 세계의 의료를 아우르는 좀 더 광범위하고 보편적인 의학적 언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이러한 언어를 찾아내고 알리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그러던 중 작년에 기회가 닿아, 평소 생각을 같이하던 정형외과 원장님과 함께, 리처드 거버의 ‘파동의학’이라는 책을 공동 번역하여, 얼마 전 출간하게 됐다. 
 
정재균: KAIST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와 임상을 병행하며 환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의료인이 되고 싶다.

▶연구분야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박사윤
: 자신의 가능성을 한정 짓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싶다. 그리고 조금 더 구체적인 관심이 생겼다면 주저하지 말고 두드리라고 하고 싶다. 적지 않은 한의사들이 임상 이외에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는데, 이런 선배들은 대체로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는 후배들에게 친절하고 솔직하게 본인의 경험에 대해 공유해 준다. 거절당할 용기를 가지고 먼저 두드리면 친절한 조언과 뜻밖의 환대를 얻을 수 있다. 우리 연구실도 언제든지 열려 있다(웃음). 

양주원: 한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고 한의원을 경영하는 것이 본인의 스타일에 맞고 재미있어 보인다면, 그것을 잘하면 된다. 그러나 그것이 본인 스타일에 맞지 않는데도 마냥 붙잡고 있기에는, 예전처럼 한의사들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월등히 안정적이고 편안하던 시절은 지나갔다.
어려운 시기에 한의학이 살아남기위해서는, 한의학이 좀 더 보편적이고 고급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편적이라는 것은 값싸고 일반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들이 쓰는 언어로 이해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급화라는 것은 보기에 좋고 비싸다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세밀하고 날카롭게 응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뛰어난 한의사들이 연구계에 모여 한의학을 응용한 연구를 넓혀나가면 좋겠다. 어쩌면 한의사로써 그리고 나 자신으로서 더 오래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정재균: 연구란 좋은 질문을 찾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해결한 뒤 사람들과 소통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는 과정이 아닐까. 이를 위해 매 순간 어떤 역량이 필요할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에 대해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이 길을 함께 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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