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62> - 『檢屍帳式』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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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62> - 『檢屍帳式』①
  • 승인 2023.06.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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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律法에 따라 그려진 살인의 흔적

  『세종실록』21년(1439) 2월일조 기사에 다음과 같은 말이 기재되어 있다. “한성부에 명하여 『검시장식』을 간행하게 할 것이며, 또한 각도 관찰사, 濟州安撫使에게 간본을 모각해 인출해서 도내 각 관서에 반포하도록 하라.” 곧 도성을 관할하는 한성부에서 살인사건의 피해자 시신을 檢驗하기 위한 공문서 양식인 이 검시장식을 간행하고 이를 토대로 각도에서 목판에 다시 새겨 각 고을 관아에 나눠주어 상시 비치해두고 사용토록 조처한 것이다.

 ◇ 『검시장식』

  이보다 앞서 세종 20년(1438) 11월에는 元나라 王與가 송대에 나온 『洗寃錄』과 『平寃錄』 및 結案程式 등을 참조하여 펴낸 검험서 『無寃錄』에 다시 音註를 덧붙여 『新註無寃錄』을 간행케 하였다. 이는 원과 조선의 실정이 서로 다른 까닭에『무원록』가운데 해득하기 어려운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崔致雲, 李世衡, 卞孝文, 金榥에게 명하여 난해처에 주해를 붙이고 자구에 音과 訓을 달았으며, 柳義孫에게 서문을 짓게 하여 펴낸 것이다.

  『검시장식』은 검험 현장에서 실제 적용된 방법이자 손상부위와 외상흔적을 기재하도록 규정한 관용양식이다. 세종대 처음 반포했던 실물은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각종 법의서에 실려 있는 시장식이 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조선말엽까지 형사사건에 그대로 적용된 만큼 매우 장구한 세월에 걸쳐 사용된 것이다.

  이러한 검험서는 오늘날 과학수사와 법의학의 원류를 이루는 것으로 세종대 통치규범이자 기본법전인 『경국대전』공포에 앞서 검험의 규식과 기록 양식을 수록한 『검시장식』을 먼저 반포케 한 사실은 정확한 사인 규명과 복검 절차를 통해 의혹을 없애고 인명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앞서 언급한 세종때 『신주무원록』이나 조선후기에 펴낸 『증수무원록』같은 법의서는 관서에서 시행하는 검험의 준거가 되는 규정집 같은 책이고 이 책 『검시장식』은 관서에 비치해 두고 실제 검험에 소용되는 公定 기록양식인 셈이다. 조선전기에 펴낸 『고사촬요』八道冊板에도 이 책을 찍은 판목의 소재를 기재했다.

  검시장식에는 기본적으로 시신의 주인공이 사는 곳과 성명을 기재하고 검험을 시행한 년월일시와 시행장소, 입회인의 성명을 기재한다. 또 검시를 집행하는 관원(檢官)의 성명을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데, 초검관으로는 군수나 현감 등 지방관이 담당하였다.

  아울러 지방관아에 배속된 호장, 기관, 장교, 형방, 律生, 醫生 등과 함께 기록을 맡은 서기와 검시보조원인 실무자로 仵作人의 이름을 병기한다. 또 치명사인을 기록하고 도면에 刺傷을 비롯한 외상흔과 손상처의 변색이나 함몰 여부, 흉기를 가늠할 수 있는 흔적 등에 대해 일일이 부위별로 나눠 자세히 기재하도록 하였다.

  일례로 조선 후기에 작성된 것이지만 실제로 작성해 사용한 검시장을 살펴보면 세로 길이가 1.8척(약 40cm)에 가로 너비가 6척(약 1m50cm)에 달한다. 여기에 전후면(仰面, 合面)으로 나누어 표시된 인체도에 각 부위별 명칭이 기재되어 있는데, 이를 참조해 좌측 格目항과 일일이 대조하여 이상 유무를 기재토록 한 것이다.

  격목으로는 전면(앙면)에 頂心, 偏左偏右, 顖門, 頭顱, 額角, 兩太陽穴, 兩眉, 眉叢, 兩眼胞, 兩眼雙睛, 兩顋頰 등 정수리와 안면으로부터 구간을 거쳐 兩胯, 男子莖物腎囊女子陰戶, 兩腿, 兩膝, 兩膁肕, 兩脚腕, 兩脚面, 十趾甲에 이르기까지 51항목에 이른다. 또 후면(합면)에는 腦後, 髮際, 耳根, 項頸, 兩臂膊, 兩肐肘로부터 脊膂, 穀道, 兩腿肚, 兩脚跟, 十趾肚, 十趾甲까지 25항목이 있다. 비명의 죽음을 맞이한 사람의 최후가 1장 그림에 담기게 된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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