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기의 한의사들, 언제 전쟁을 시작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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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기의 한의사들, 언제 전쟁을 시작해야 할까?
  • 승인 2023.06.19 12:2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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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길

유창길

mjmedi@mjmedi.com


선관위원장 활동비 및 선물비 환입 권고 서면결의를 진행하며
◇유창길 대한한의사협회 중앙대의원
◇유창길
대한한의사협회
중앙대의원

"젊은이들이 질서를 제대로 지킬 때, 부자들이 나라에 돈 내는 것을 망설이지 않을 때, 정치가들이 공금 횡령을 그만 둘 때면 승산이 있소."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알렉산드로스가 침공을 앞둔 상황에서 히페리데스가 주화론자였던 포키온에게 아테네 시민들은 언제 전쟁을 해야 하느냐고 따져 묻자 그가 답변한 내용이다. 

 최근, ‘닥터 차정숙’이라고 하는 시청율 1위 드라마에서 한약 복용 후 문제가 생겨 간 이식하는 내용이 버젓이 방영되었다. 한의 군의관 폄훼 사건도 있었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한의사 직군을 대놓고 조롱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의료계에서 한쪽 구석으로 내몰리고 있는 한의사들. 위기의 한의사들은 언제 전쟁을 시작해야 할까?    

 앞서 소개한 포키온의 답변 내용을 살펴보면, 현재 한의사들이 처한 상황과 상당히 유사함을 알 수 있다. 한의사들은 질서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으며(호캉스 입원실 광고 등) 나라에(협회에) 돈(협회비) 내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또한, 한의사협회의 주요 정치가 중 한명인 대의원총회 의장의 부적절한 공금(협회비) 수령 건이 감사 보고에서 드러났다.

왜 한의사협회는 전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한의학 폄훼에 맞서 싸우지 못하는 걸까? 군자금(협회비)을 가지고 있으니, 한의학 폄훼 세력과 전쟁을 해야할 것 아닌가. 그런데, 왜 한의학 폄훼에 무방비로 당하고만 있는 것일까? 도대체 협회비를 어떻게 쓰고 있는 걸까? 이런 점들이 궁금하여 한의사 면허 취득 이후 처음으로 중앙대의원에 지원하였고, 2023년 3월 말에 개최된 정기 대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왔다. 자보 개악 및 의장의 부적절한 선관위 예산 수령 건, 이 2가지가 이날 총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 안건이었다. 

대한한의사협회 정관시행세칙에 대의원총회 의장은 당연직으로 선관위원장을 겸직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총회 의장이 선관위원장을 겸직한다고 해도, 선관위 예산을 마음대로 가져가 쓸 수는 없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사업목적은 “선거와 회원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임원과 대의원의 자격 관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라고 명시되어 있다. 선관위 예산은 이 목적 범위 내에서만 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박인규 의장은 이 선관위 예산을 활동비 명목으로 부당 수령해간 것이 감사에게 적발되자, 근거도 전례도 전혀 없이 대외협력에 사용했다고만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다. 선관위 예산은 대외협력에 쓸 수 없는 예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인규 의장은 본인에 대한 정치적 공세의 목적으로 감사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선관위 예산을 부적절하게 수령한 것에 대한 적절한 소명이 될 수 없다.      

선관위 예산은 2019년도까지는 매년 500만원~1000만원 정도로 책정이 되어있었는데, 갑자기 2020년도부터 2000만원으로 증액된다. 증액되는 과정을 공문으로 요청하여 확인한 결과, 그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점들이 발견되었다. 선관위 내부 회의를 거쳐서 예산 증액 신청을 한 것이 아니고, 선관위 회의 들어가기 전에 선관위원 몇명이 사석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근거로 2000만원으로 증액 신청을 한 것이었다. 그 때 사석에서 대화를 나눈 선관위원은 과연 누구였을까? 증액한 예산을 꿀꺽 집어가고 싶었던 사람이 바로 그 당사자일 것이다.

2020년도 선관위 예산을 증액한 이후, 박인규 의장의 선관위 예산 수령 금액은 백만 원 대에서 천만 원대로 그 규모가 더 커진다. 2018년도에 300만원, 2019년도에 250만원을 수령해갔고, 2020년도에는  1880만원, 2021년도에 1750만원, 2022년도에 1500만원을 수령해갔다. 한윤승 감사는 2020년도에 360만원, 2021년도에 100만원, 2022년도에 100만원을  수령해갔다. 

특히, 2022년도에는 선거나 투표가 시행되지 않았고 선관위 회의만 딱 2회 개최되었을 뿐인데, 박인규 의장은 이 해에 1500만 원을 수령해갔다.   

(참고로, 박인규 의장이 선관위원장을 맡기 전, 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을 하셨던 모 대의원님은 수백만 원씩 예산을 남겨서 다음 해로 이월하거나, 지급받을 수 있었던 선관위 회의비 등 을 모아 다른 선관위원들과 함께 총 1400만 원 정도를 협회에 기부하기도 하였다. 선거나 투표가 없는 해에는 선관위에서 큰돈이 지출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서두에 소개한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의 해당 구절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협회 내 정치가들은 공금을 만질 때, 조심스럽고 두려운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이 지출이 과연 회원들에게 납득될 수 있는 지출인지, 매 순간 두려운 마음으로 한번 더 되돌아봤으면 한다. 협회비를 수령할 때 늘 한번 더 되돌아보는 관례가 보편화되었을 때, 한의계는 비로소 전쟁을 시작할 준비가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총 96명의 중앙 대의원들께서 이번 서면결의 발의에 동참해주셨다. 안건은 다음과 같다.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 업무 활동비 및 명절 선물비 환입 권고의 건”. 이에 대해 찬반을 묻는 대의원 투표가 곧 시행된다. 이번 투표에서 중앙 대의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투표는 앞으로 회무에 어떻게 임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협회비는 정해진 목적에만 사용되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환수해야 한다는 원칙이 확립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협회비를 노리고 회무에 진출하는 사람을 막아주는 일종의 방패막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위기의 한의계는 언제쯤 전쟁을 시작할 수 있을까? 이번 투표를 통해 그 전쟁의 시작이 언제일지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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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2023-06-19 16:54:50
한의사들의 권리는 한의사들이 지켜야 합니다. 협회비가 올바르게 쓰이도록 관심 갖겠습니다!

개판 2023-06-19 14:11:26
개판이네요
협회비만 걷어가고 남의돈 쉽게꿀꺽하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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