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령 뇌졸중 환자의 다약제사용에 대한 한의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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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령 뇌졸중 환자의 다약제사용에 대한 한의진료
  • 승인 2023.06.16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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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다약제사용의 정의, 현황, 그리고 문제점-
권승원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1. 고령자 다약제사용의 정의와 국내 현황

다약제사용(polypharmacy)이란, 말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약제(pharmacy)”가 “많은(poly)” 상태로 정의된다. 대략 “5~6개 이상”의 약제를 복용하고 있을 때, 다약제사용 상태로 본다. 그동안의 연구에서 약제수가 5~6개 이상인 경우를 컷오프(cut off)로 잡았을 때, 고령자에서 취약성, 기능장애, 인지기능저하, 낙상, 사망 같은 중요한 임상결과와 약제관련유해사고의 발생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기 때문이다1,2. 이 약제 개수 계산에는 통상적인 의사처방 뿐 아니라 환자가 알아서 찾아 복용하는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그리고 한의사가 처방한 한약까지도 포함이 된다.

2014년 우리나라 고령자의 다약제사용 현황을 조사한 연구결과가 소개되었다3. 이 연구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환자표본자료(HIRA-NPS)를 활용하여 65세 이상의 고령자, 319,185명을 대상으로 약제 사용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6개 이상의 약제를 사용한 ‘다약제사용(polypharmacy)’ 환자는 전체의 86.4%였다. HIRA-NPS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이므로, 고령자들이 수시로 복용했을 일반의약품, 건강보조식품, 비급여 한약처방 등은 모두 누락된 연구결과인데, 여기서 ‘다약제사용’이 전체 고령자의 86.4%였으므로, 어딘가 몸에 불편감이 있어 진료를 받고 있는 대한민국 고령자의 대부분이 이미 ‘다약제사용’ 상태인 것으로 볼 수 있는 결과였다.

 

2. 고령자 다약제사용,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일까? (그림 1)

다른 연령층에 비해 고령자에서 특히 다약제사용이 문제가 되는 것은 고령자 신체 자체의 특징 때문이다. 고령자에서는 타 연령층과는 다른 약제의 체내동태가 관찰된다. 신기능, 간기능, 순환기능이 타 연령층에 비해 현저히 저하되어 있고, 근육량과 수분도 적어 전체적으로 약제의 배설이 늦다. 그렇다 보니 소량의 약제 만으로도 부작용이 쉽게 일어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타연령층에 비해 다약제사용이 아래와 같이 매우 다양한 문제를 일으켜 건강을 위협한다. 우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령자는 다약제사용 상태에서 취약성, 인지기능장애, 낙상, 사망 등의 일상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사건 발생이 유의하게 증가한다.

그림 1. 고령자 다약제사용의 문제점

 

임상현장에서 고령자 진료를 하다 보면, 우울, 수면장애와 같은 다양한 신경정신 증후에 대해 과진정 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 삼환계 항우울제 등이 처방된 것을 볼 기회가 많다. 이러한 약제들은 과진정을 일으켜 고령자의 인지기능저하나 섬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4. 이러한 점을 간과한 채 떨어진 인지기능에만 주목하여 진료를 하면, 인지장애 환자로 인식하여 관련 약제를 추가하게 되기도 한다. 이렇게 복용 중인 약제에 의해 발생한 유해사고 증상을 새로운 문제점으로 인식하여 새로운 증상에 대한 추가 약제를 처방해버리는 상황을 “처방 캐스케이드”라고 부른다5. “처방 캐스케이드”는 부적절한 다약제사용의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약제관련유해사고 발생도 증가한다. 통상 6개 이상의 약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1~3개 복용자에 비해 2배 이상의 약제관련유해사고 발생률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6. 사용 중인 약제 개수가 증가할수록 약제 간 상호작용 우려도 증가한다. 고령자의 사용 약제 개수와 약제상호작용에 대한 조사를 시행한 보고에 따르면, 5~9개의 약제를 복용했을 때 약제상호작용 확률은 50%, 15~19개 사용 시 92%, 20개 이상 사용 시, 100%인 것으로 보고되었다7. 다약제사용의 기준으로 삼는 5~6개 이상을 복용할 경우, 약 절반에서 약제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통계이다.

유해사고나 상호작용 뿐만 아니다. 아직 유해사고를 일으키지는 않았더라도 추후 해당 약제를 유지할 시, 유해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 놓이기도 한다. 이러한 상태를 “잠재적으로 부적절한 약제투여 상태(potentially inappropriate medications)”라 부르며, 영문을 줄여 PIMs라고 한다. 다약제사용 시에는 바로 이 PIMs가 증가하는데, 1~3개 약제를 사용하는 상황에 비해, 4~5개 복용 시 1.7배, 6~8개 복용 시 2.4배, 9개 이상 복용 시 3.5배로 PIMs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8. 이렇게 높은 PIMs의 가능성은 가뜩이나 불안정한 고령자의 건강 예후에 불안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역설적으로 꼭 투여되어야 할 약제가 사용되지 않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과소사용(Underuse)”이라 부른다. 원래 투여되어야 할 약이 투여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고, 다시 이로 인해 발생한 상황에 또 다시 엉뚱한 약만 추가해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렇게 진행되면, 오히려 다약제사용 상태는 더욱 심각해져 간다. 한 연구에 따르면, 4개 이상 약제 사용 시 약 14%, 5개 이상의 약제 사용 시 약 43%에서 과소사용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9. PIMs 확률과 과소처방의 확률이 동시에 상승하는 이러한 역설적 상황을 가리켜 “다약제사용으로 인한 야누스의 얼굴(The Janus face of polypharmacy)”이라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약제사용을 “절대악”으로 규정해서는 안된다. 2013년 발표된 다약제복용과 관련 King’s Fund의 보고서 “Polypharmacy and medicines optimisation: Making it safe and sound”의 공동저자인 영국의 Martin Duerden 박사는 “다약제사용은 필요악(Polypharmacy is a necessary evil) ”이라 표현했다. 의료기술이나 예방의학의 발달로 치료하지 않으면 안될 질환이 늘었고,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약제수가 증가한 현대의학의 현실을 강조한 것인데, 동시에 그는 그럼에도 약제 사용에 있어 그 위해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각의 의료진이 끝없이 노력해야 함을 강조했다10. 본고에는 더욱 자세히 서술하지는 못했으나, 대부분의 다약제사용으로 인한 문제는 꼭 필요해서 투여된 약 때문이 아니라, “투여되지 않았어야 할, 또는 투여되지 않을 수 있었던 약제”로 인한 것이고, “꼭 사용되었어야 할 약제가 사용되지 못함”으로 인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실제 임상현장에서 고령자 약제 조정을 할 때는 단순한 약제 개수 보다 원래의 정의였던 “임상적으로 필요한 양 이상”이라는 구절에 주목하여 약제 조절을 지도해 갈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1. Gnjidic D, Hilmer SN, Blyth FM, Naganathan V, Waite L, Seibel MJ, McLachlan AJ, Cumming RG, Handelsman DJ, Le Couteur DG. Polypharmacy cutoff and outcomes: five or more medicines were used to identify community-dwelling older men at risk of different adverse outcomes. J Clin Epidemiol. 2012 Sep;65(9):989-95.

2. Field TS, Gurwitz JH, Avorn J, McCormick D, Jain S, Eckler M, Benser M, Bates DW. Risk factors for adverse drug events among nursing home residents. Arch Intern Med. 2001 Jul 9;161(13):1629-34. 3. Kim HA, Shin JY, Kim MH, Park BJ. Prevalence and predictors of polypharmacy among Korean elderly. PLoS One. 2014 Jun 10;9(6):e98043.

4. Inouye SK, Charpentier PA. Precipitating factors for delirium in hospitalized elderly persons. Predictive model and interrelationship with baseline vulnerability. JAMA. 1996 Mar 20;275(11):852-7.

5. Rochon PA, Gurwitz JH. Optimising drug treatment for elderly people: the prescribing cascade. BMJ. 1997 Oct 25;315(7115):1096-9.

6. Kojima T, Akishita M, Kameyama Y, Yamaguchi K, Yamamoto H, Eto M, Ouchi Y. High risk of adverse drug reactions in elderly patients taking six or more drugs: analysis of inpatient database. Geriatr Gerontol Int. 2012 Oct;12(4):761-2.

7. Doan J, Zakrzewski-Jakubiak H, Roy J, Turgeon J, Tannenbaum C. Prevalence and risk of potential cytochrome P450-mediated drug-drug interactions in older hospitalized patients with polypharmacy. Ann Pharmacother. 2013 Mar;47(3):324-32.

8. Oktora MP, Alfian SD, Bos HJ, Schuiling-Veninga CCM, Taxis K, Hak E, Denig P. Trends in polypharmacy and potentially inappropriate medication (PIM) in older and middle-aged people treated for diabetes. Br J Clin Pharmacol. 2021 Jul;87(7):2807-2817.

9. Kuijpers MA, van Marum RJ, Egberts AC, Jansen PA; OLDY (OLd people Drugs & dYsregulations) Study Group. Relationship between polypharmacy and underprescribing. Br J Clin Pharmacol. 2008 Jan;65(1):130-3.

10. Duerden M, Avery T, Payne R. Polypharmacy and medicines optimization : making it safe and sound. The King’s Fund,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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