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부조리한 세상의 삼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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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부조리한 세상의 삼각형
  • 승인 2023.07.14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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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슬픔의 삼각형
감독 : 루벤 외스틀룬드
출연 : 해리스 딕킨슨, 찰비 딘 크릭, 돌리 드 레옹, 즐라트코 버릭, 우디 해럴슨

개인적으로 평소 뉴스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요즘에는 뉴스를 끊어야겠다는 다짐을 할 정도로 매일 서로를 헐뜯는 이야기들과 막말이 오가고, 마치 정치가 개그보다 더 웃길 정도로 이율배반적인 언행이 끊이지 않음에 실소를 금치 못할 정도이다. 그렇다 보니 뉴스를 보기만 하면 열이 올라 안 그래도 더운데 더 더운 것 같아 당분간은 무념무상으로 지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점점 더 불합리한 부조리 세상 속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나름대로 철학적인 자문자답을 해야 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호화 크루즈에 협찬으로 승선한 인플루언서 모델 야야(찰비 빈 크릭)와 그의 남자친구 칼(해리스 딕킨스)은 각양각색의 부자들과 휴가를 즐기게 된다. 그러나 뜻밖의 사건으로 배가 전복되고 야야와 칼을 비롯한 8명만이 간신히 무인도에 도착한다. 이 때 할 줄 아는 거라곤 구조 대기뿐인 사람들 앞에 음료와 먹을 것이 있는 구명정에 탄 애비게일(돌리 드 레옹)이 등장하고, 순식간에 그들의 서열이 바뀌게 된다.

송강호 배우와 박찬욱 감독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던 2022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슬픔의 삼각형>은 부조리한 세상의 모습을 매우 독특한 이야기로 표현한 블랙 코미디 작품이다. 영화는 <칼과 야야>, <요트>, <섬>이라는 부제 하에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인 <칼과 야야>에서는 유명 모델인 여자 주인공과 모델이 되고자 하는 남자 주인공 간의 이야기를 통해 남녀의 성 평등에 대해 논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여성 모델들에 비해 대우를 덜 받는 남성 모델의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고, ‘만인은 평등하다’라는 패션쇼장에서 보여지는 문구와 달리 늦게 온 VIP 관객을 위해 미리 와 있던 사람들이 한 칸씩 자리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 등에서 이 영화의 주제를 짐작하게 한다. 2부인 <요트>는 호화 크루즈를 배경으로 그곳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구분하는 계급과 이념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뜬금없는 사건으로 배가 전복되고, 자신을 부유하게 만들어졌던 것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3부인 무인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섬>에서는 권력과 계급이 전복되는 상황을 통해 주제를 더욱 더 명확하게 전하고 있다. 이처럼 <슬픔의 삼각형>은 그동안 평등을 외쳤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계급과 서열이라는 부조리한 세상의 모습을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지만 나름대로 독특하게 그려내며 2시간 26분으로 꽤 긴 상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관객의 취향에 따라 약간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지만 영화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보기보다는 그냥 직관적으로 감상하는 것이 더욱 더 영화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며, 감상 후에 다양한 해석들을 찾아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 미간에 생기는 주름을 ‘슬픔의 삼각형’이라고 한다는데 과연 영화 속 제목이 뜻하는 의미는 무엇인지 한 번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안타깝게도 칸 영화제 수상 후 세상을 떠난 여주인공 야야 역의 찰비 빈 크릭 배우의 유작이 된 <슬픔의 삼각형>은 블랙 코미디 장르를 선호하는 관객들이라면 꼭 놓치지 말고 보길 바란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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