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한의학교육에 있어서 초창기 부인과학 교과서로 사용되었음직한 이 책에 저작사항을 알만한 판권이 붙어있지 않다. 아마도 정규출판사에서 제대로 발행한 것이 아니라 사설 한방교육기관에서 강의를 담당했던 교강사가 교재로 사용할 목적으로 다급하게 자작 편집하여 등사판으로 임시 발행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목차를 통해 본문 내용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전문은 13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제1장 求嗣門으로 부터 시작해서 제2~3장 조경문(상, 하), 제4장 경폐문, 제5장 붕루문, 제6장 癥瘕痃癖諸證門, 제7~8장 胎前(상, 하), 제9~11장 保産(상, 중, 하), 제12장 乳證門, 제13장 前陰諸門으로 나누어 기술하였다. 또 부록에서는 임신금기약이 정리되어 있다.
좀 더 상세하게 문별로 수록한 내역을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첫 번째 장인 구사문에는 胎孕之原으로부터 시작하여, 男女完實, 구사맥법, 種子時候, 女有五至/男有三至 등의 절목이 차례로 실려 있다. 이중 제3절 구사맥법과 제5절 女有五至, 男有三至는 三空齋 李常和가 펴낸『한방의학지남』에서 유래된 것이다.
또 조경문에는 天癸月經之原, 月經之常, 婦人不孕之故, 월경이상, 외인경병, 내인경병, 불내외인경병, 血色不知病因, 氣濊淸濁病因, 愆期前後多少, 經行發熱時熱, 경행한열신통, 경행전후복통, 경행토사, 錯經妄行成吐血崩, 經水過多兼時下白帶, 조경통용방. 그리고 경폐문에서 혈체경폐, 혈휴경폐, 혈고정폐, 久嗽成勞, 부인경단복래, 室女經來復止, 寺尼·室寡·경폐, 婦病難治 항목으로 이어진다.
붕루문은 붕루와 오색대하로 나눠지며, 징가현벽제증문에서는 癥瘕積聚痞와 瘀血血蠱, 痃癖疝證, 鬼胎, 腸覃, 石瘕 등을 다룬다.
또한 태전문에서는 임신맥결, 임신조리(附 胎前三禁), 暗産須知, 分經養胎, 胎不安, 태루뇨혈, 小産, 惡阻胞阻, 자종, 子眩과 子懸, 자간과 자광, 자번, 자수, 자학, 자림과 轉胞, 子瘖, 子痢 등 임신질환과 함께 乳泣과 胎泣, 胎兼癥瘕 등등의 병증항목이 등장한다.
보산문에는 試胎와 美胎, 난산과 교골불개, 자사복중, 포의불하, 산문불개, 악로불하, 악로부절, 산후두심복협통, 산후신통과 요통, 그리고 산후혈훈, 산후경병과 중풍, 근련계종추축, 산후발열한열, 산후불어, 산후경계황홀, 허번자한두한, 發渴, 부종, 상식과 구토 구역, 이질, 뉵혈, 학질, 해수기천, 욕로허리, 혈붕, 소변림폐빈삭불금, 대변출혈변결, 패혈성옹, 그리고 産後虛實宜審조가 보인다.
유증문에서는 유즙과 吹乳 · 妒乳, 유암과 乳癰 · 乳卸(유사) 등 수유병증이 등장한다. 또 전음제증문에서는 음종과 음통, 陰癢과 陰瘡, 陰挺(陰脫), 陰痔, 陰冷, 그리고 불감증, 교접출혈 등 유방과 생식기에 발생하는 다양한 산후잡증들이 차례로 다뤄지고 있다.
그중 유사증이란 병명이 생경하다. 설명에 의하면 유두가 아래로 끌어당겨져 1~2자가 되니, 이것은 간경풍열이 발설해서 생긴다. 소시호탕에 강활, 방풍을 더해 내복하고 외용으로 강활과 방풍, 백렴을 태워 훈연한다. 이어 피마자 49알을 짓찧어 젖꼭지에 바르고 유두가 올라붙기를 기다려 급히 씻어버려야 한다. 이는 怪症으로 극심한 분노로 울열이 가득 찬 여인에게 발생한다고 한다.
범례에서 보았듯이, 대부분 병증조항의 본문은 『의종금감』과 『한방의학지남』에서 절취한 원문을 그대로 인용하고 이를 해석한 釋義, 난해한 구절에 대한 句解, 그리고 편저자가 의미를 풀어쓴 附演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다 상단 여백에는 군데군데 難字에 대한 字解를 친절하게 제시하였다. 하지만 고문을 해석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부인과임상서로 활용하기에는 다소 미흡해 보인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