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무장병원’ 의심만으로 요양급여비용 지급 보류는 헌법 어긋난다는 헌재 결정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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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사무장병원’ 의심만으로 요양급여비용 지급 보류는 헌법 어긋난다는 헌재 결정 소개
  • 승인 2023.07.17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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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이승환

mjmedi@mjmedi.com


이승환
법무법인 반우 변호사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이른바 ‘사무장병원’이 불법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사무장병원’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주체를 정하고 있는데, 같은 항에서 정해진 주체가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 그 의료기관은 ‘사무장병원’으로서 불법으로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게 된다.

어떤 의료기관이 ‘사무장병원’으로 판명될 경우, ‘사무장병원’의 개설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 여러 행정상 제재를 받게 된다. 이러한 행정상 제재 중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하도록 하는 제재도 존재하는데,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헌법재판소 2023. 3. 23. 선고 2018헌바433, 2019헌가22(병합), 2020헌바503 결정]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1항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한 요양기관1)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사무장병원’ 규정) 등을 위반하였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확인한 경우에는 해당 요양기관이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고, 이 경우 요양급여비용 지급 보류 처분의 효력은 해당 요양기관이 그 처분 이후 청구하는 요양급여비용에 대해서도 미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요양기관이 청구하는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한다는 강력한 제재가,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서 논란을 낳았다. 어떤 의료기관이 ‘사무장병원’인지 여부는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라는 ‘의심’을 거쳐 법원의 판결이라는 ‘확신’이 있어야만 확정된다고 볼 수 있는데, 위 규정은 ‘사무장병원’이라는 의심만으로도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받지 못하게 되는 요양기관이 경영악화를 겪고, 폐업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필자가 속한 법무법인에서는 위 규정이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요양기관으로 운영하는 개설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헌법재판소는 2023. 3. 23. 위 규정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요양기관 개설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였다.

헌법재판소에서 위 규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본 사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헌법재판소는 위 규정이, 요양기관이 ‘사무장병원’이라는 사실이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확인만 되면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처분의 요건을 상당히 완화하여 처분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면서도, 그에 상응하여 지급 보류 처분 이후 관련 절차의 진행에 따라 불송치, 불기소, 무죄판결의 확정 등으로 ‘사무장병원’이 아님이 밝혀지는 사정 변경 사유가 있을 때 이를 반영한 적절하고 상당한 지급 보류 처분의 취소 제도에 대한 입법적 규율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는 점을 명시하였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이 보류되었던 요양기관이 ‘사무장병원’이 아니었음이 밝혀진다 해도, 지급 보류 기간 동안 발생한 재산권 제한 상황에 대한 보상의 일환으로 요양기관이 공단으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적절하고 상당한 이자 내지 지연손해금의 비율에 대한 규율이 없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하였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요양급여비용 지급 보류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의신청을 인용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 요양기관이 행정소송을 통해 지급 보류 처분으로 인한 피해를 언제나 실효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사자의 절차 참여나 사후적 권리구제수단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하며, 위 규정이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였다.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의 함의는 무엇일까? 먼저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1항 중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관한 부분(‘사무장병원’ 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정받은 사실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요양급여비용 지급 보류 제도 자체가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까지 판단하지는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앞에서 언급된 문제점들, 즉 위헌적 요소들을 제거하고, 지급 보류 처분의 취소 사유나 지급 보류 처분에 의하여 발생한 요양기관 개설자의 재산권 제한 정도를 완화하기 위한 적절하고 상당한 보상으로서의 이자 내지 지연손해금 등 제도적 대안 등을 어떠한 내용으로 형성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입법자에게 폭넓은 재량이 부여되어 있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요양급여비용 지급 보류 제도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고, 관련 법령의 개정 등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문제점 등이 해결된 새로운 형태의 요양급여비용 지급 보류 제도가 신설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위 규정의 적용 시점을 2024. 12. 31.로 제한하였다. 다소 복잡한 법적 논의를 빼고 간단히 말하면, 위 규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점은 확인되었으나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2024. 12. 31.까지는 유효한 규정으로 존속하게 되었다. 물론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어긋나는 규정을 잠정적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더라도, 일단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된 부분을 적용해 행정청이 처분을 내리는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다수 존재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 역시 위 규정을 적용해 지급 보류 처분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어쨌든 위 규정의 효력이 현재 ‘완전히’ 사라진 상태는 아니라는 점은 유념해 둘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의료급여법상 의료급여에 든 비용(급여비용)의 지급 보류 제도에 대하여 지적하고자 한다. 의료급여법 제11조의5에서는 급여비용의 지급 보류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규정은 이번에 헌법불합치 결정 선고를 받은 조항이 포함된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와 사실상 동일한 형태의 문언으로 구성되어 있다. 급여비용의 지급 보류 제도에 대해서는 아직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 제도는 이번에 헌법재판소가 요양급여비용 지급 보류 제도에 대하여 지적한 문제점, 즉 위헌적 요소들을 모두 동일하게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의료급여법에 따른 급여비용의 지급 보류 처분은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만약 ‘사무장병원’이라는 의심만으로 의료급여법상 급여비용의 지급 보류 처분을 받게 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위 헌법재판소 결정을 찾아 읽고 의료급여법상 지급 보류 제도가 가지고 있는 위헌성을 지적하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각주

1)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은 모두 요양기관에 해당한다(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 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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