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63> - 『檢屍帳式』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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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63> - 『檢屍帳式』②
  • 승인 2023.06.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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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억울한 죽음을 밝혀라, 屍形圖

  『검시장식』은 조선시대 致死絶命 사건에서 지방관의 주도 아래 피해자의 사인을 밝히고 가해의 물리적 흔적을 확보하기 위한 검험의 실행 방법을 규정하고 그 결과를 기록하기 위하여 작성하는 일종의 검안 기록지인 屍帳의 공정 양식을 규정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록상 조선에서 세종21년(1439)에 처음 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현존하는 이 책의 실물은 남아 있지 않다.

 ◇ 『검시장식』

  하지만 이에 관련한 검험의 요령과 시장의 양식은 조선시대에 사용된 대표적인 법의학서에 실려 있는 기재 내용을 통해 그 대강을 파악할 수 있다. 조선 전기의 양식은 1438년에 최치운 등이 주석해 펴낸 『신주무원록』, 그리고 조선 후기의 양식은 영조24년(1748)에 펴낸 『增修無寃錄』과 정조20년(1796)에 나온 『增修無寃錄大全』이나 『增修無寃錄大全諺解』(1792)에 실려 있다.

  한편 고려시대에는 晋代 和凝과 和㠓등이 펴낸 『疑獄集』을 참고하였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고려사』에 문종13년(1059) 『의옥집』을 간행하여 祕閣에 두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또한 조선초에도 태종12년(1412) 洪州에서 충청도관찰사로 있던 맹사성이 주도하여 간행했으며, 1950년경까지 전해진 사실이 알려져 있으나 현재는 안타깝게도 소재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고려~조선시대 법의학서의 개관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오래 전에 기고한 다음의 글을 연계해서 참조해 보시기 바란다. 366회 獄事에 疑惑을 없게 하라 - 『의옥집』①, 2008년 3.3일자, 368회 淸白吏가 반겨했던 醫獄案 - 『의옥집』②, 2008년 3.24일자, 그리고 378회 문예부흥과 법치문화 - 『增修無寃錄』, 2008년 7.7일자.

  또한 검관이 검험을 시행한 뒤, 그 판단결과를 기록하는 檢案의 작성요령에 대해서는 ‘반드시 살펴야할 檢案의 요점 - 『檢要』’(183회, 2003년 12.8일자)에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그리고 실제 검험을 시행한 사례로서 다산 정약용이 남긴 검안집에 대해 쓴 몇 가지 글을 더불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丁茶山의 親筆 檢案 - 『明淸錄』’(88회, 2001년 10.29일자)과 ‘과학수사의 밑거름, 茶山의 檢案 - 『剪跋蕪詞』’(471회, 2010년 12.24일자.)

  지난 호에서 대략 屍帳에 필수적으로 기재해야만 하는 시신의 성명과 검험을 관장하는 관원의 관함 및 피해자와 관련된 입회인원과 대상자(驗屍人) 등을 명시했다. 그리고 시신을 仰面(전면)과 合面(후면)으로 나누어 검신한 결과를 각 부위별 명칭에 따라 세분하여 그림과 일일이 대조해 기록하는 방식을 설명한 바 있다.

  오늘은 대한제국시절인 광무연간에 작성된 『검시장식』실례를 설명해 보기로 한다. 먼저 첫머리에는 검험일시가 적혀있고 이어 시신이 소재한 위치와 성명, 그리고 대상자를 소집해 다음과 같이 검험을 시행한다. 곧, “官門에서 東쪽으로 25리 떨어진 곳,……牛頭村에서 죽은 남자(致死男人) 權○○의 시신이 놓인 곳에 도착해 여러 사람들을 상대로 함께 이와 같이 확인하였다.”라고 적었다.

  다시 말해 가족과 피의자와 입회인들이 모인 가운데 검험을 시행하여 누가 어떤 이유로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 實因을 定驗한다고 하였다. 전면의 각 부위에는 상세한 검시 결과가 기재되어 있는데, 예컨대 좌견부 1곳에 생긴 멍든 자욱(血癊)이 둘레가 3치2푼 가량인데 손가락으로 눌러보니 약간 단단했다고 적었다.

  또 좌측 태양혈부위에 찢어진 상처가 있고 우측 팔뚝에 피멍이 보이며, 양쪽 옆구리에도 수많은 상흔이 남겨져 있었다. 한편 이상 없는 부위라도 반드시 色澤과 ‘如常’이란 표기를 남겼다. 시장 끝에는 검험결과 구타로 인한 타살이 명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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