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66> - 『傷寒大義』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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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66> - 『傷寒大義』①
  • 승인 2023.07.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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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鐵筆로 눌러쓴 격동기 한의학교재

방역마스크를 벗은 지도 1달이 지났건만 아직도 코로나감염증 발생이 끊어지질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은 전장의 포성이 채 가시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현대 한의학교육이 미처 자리 잡지 못했던 시기에 어렵게 마련되었던 감염병 강습교재를 소개한다.

◇ 『상한대의』
◇ 『상한대의』

저자는 ‘金長憲編’으로 밝혀져 있고 수도한의전문교라고 적은 소장자 필기가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강의교재로 사용되었던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발행처나 발행시기를 알 수 있는 판권사항은 기재되어 있지 않으며, 변변한 서발조차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김장헌(1897~1975)이 근현대 한의학교육사에서 잊힐 수 없는 이유는 최초의 한의과대학 교수 자격을 획득했다는 점이다. 그는 1926년 의생시험을 거쳐 고향인 함북명천에서 진료를 시작한 이후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명성이 높았으나 공산정권이 들어서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산속에 들어가 의학공부에만 매진하였다.

한국전쟁으로 부산에서 피난생활 하던 중에 동양의약대학에 초빙되었으며, 수복이후 상경하여 도서관장, 한의학과장, 학장서리 등 보직을 역임하였다. 그러다 1957년 朴性洙, 洪性初와 함께 세 사람이 교육부로부터 처음으로 대학교수 자격을 획득하게 되었던 것인데, 이때 제출했던 논문은 「기화생리에 대한 고찰」이었다.

사실 김장헌은 조부 때부터 유명한 한의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가학을 이어받아 자연스럽게 한의학에 몸담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명석하기로 소문이 자자했으며, 18세에 이미 소학교에서 교편을 잡을 정도였다. 17세 이후로 이희환, 김명준 같은 명의의 문하에서 도제교육을 받았으며, 꾸준히 한의학 공부를 지속하였다.

젊은 시절 흥미로운 일화가 전한다. 21살 적, 온 동네에 역병이 돌아 이환자가 무려 1백여 명을 웃돌았으며, 김장헌도 감염되어 심각한 상태였다. 스승인 李希煥이 나서 고열증상을 陰極似陽증이라 판정하고 신열이 들끓는 그에게 인삼 1냥, 부자 5돈이 들어간 처방을 내려 단1첩만으로 치료해냈다. 아마 이때 겪은 체험이 평생 한의학과 상한을 연구하게끔 동기 부여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은 1958년 서울시가 주최한 동양의약대학 제1회 학술강좌에서 ‘傷寒例’란 제목으로 발표한데서도 엿볼 수 있다. 대상 자료는 한의학교육의 과도기 수도한의전문대에서 다급하게 마련하여 강의교재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빛바랜 표지에는 그저 ‘傷寒’이란 제목이 붙여져 있다. 이와 달리 갱지에 鐵筆로 등사한 책자의 목차와 본문 첫머리에선 ‘傷寒大義’란 제목을 사용하였다.

목차를 살펴보니 전문은 크게 開闔樞論, 상한초진법, 상한육경론 3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서설격인 개합추론에서는 표본에 대하여, 표본도, 표리변, 한열변 등 4항목이 들어 있다. 상한초진법엔 표리증에 대하여, 음양증에 대하여, 허실에 대하여 이렇게 3항목이 들어 있으며, 본론격인 상한육경론에서는 태양증, 양명경증, 소양경증, 태음경증, 소음경증, 궐음경증으로 구분되어 있다.

6경병증론에 대해서는 아주 특징적인 병증론만을 뽑아 거론하고 끄트머리에 치법을 제시해 놓았다. 예컨대, 태양증에서는 虛邪, 實邪의 辨別, 太陽腑症, 太陽變症이 들어 있고, 양명경증에서는 未罷太陽과 已罷太陽의 변별, 陽明腑症, 陽明外症, 陽明表症, 양명병의 금기 등 항목이 있다. 또 소양경증에서는 실화허화의 변별, 소양부증, 少陽三禁, 轉屬症, 소양도한증 등의 항목이 보인다.

  이어 태음경증에서는 태음전속증을, 소음경증에선 少陰之邪가 從水化而爲寒, 少陰之邪가 從木化而爲熱, 궐음경증에서는 臟厥과 蛔厥, 陽厥과 陰厥, 眞厥陰症 등에 대하여 차례로 기술하였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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