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65> - 『東西醫學要義』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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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65> - 『東西醫學要義』③
  • 승인 2023.07.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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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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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避病院에서 防疫戰線에 앞장선 한방의

  의생단체로 설립한 동서의학연구회에서 이 책『동서의학요의』를 공식 강습교재로 발행한 연유는 2번째로 실려 있는 이을우의 서문에서 좀 더 직접적으로 노정된다. 그는 “근래 서양의학이 동양과 교통하여 생리해부 기술과 전염병 방역 정책이 상세하게 잘 구비되어 있으니 이에 동서의학연구회가 결성된 까닭이기도 하다.”라고 하며 동서의학연구회가 설립된 배경에 대해 설명하였다.

 ◇ 『동서의학요의』

  이어 “大正6년(1917) 봄부터 당국에서 『醫方綱要』와 『衛生要義』를 간행하여 의생들에게 배부하고 이후로 의생시험문제를 모두 『의방강요』 중에서 출제하니, 의생시험을 보려는 자들이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으나 다시 제작을 허락하지 않아 원하는 사람은 많고 책을 가진 자는 적어 능히 보급하기 어려웠다.”고 술회했다.

  이에 도진우가 의생들의 답답한 상황을 개탄하여 의생교재 편찬에 뜻을 두고서 오랜 고생 끝에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비록 그 주요 내용은 『의방강요』와 『위생요의』를 따른 것이나 병명대조와 논증치료에 있어서는 한층 채용한 것이 많다면서 저자가 대대로 의업을 이어온 가문 출신임을 드러내 칭송했다.

  동서의학연구회에서 부회장직을 맡고 있었던 李乙雨(1870~?)는 전염병 관리에 있어서도 한의사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이를 위해 順化醫院에 한방과 설치를 추진한다. 官立避病院이라고도 부른 순화의원은 본디 1909년 10월에 설치된 전염병환자 전용병원이었는데, 여기에 한방과를 두게 하고 스스로 한의사를 대표하여 근무함으로써 방역일선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에 앞서 이을우는 동서의학연구회를 조직하는 과정에서 종로경찰서로부터 요시찰 대상으로 지목되어 지속적인 감찰을 받게 된다. 그가 한의사단체 주역으로 민족의식을 고취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러한 부당한 조처에도 불구하고 그는 연구회 부속의학강습원에서 강사로 활동하며 후진양성에 힘썼다.(김남일, 근현대한의학인물사, 『민족의학신문』. 2011.12.8.일자 참조.)

  한편 1913년 의생규칙이 공포되었을 당시, 의생시험에 대비하고 의생양성을 위한 공통교재가 따로 없었다. 한참 뒤인 1917년에 이르러서야 총독부 경무총감부 위생과에서 펴낸 『의방강요』와 『위생요의』(1918년 白石保成이 저술하여 日韓印刷所에서 펴낸 『朝鮮衛生要義』로 추정.)를 배포하여 의생시험의 기준을 삼게 하였다.

  『의방강요』는 解剖及生理, 藥物學, 診療要術, 傳染病學內, 內科學, 外科學, 眼科學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모두 서양의학 내용만을 담고 있었다. 의생시험문제도 모두 서양의학 일변도였을 뿐만 아니라 수험에 대비하기 위한 교재 부수가 태부족하여 의생시험을 준비하려는 자가 제대로 참고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이었던 것이다.

 3번째 서문도 역시 동 연구회 吳泰遊가 쓴 것이다. 그는 당시 서무부장이란 직함을 지닌 중추인물이었지만, 『동서의학연구회월보』(제5호)에 「外感及內傷의 略說」이란 글로 내상과 외감의 감별법을 소개한 사실만 파악될 뿐 상세한 행적이 밝혀져 있지 않다.

 그는 이 글을 통해 “무릇 醫를 행하는 사람은 오로지 溫故知新하는데 뜻을 두어야 한다.”는 격언으로 시작하면서, 東醫를 溫故心理之學으로 보았고 이것이 현재 셋에 둘 정도만 존재하고, 西醫를 知新實驗之習으로 보았는데, 이것은 백에 하나도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개탄해 마지않았다. 이러한 실정에 대해 “우리 의학계에 대한 실망이 이보다 더함이 없다.”고 자탄하면서 동서의학을 竝合하기 위한 취지로 동서의학연구회가 설립되었음을 다시 한 번 천명하였다. 그들은 자청하여 방역복을 걸친 조선의였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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