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한약 꼭 먹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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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한약 꼭 먹어야 하나요?
  • 승인 2021.09.10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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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

이승민

mjmedi@mjmedi.com


‘이개국어? 이개의어(醫語)!’로 설명하는 한의학(7)
이승민
자생메디컬아카데미

Q. 근골격계 치료에 있어서 꼭 한약 치료를 해야 하나요? 먹어야 한다면 어느 경우에 꼭 먹어야 하고, 우선 한 가지 한약만으로 부담스럽지 않게 시작해 보고 싶다면 어떤 약을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A. 이 질문은 외국에서 진료할 때 외국 환자분들이 많이 해온 질문입니다. 친숙하지 않은 동양 치료법인 침 치료를 받는 것만으로도 긴장되는데 한약까지 복용하라고 하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데요. 부담스러울 경우에는 당연히 침 치료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고, 처음 3개월은 그렇게 해 보셔도 됩니다. 가이드라인 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영국의 NICE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linical Excellence) 지침서에서도 새롭게 발표한 2021년 통증 관리 지침에는 침 치료가 통증을 줄이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길게는 3개월까지 해 봐도 되는 것으로 권유하고 있습니다.[1]

그러나 확실한 것은 오래된 통증일수록 침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이는 근골격계 중에서도 허리 통증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수많은 허리 통증 환자들을 치료하는 척추 전문 한방병원의 의료진 1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추간판 탈출증 환자의 초기(8주) 치료에는 봉침과 침을 가장 영향력 있는 치료로 꼽았지만 만성(1년 이상) 치료에는 침이 아니라 한약이 가장 영향력 있는 치료로 꼽았습니다.[2] 이런 연구 결과를 보면, 만성으로 통증이 넘어갈수록 침 하나만으로는 치료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허리 통증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눌 수가 있는데 만성요통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요통이 한의학에서는 ①신허요통 (腎虛腰痛) 입니다. 나이가 들거나 과사용으로 인해 많이 발생하고, 은은하게 지속되는 통증을 기본으로 다리와 무릎이 시리고 다리에 힘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러한 증상은 현대 용어로 바꾸면 ➊노화로 인한 요추부의 만성 퇴행성 변화들과 비슷합니다. 다리에 힘이 없는 것은 척추의 퇴행성 변화로 인한 신경학적 파행 증상과 비슷하며, 다리와 무릎이 시린 것은 요추부의 퇴행성 변화와 함께 슬관절에도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서 그런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연세가 있으신 분들의 만성 통증 치료에 있어서 침은 그 치료 효과가 유의하게 나타나기는 하지만 길게 지속되지는 않아서 정기적으로 맞아줘야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2]

결국 한약치료를 통해서 침 치료 효과를 보강해 줘야 하는데요. 동의보감에서 요통은 ‘대부분 한습으로 생기고 풍열로 생기는 것은 적다’라고 정리하고 있고, 처방약으로도 ‘모든 요통에는 기를 보하는 약을 써서도 안 되고, 차가운 약을 써서도 안 된다’고 하며 ②성질이 따뜻한 보양약 종류를 많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동의보감 요문要門에 제시된 106가지 단미 중에서 따뜻하거나 매운 약재가 각각 53개와 51개 제시될 정도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3]

만성 통증의 치료로 사용할 수 있는 단미 약재가 정말 많지만 미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 중심으로 그 효능과 안전성을 분석한 체계적 문헌 고찰 결과에 의하면,[4] 실제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 성질의 약재가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친숙한 약물은 건강乾薑인데요. 건강의 구성 성분인 gingerol 등은 ➋바닐로이드 수용체 TRPV1를 활성화 하여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시키고, 혈액순환의 증가와 함께 체내 온도를 높이는 것으로 밝혀져 있습니다.[4] 이외에도 아라키돈산의 대사를 억제하여 염증을 줄여주고,[5] 아세트아미노펜 진통제와 같이 복용할 경우 진통 효과가 더욱 강해졌다는 동물연구도 보고되고 있는데요.[6]

한 가지 약재만 먹어서 효과가 얼마나 더 증가할지는 의문이지만 한약 복용이 처음이거나 부담스러운 분들이 계시다면 만성요통 치료에 있어서 꾸준한 침 치료와 함께 건강 단방으로 시작해 보는 것이 괜찮아 보이며, 비슷한 종류로 육계와 감초도 추천해 드립니다. 그리고 처음에 복용하기에 거부감이 없는 한약 한 개를 시작으로 점차 늘려서 실제 치료 효과가 더욱 강한 처방약으로까지 갈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1] Chronic pain (primary and secondary) in over 16s: assessment of all chronic pain and management of chronic primary pain. London: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UK); 2021.

[2] Shin YS, Shin JS, Lee J, Lee YJ, Kim MR, Ahn YJ, Park KB, Shin BC, Lee MS, Kim JH, Cho JH, Ha IH. A survey among Korea Medicine doctors (KMDs) in Korea on patterns of integrative Korean Medicine practice for lumbar intervertebral disc displacement: Preliminary research for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BMC Complement Altern Med. 2015 Dec 7;15(1):432.

[3] Tang SK, Tse MMY, Leung SF, Fotis T. The effectiveness, suitability, and sustainability of non-pharmacological methods of managing pain in community-dwelling older adults: a systematic review. BMC Public Health. 2019 Nov 8;19(1):1488.

[4] 안중혁,이명종. 동의보감 요문의 요통처방에 대한 분석. 한방재활의학과학회지 2005;15(1):77-87.

[5] Iwasaki Y., Morita A., Iwasawa T., et al. A nonpungent component of steamed ginger—[10]−shogaol—increases adrenaline secretion via the activation of TRPV1. Nutritional Neuroscience. 2006;9(3-4):169–178.

[6] Jahromi, B., Pirvulescu, I., Candido, K. D., & Knezevic, N. N. (2021). Herbal Medicine for Pain Management: Efficacy and Drug Interactions. Pharmaceutics, 13(2), 251.

[6] Montserrat-de la Paz, S.; Garcia-Gimenez, M.D.; Quilez, A.M.; de la Puerta, R.; Fernandez-Arche, A. Ginger Rhizome Enhances the Anti-Inflammatory and Anti-Nociceptive Effects of Paracetamol in an Experimental Mouse Model of Fibromyalgia. Inflammopharmacology 2018, 26, 109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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