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다양성의 세계에서 패러다임을 제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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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다양성의 세계에서 패러다임을 제시하다
  • 승인 2023.07.07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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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영화읽기┃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감독: 조아킴 도스 샌토스, 켐프 파워, 저스틴 톰슨출연: 샤메이크 무어, 헤일리 스타인펠드, 오스카 아이작,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로런 벨레스 등
감독: 조아킴 도스 샌토스, 켐프 파워, 저스틴 톰슨
출연: 샤메이크 무어, 헤일리 스타인펠드, 오스카 아이작,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로런 벨레스 등

 

영화를 보기 전에 유명한 영화평론가의 평점을 확인해본 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평론가의 평처럼 너무나 만족스러운 영화인 경우도 많지만, 이렇게 재미없는 영화에 왜 이렇게 높은 평을 주는지 의문스러운 경우도 있다. 자연히 소위 ‘영화 좀 본다는 사람’들의 평가기준이 궁금해진다.

필자 역시 영화를 보는 심미안은 부족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훌륭한 영화’의 기준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단순히 재미있고, 영상이 아름다운 것으로는 부족하다. 재미있음을 넘어 훌륭해지려면 새로워야 한다. 진한 멸치육수를 우려내서 만든 잔치국수를 파는 동네 노포와 요식업의 최전선을 달리는 파인다이닝의 면 요리 중에 잔치국수를 더 선호할 수는 있겠지만, 둘을 같은 선상에서 논할 수 없는 법이다. 이전의 것과는 다른 무언가를 시도하고,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그런 면에서 ‘훌륭한’ 작품이다.

이전의 수많은 스파이더맨 영화가 있었고, 그보다 더 많은 히어로 영화가 있었으며, 그 이상으로 많은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었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훌륭함에 취해 이전 작품이 모두 재미없거나 가치 없는 것으로 취급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다만 이전의 상업용 애니메이션과는 확실히 다른, 한 수 위의 기술력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화려한 프레임, 분에 넘치는 색감, 그리고 작품 곳곳에 숨겨둔 메타포가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전편인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시원시원하고 화려한 액션을 지닌 잘 만든 애니메이션이었다. 시놉시스가 비교적 단순하기는 했지만, 진정한 스파이더맨으로 거듭나는 ‘마일즈 모랄레즈’의 성장을 농구와 그래피티, 힙합으로 일궈낸 트렌디한 작품이었다.

이번 편은 ‘뉴 유니버스’보다 한층 더 넓고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경지에 이르렀다. 전보다 수십 배는 더 많은 스파이더맨이 더 다양한 멀티버스에서 등장한다. 눈이 핑핑 돌아가고, 어질어질하다. 그렇다. 이 이야기의 주제는 다양성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다양한 다양성(spider-verse)가 존재하고, 영화는 이 다양성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며 소개하고 있다. 스파이더맨은 그 아름다움을 연결하는 상징일 뿐이다.

작품 전반에서 소수성이 활용되는 것도 다양성의 일환이다. 한 작품에서 이렇게 많고 다양한 흑인 계열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도 흔치 않거니와 부모에게조차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가야 하는 스파이더맨(우먼)의 고뇌는 여러 가지 서사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바라보면 이제 모든 이야기가 설명된다.

겁이 많고 익숙한 친구들과의 생활에 익숙하던 소년 마일즈 모랄레즈는 새로운 세상을 뛰어들어(into the spider-verse) 영웅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 영웅은 더 넓은 세상을 넘나들며(across the spider-verse) 영웅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기존의 통념에 의문의 씨앗을 심는다. 왜 영웅은 희생을 강요받아야 하냐고 말이다. 그의 혁명은 성공할 수 있을까? 벽이 무너진 그 이후의 세상(beyond the spider-verse)이 궁금해진다.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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